▲ 두산 베어스 김재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런 선수들과 언제 다시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올가을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2015년의 기적'이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 부임 첫해인 2015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넥센(현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 NC와 플레이오프에서 3승2패,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이후 정규시즌 3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2001년 두산과 2015년 두산이 '유이'하다. 그래서 두산에 붙는 수식어가 '미러클'이다. 

기적을 쓴 뒤 두산은 황금기를 보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년, 2016년, 2019년)과 2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유격수 김재호(35)는 이 전성기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지금까지도 대체 불가 유격수로 두산 내야진을 이끌고 있다.

올해 두산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3위로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김재호를 비롯해 오재원,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 등 2015년 영광의 주역들이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투수는 유희관, 이현승, 윤명준, 함덕주 등이 남았다.

김재호는 "그때(2015년)는 우리가 다 어렸는데, 지금 벌써 5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어떻게 보면 거의 (멤버가) 그대로인데, 나이가 많아졌다"며 새삼 빠르게 흘러간 시간에 놀라워했다. 그사이 부동의 4번타자 김재환, 안방마님 박세혁, 영건 이영하, 박치국, 최원준 등이 가세해 최상의 전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영광의 주역 대부분이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허경민, 오재일, 최주환, 정수빈, 유희관에 김재호까지 포함돼 있다. 한꺼번에 시장에 나온 선수들을 두산이 다 잡기는 무리가 있다. 구단도, 선수들도, 팬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기에 포스트시즌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이들에게는 더욱 소중하다. 올해가 최상의 전력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

▲ 김재호는 올가을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 한희재 기자
김재호는 5년 전 기적의 재연보다 지난 5년의 추억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즐겁게 재미있게 하고 싶다. 그동안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고, 3번의 우승을 해냈다. 그런 과정을 함께한 친구들과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선수들과 언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고, 이제는 (유관중으로 전환돼) 팬들도 함께할 수 있으니까. 친구들과 팬들과 함께 열정을 같이 공감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가을 김재호는 누구보다 크게 세리머니를 펼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규시즌 부진했던 오재원까지 살아나면서 팀 전체가 상승세를 탔다. 덕분에 두산은 한국시리즈 4전 전승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김재호는 "지난해는 아무래도 주장(오재원)이 힘들었고, 팀을 생각해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같이 호응하면 팀 분위기가 살 수 있으니까 거기에 무게를 뒀다. 올해는 앞으로 이런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것 같다. 좋은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추억을 장식할 수 있는 그런 하이파이브를 조금 멋있게 하고 싶다(웃음). 팬들도 같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는 게 사실이니까"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동료들과 더 많은 경기를 치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한 적은 경기를 치러야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 김재호는 "준플레이오프를 일단 잘 치러서 위로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 한국시리즈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일단 준플레이오프를 어떻게 잘 치를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든 최소 경기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많이 했으니까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안다. 계속 잘하는 게 아니라 결정적일 때, 중요할 때 점수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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