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포수만 보고 던져야지."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첫 가을을 준비하는 크리스 플렉센(26)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두산은 지난달 30일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에서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28)의 8이닝 무실점 호투로 2-0으로 이겼다. 덕분에 극적으로 5위에서 3위까지 치고 올라가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피해 휴식일을 벌긴 했지만, 지금 일정으로는 알칸타라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서긴 버겁다. 1일로 예정한 LG 트윈스(4위)와 키움 히어로즈(5위)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비로 취소된 게 변수다. 2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LG의 승리로 끝나면 예정대로 4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지만, 2일 키움이 승리해 3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이 열리는 경우 남은 포스트시즌 일정이 모두 하루씩 뒤로 밀린다. 이 경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5일에 열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예정대로 4일에 1차전을 치르면 라울 알칸타라를 투입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 경우는 크리스 플렉센이 선발로 나선다. 하지만 5일로 미뤄지면 알칸타라와 플렉센 모두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이때는 알칸타라의 몸 상태를 확인해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리대로면 플렉센이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 플렉센은 두산이 막판 뒤집기로 3위를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두산은 플렉센이 7월 중순 왼발 골절상으로 2개월 가까이 자리를 비우면서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플렉센이 부상 복귀 후 9경기에서 4승1패, 52⅔이닝, 73탈삼진, 평균자책점 2.05로 활약한 덕을 톡톡히 봤다. 

두산 관계자는 "이용찬이 부상으로 빠지고, 플렉센도 다치면서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3위까지 올라선 데는 플렉센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로는 밥값을 다했다고 본다"며 가을까지 흐름을 이어 가길 기대했다. 

플렉센은 올해 KBO리그도 처음, 포스트시즌 경험도 처음이다. 평균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력한 직구가 단기전에서 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큰 무대에서 얼마나 담대하게 경기를 풀어가는지가 변수다. 

김 감독은 그런 플렉센에게 "다른 것을 해보려고 시도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냥 포수만 보고 던지면 된다"는 말을 남겼다. 

플렉센에게는 올해가 첫 가을이지만, 그의 뒤에는 포스트시즌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다. 내야수 오재일, 김재호, 허경민, 최주환, 오재원, 외야수 김재환, 정수빈, 박건우 등 모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포수 박세혁은 주전으로는 올해 2년째지만,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다. 다른 팀들이 가을에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두산을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렉센이 좋은 공만 던져주면 경기를 풀어갈 선수들은 충분하다.

플렉센은 "알칸타라와 원투펀치라고 하기는 조금 그런 것 같다. 알칸타라가 좋은 시즌을 보냈고, 나도 거기에 맞춰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고 올 시즌을 돌아보며 "포스트시즌 경기도 다른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집중해서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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