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어떤 이유로 문득 떠오르는 노래들. 그 노래들을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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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연예 에디터]<2>이용 '잊혀진 계절'

10월 31일이란 날짜를 의식하는 순간, 조건반사처럼 떠올리게 되는 노래 구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친 채/우리는 헤어졌지요’. 10월의 마지막 날에 떠올릴 만한 아무런 추억이나 기억이 없어도, 이 노래 구절은 누구에게나 ‘나의 노래’가 되는 신비한 마법이 펼쳐진다.

이 조건반사는 라디오 DJ들을 고민에 빠뜨린다. 이 노래를 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른 방송에서도 틀어줄 텐데, 청취자들이 싫증 내지 않을까. 그래도 대부분의 라디오 DJ는 의식(儀式)을 행하듯, 10월의 마지막 날에 이 노래를 튼다. 어느 라디오 PD의 고백처럼 “나도 틀어야 하나 싶지만 안 틀면 찜찜하다”는 이유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코러스의 허밍이 나오고, 곧이어 이용의 부드럽고 강렬한 음색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타고 펼쳐진다. 1982년 발표된 노래가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캐럴처럼, 때만 되면 등장하는 건 노랫말 때문만은 아니다. 노래가 후지면 이처럼 오랫동안 생명력을 얻기 힘들다. 유려한 멜로디, 가수의 음색과 가창력 등 악곡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잊혀진 계절’은 잊혀지지 않는 노래가 됐다. 더욱이, 살면서 누구나 겪었을 이별의 아픔이라는 보편적 소재가, 가을이라는 계절의 정서와 잘 맞는 노랫말과 멜로디로 구현되면서 시대를 초월해 사랑 받는다. 이용 자신도 “전주부터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고, 노랫말에 사람들이 깊은 공감을 느낀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과연, 10월 31일에 ‘잊혀진 계절’은 몇 번이나 라디오에서 나올까. 방송횟수 집계사이트 ‘차트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엔 시월의 마지막 날 하루에 90회가 나왔다. 2018년엔 60회, 2017년엔 75회였다. 가장 많이 방송된 해는 2007년으로 131회나 전파를 탔다. 하루 100회를 넘긴 날도 모두 4회(2011년 103회, 2008년 114회, 2007년 131 회, 2006년 103회)에 이른다.

10월의 마지막 날에 유독 많이 ‘공급’되는 노래가 더 있다. 배리 매닐로의 ‘When October Goes’와 바리톤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작년 10월 31일 하룻동안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44회, ‘When October Goes’는 23회 라디오에서 나왔다.

가을은 감상(感傷)을 감상(感想)하는 계절이다. 상처를 다시 한 번 느끼며, 생각하고 사색할 수 있는 10월이 저물어 간다.

스포티비뉴스=김원겸 기자 gyumm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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