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정규시즌 144경기도 했는데 열 몇 경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남은 체력을 다 쏟아붓는 게 포스트시즌이지 않을까요."

두산 베어스 박세혁(30)이 1일 안방마님으로 두 번째 가을을 준비하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박세혁은 주전으로 처음 풀타임 시즌을 치른 지난해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우승 포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2타수 5안타(타율 0.417),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 포수로 완벽한 첫 가을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MVP 유력 후보였을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는 우승까지 4경기면 충분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두산은 79승61패4무로 3위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얻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9승이 필요하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2015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넥센(현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 NC와 플레이오프에서 3승2패,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를 기록했다. 14경기를 치르는 긴 여정을 버틴 값진 우승이었는데, 박세혁은 이때 상무에서 군 복무해 팀에 없었다.

박세혁은 "내가 뛰는 동안 팀이 1위로 올라가서 준우승한 적도 있고,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간 적도 있다. 주전으로 처음 나선 지난해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서 기다리다 바로 4승을 하고 우승했다. 쉼 없이 달려왔기에 더 높은 순위에서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열 몇 경기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스트시즌에는 안 아픈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동료들을 믿는다고 했다. 박세혁은 "큰 경기는 누가 더 대차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하느냐의 싸움이다. 덤덤하게 해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베테랑 선배들의 힘을 믿는다. 단기전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데, 꼭 (오)재원이 형과 (김)재호 형이 앞에서 솔선수범해서 더 끌어주셔서 분위기를 계속 타는 것 같다. 그게 정말 크다. 나도 많이 배우고 있고, 언젠가는 나도 그런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를 우리 팀이 정말 잘 탄다. 단기전에서 분위기 싸움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박세혁은 올해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오른쪽)와 또 한번 20승을 합작했다. ⓒ 곽혜미 기자
이번 정규시즌 박세혁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주전 첫해에 버금가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조쉬 린드블럼에 이어 올해 라울 알칸타라까지 2년 연속 에이스와 20승을 합작했다.

박세혁은 "자부심이 생겼다. 좋은 포수는 좋은 투수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린드블럼에 이어 올해 또 새로운 투수인 알칸타라와 20승을 합작한 게 의미가 크다. 알칸타라가 지난해 kt에서 11승을 해서 올해 3승 정도 더 할 줄 알았는데 잘 던져줬다. 구장도 크고, 야수들도 좋고, 수비가 탄탄하니까 알칸타라가 믿고 편하게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점점 던질수록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년에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년 연속 20승 포수라고 불릴 수 있어 영광이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두산은 올해 팀 평균자책점 4.31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무릎 부상과 부진 여파로 8월 중순 2군에 다녀온 박세혁에게는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다.

박세혁은 "중간에 볼 배합 관련해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결국 평균자책점 1위로 끝났는데, 선발 중간 어느 투수 다 빠짐없이 잘 던져줘서 결과가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2군에 내려가서 생각을 많이 했다. 투수가 잘 던지는 것을 이끌어 내야 하고, 공격적으로 요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트레이드로 온 (이)승진이, (홍)건희가 좋아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고, (박)치국이, (이)영하, (함)덕주 등 원래 믿고 잘 던지는 투수들이 같이 힘을 내줘서 마지막에 좋은 마운드를 구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볼 배합 이야기가 나올 때는 솔직히 힘들었다. 나 때문에 팀 분위기도 떨어졌고, 내 손가락에서 펼쳐지는 사인이 시작인데 그 사인 때문에 지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포수든 시행착오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강)민호 형, (양)의지 형도 그런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지금 최고 포수라는 말을 듣는다고 생각한다. 1군 코치님들은 말할 것 없이 많이 도와주셨고, 2군에 내려갔을 때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전부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친구, 가족들도 큰 힘이 됐다. 큰 선수가 되려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힘을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 정말 많이 배웠고, 큰 공부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돌아온 박세혁은 팀과 함께 상승세를 탔다. 이 흐름을 가을까지 이어 가겠다는 각오다. 박세혁은 "친구들이 '이번에도 미러클 두산이구나'라고 이야기해줬다. 가을이 되면 좋은 기운과 분위기가 오는 것 같다.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도 10월 내내 분위기가 좋았다. 껄끄러운 상대로 우리 팀이 꼽힌다고 들었는데, 당당하게 자신 있게 치고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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