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서 5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될 제이미 로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5)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위기의 남자’였다. 성적 저하로 구단 내부의 평가가 회의적이었다. 불과 9월 초까지만 해도, 구단 관계자 중 로맥의 재계약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로맥은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76, 29홈런, 95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2018년(141경기 타율 0.316, 43홈런, 107타점)보다는 분명 ‘급’이 하나 낮아진 수치였다. SK는 지난해 재계약을 하면서 “이 성적이 로맥의 하한선일 가능성이 높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8월까지 93경기에서 로맥의 타율은 0.265, OPS(출루율+장타율)는 0.876이었다. 예상이 빗나갔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이 많이 든 선수였고, 모범적인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선발에 정만 앞세울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2018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걸렸다. 내년에 만 36세가 되는 나이도 문제였다. “언젠가는 한 번 바꿔야 하는데…”라는 명제가 있는 상황에서 당시까지만 해도 교체는 적기로 보였다. 그런데 그때 로맥의 반전이 시작됐다.

로맥이 고집을 버렸다. 이진영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하며 손의 위치를 뒤로 보내는 등 자신의 스타일을 바꿨다. 사실 계속해서 코칭스태프가 권유한 부분이기는 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로맥은 재계약을 위한 마지막 승부를 걸었고, 이는 적중했다. 로맥은 9월 이후 46경기에서 타율 0.317, 14홈런, 35타점, OPS 1.086을 기록하며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증명했다.

그간 꾸준히 업데이트했던 외국인 타자 리스트를 보기는 했다. 그러나 리그 적응 측면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에 도박을 거는 것보다는 로맥과 재계약하는 게 더 안전한 방안이었다. 또한 로맥이 타격폼을 수정한 이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는 점, 여전히 3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눈여겨봤던 이름값 있는 선수들은 MLB 구단에서 상당 부분 묶었던 것 또한 로맥과 재계약을 결정하게 된 하나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8월까지 로맥은 재계약의 명분이 없는 선수였다면, 9월 이후에는 그런 명분이 확실한 선수였다. 그것도 단순히 개인 기록만 올리는 홈런과 타점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에는 영양가가 턱없이 부족했다면, 9월 이후로는 분명 결정적인 순간 타선을 끌고 가는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여론 또한 로맥에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SK로서는 재계약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으로 평가된다. 

결국 SK는 31일 로맥과 재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총액 115만 달러(연봉 90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의 조건이다. 근래 들어 재계약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30일 오전 모든 협상이 마무리됐다. 30일 인천 LG전에서는 로맥과 재계약을 원하는 몇몇 팬들의 피켓이 눈길을 끌었는데 이미 로맥은 내년 계획과 함께 타석에 들어섰던 셈이다. 

2017년 SK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로맥은 이제 KBO리그에서 5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로맥은 지난 4년간 타율 0.283, 135홈런, 357타점을 기록했다. SK 역사상 최고 외국인 타자 호칭은 이미 확보했다. 또한 135홈런은 타이론 우즈(174홈런), 제이 데이비스(167홈런)에 이은 KBO리그 외국인 역대 3위 기록이다. 올해 정도의 홈런포를 가동한다면 데이비스의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 

여전히 건재한 힘, 비교적 안정적인 1루 수비를 보여준 로맥에게 팀이 기대하는 것은 확실하다. 4번 타자로서 장타를 기대하고 있다. 3할-30홈런-100타점이 기대치가 될 것이다. 로맥이 최정 한동민 등과 더불어 중심타선을 이끌어줘야 SK가 꿈꾸는 홈런 군단 부활도 가능하다. 물론 나이상 분명 로맥도 언젠가는 SK와 작별을 고할 날이 올 것이다. SK와 로맥 모두 이제 그 끝마무리가 아름답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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