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한 구위를 갖춘 윌머 폰트는 SK의 새 외국인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2017년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다 한 선수에 말 그대로 ‘꽂혔다’. 선발로 뛰면서도 80구 이후에도 150㎞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구위 하나는 진짜였다. 실제 당시 트리플A 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 투수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영입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소속 구단인 LA 다저스는 이 선수의 이적료로 무려 100만 달러를 불렀다는 후문이 파다했다. KBO리그 구단들이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결국에는 풀지도 않았다. 시즌 중 메이저리그로 올리면서 영입이 무산됐다. 그런데 3년 뒤 SK는 이 선수의 사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윌머 폰트(30)가 그 주인공이다.

SK는 31일 폰트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신입 외국인 선수 상한선인 100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85만 달러)를 꽉 채웠다.

사실 2021년 외국인 선수 3명 중 가장 먼저 계약이 확정된 선수가 폰트였다. 토론토에서 양도지명(DFA) 명단에 오른 뒤 SK가 접근해 일찌감치 대략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르위키의 계약, 로맥의 재계약보다 훨씬 이전의 시점이었다. 특별한 저울질 없이 곧바로 접촉해 사인했다는 점은 SK가 폰트의 기량에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장점이 많고 오래 지켜봤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입에 장애물도 있었다. 일본의 2개 구단 정도도 폰트의 영입을 위해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폰트는 3년 전부터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 얼굴이 익숙한 SK의 손을 잡았다. 폰트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심신이 다소 지쳐 있을 법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준 SK에 “고맙다”라고 말했다. 계약이 체결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폰트는 메이저리그 통산 96경기(선발 22경기)에서 7승11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했다. 텍사스, LA 다저스, 오클랜드, 탬파베이, 뉴욕 메츠, 토론토를 거쳤다. 짧은 시간에 많은 팀을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MLB 팀들도 폰트의 기본적인 기량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만하다.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은 오프너 격도 제법 있었지만, 트리플A에서는 꾸준하게 선발로 육성된 자원이기도 하다. 올해 토론토에서 불펜으로 뛰었지만 선발 전향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폰트는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KBO리그 그 어떤 외국인 선수에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한 선수다
구위 하나만큼은 KBO리그의 그 어떤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기대가 크다. 폰트는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올해 기준 95마일(153㎞)에 이른다. 힘을 낼 때는 96~97마일(154.5㎞~156.1㎞)의 공도 던진다. 최고 구속은 이를 더 상회한다. 여기에 싱커성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어 공략이 까다롭다. 빠른 공과 짝을 이루는 커브와 스플리터성 계열의 결정구, 그리고 슬라이더도 능숙하게 던진다. 커브와 스플리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폰트는 강력한 탈삼진 능력을 자랑한다. 2019년에는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10.14개, 올해도 8.27개에 이르렀다. MLB 6년 통산은 8.9개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올해 KBO리그 탈삼진 1위인 댄 스트레일리(롯데)의 MLB 통산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7.6개, 최정상급 구위를 자랑했던 애런 브룩스(KIA)는 6.5개, 크리스 플렉센(두산)은 6.5개였다. 적어도 구위 하나는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 기대를 걸 수 있다.

다소 투구폼이 큰 편이기는 하지만 슬라이드 스텝에서 큰 문제가 있는 선수는 아니고, 볼넷 비율도 그렇게 높지 않다. 트리플A 시절이었던 2016년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33개, 2017년은 2.34개로 안정적이었으며 불펜으로 뛴 올해 메이저리그 수치도 2.52개였다. 적어도 볼질을 하며 자멸하는 스타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부진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는 추측이다. 지난해 폰트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은 0.288이었던 반면, 올해는 0.448로 자신의 MLB 통산(.302)보다 지나치게 높았다. 볼넷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선발로 꾸준히 뛰면서 자기 밸런스를 찾는다면 이 또한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외국인 투수로 고전했던 SK는 윌머 폰트라는 회심의 ‘1선발’ 카드로 내년 도약을 꿈꾼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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