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MBC '카이로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미래를 알게 된다면? 아니 로또 번호를 먼저 알아내야지! 쌔고 쌘 타임슬립물, 타임크로싱물을 보며 제일 갑갑했던 것 중 하나다. 대관절 무엇이 그리 급해 로또 당첨번호를 안 챙긴단 말인가. 올봄 방송된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에서 임하룡이 실행에 옮기긴 했지만, 큰 임팩트가 없었는데, 그걸 해낸 드라마가 나왔다. 1,2회만으로 장르물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극본 이수현, 연출 박승우 성치욱)다.

'카이로스'(KAIROS)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뜻하는 말이라고. 이 드라마의 두 주인공이 그 순간을 잡았다. 건설사 이사인 김서진(신성록)은 성공가도를 달려 온 워커홀릭이지만, 딸이 유괴돼 살해당하고 아내가 투신하면서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다. 그리고 또 한 여자. 심장이식수술을 앞두고 쓰러졌던 엄마(황정민)가 사라져버린 공시생 한애리(이세영)는 설상가상 알뜰살뜰 모은 수술비를 친구에게 속아 날려버린다. 그런데, 그녀가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찾으려 전화를 거니 화만 내며 아이를 찾는 전단을 보냈던 상대가 바로 서진이었다. 눈치빠른 시청자라면 1부에서, 잠시 흐름을 놓쳤다면 2부에서 둘의 관계를 알아챘을 것이다. 9월을 사는 서진과 8월을 사는 애리, 두 사람이 1달의 시간을 거슬러 연결됐다는 것을. 얄궂게도 두 사람의 전화기가 연결되는 건 오후 10시33분, 하루에 딱 1분뿐이다.

애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신뢰를 얻기 위해 서진이 보낸 게 다음 주 로또 당첨번호였고, 이를 확인하고 "당신이 미래에 있다면 제발 우리 엄마 좀 찾아주세요"라고 절규하던 애리에게 '잃어버린 돈을 찾게 해주겠다'며 서진이 보내준 게 또 그 다음 주 로또 당첨번호였다. 그렇게 2번의 로또 번호를 확인하며(!) 확고하게 이어진 두 사람은 아이를 구하고 무너진 삶을 되돌리기 위해, 사라진 엄마를 찾아 행복한 삶을 다시 꾸리기 위해 공조를 시작했다.

옆 채널 SBS의 '펜트하우스가' 우격다짐 마라맛 이야기를 시작한 가운데, 함께 출발을 알린 MBC '카이로스'는 여러 모로 비견된다. 욕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김순옥의 마성이 '펜트하우스'를 지배한다면, 드라마도 하다 말다 하던 자리에 불쑥 나타난 상대적 약체 '카이로스'는 '어디 뭘 하나 보자' 팔짱끼고 지켜보던 시청자들을 쫀쫀한 이야기로 한 단계 한 단계 납득시켜가고 있다. 

유괴된 아이가 손가락만 돌아오는 충격, 부모의 절규로 첫 회가 시작하긴 했지만 자극만으로 연명하는 대신 그 과정과 결과를 촘촘히 짚어가며 쌓아가는 몰입도가 수준급이다. 신성록 이세영 안보현 남규리 강승윤 등 열정만렙 주연진은 그렇다 치고, 예고도 안 하고 나타난 황정민 신구 이시언 고규필 등 연기 구멍 날 틈 없는 출연진도 근사하다. 쉴 틈 없는 속도감도 마무리까지 이어진다고 박승우 PD는 귀띔했다.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로또 번호 알려주며 상대방을 설득해내는 현실감 가득한 전개 보시라. 타임슬립물 볼 때마다 쌓인 묵은 체증이 풀리는 듯 속시원한 타임크로싱에 월화드라마는 일단 '카이로스'로 정했다. 로또 당첨번호 여섯자리 중 하나는 보너스 번호로 찍어줘서 당첨금이 1등 21억이 아니라 2등 4000만원, 딱 잃어버린 수술비만큼만 손에 쥐게 해준 게 얄궂긴 하지만!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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