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5년 전 기억을 다시 꺼냈다. 김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5년 두산은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넥센(현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 NC와 플레이오프에서 3승2패,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를 거두며 기적에 가까운 업셋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이후 정규시즌 3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2001년 두산과 2015년 두산이 '유이'하다.
김 감독은 "2015년에는 선수들이 어렸다. (박)건우도 26살이었고, (김)현수랑 (양)의지가 있었다(김현수는 현재 LG, 양의지는 NC 소속이다). 지금 주전 선수들이 그때는 백업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밑져야 본전이다, 이겨서 플레이오프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우승을 했다"고 되돌아봤다.
두산은 올해 다시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144경기를 다 치르고 나서야 최종 순위가 결정돼 역대급 순위 싸움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 감독은 "올해는 어렵게 가다 3위를 했다. 지금도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잘했으니까. 지금 선수들도 나도 그렇고 뭘 하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 남은 팀들과 붙으면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두 명이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 이상 그런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2015년 우승 이후 팀과 함께 선수들도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과 2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20대 중반이었던 1990년생 트리오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는 30대가 중고참이 됐고, 김재호와 오재원, 오재일 등은 베테랑이 됐다. 투수는 유희관, 이현승, 윤명준, 김강률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젊은 새 얼굴들이 많다.
그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았기에 김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가보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경험이 많고 큰 경기에 강하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는 스피드나 힘이 떨어지는 게 보인다. 한 해 한해 보내면서 체력적인 문제도 있다. 그래도 야수들은 경험이 많고, 젊은 투수들은 어느 정도 해주고 있다. (단기전) 집중력에 있어서 뭔가 두산만의 좋은 DNA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엔트리 구상은 마쳤다.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선발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까지는 확정이다. 최원준과 유희관은 순서를 고민하고 있고, 김민규는 상황에 따라 선발 뒤에 붙일 준비를 한다. 이영하, 이승진, 함덕주, 박치국, 홍건희는 필승조로 나설 준비를 하고, 정규시즌 막바지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친 윤명준과 김강률이 포스트시즌 훈련에 합류했다.
포수는 박세혁, 장승현, 최용제 3인 체제로 간다. 김 감독은 "경험은 (장)승현이가 더 많은데, (최)용제는 콘택트 능력이 워낙 좋아 대타 카드도 된다. 포수는 무조건 3명으로 끝까지 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키플레이어는 역시나 중심 타자인 오재일과 김재환이다. 김 감독은 "역시 고참들이 해줘야 한다. 최주환이 조금 안 좋아서(족저근막염) 오재원이 선발로 나가야 할 것 같고, (김)재호도 있다. (김)재환이, (오)재일이 힘 있는 중심 타자들이 해주면서 골고루 다 잘해줘야 한다. 그래도 팀의 주축이 되는 선수들인 재환이, 재일이가 큰 타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단기전에서는 그래도 큰 타구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4일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LG는 2일 와일드카드결정 1차전에서 키움과 연장 13회 4-3 끝내기 승리를 거둬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 팀의 맞대결은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2013년에는 두산이 3승1패로 앞서며 웃었다. LG는 두산이 2015년 미러클을 다시 꿈꾸기 위해서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