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진. 제공|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29살의 배우 이유진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29살의 윤동윤을 살았다.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춘을 연기한 이유진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나 보내며 자신의 20대와도 함께 이별하고 있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 이하 브람스)에서 이유진은 채송아(박은빈)의 오랜 친구이자 바이올린 레슨 선생님 윤동윤 역을 연기했다. 

윤동윤은 예중, 예고에 서울대가 모티프가 된 극 중 명문대인 서령대에서 줄곧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바이올리니스트의 삶 대신 현악기를 만들고 수리하는 작은 공방 사장의 삶을 택하는 인물이다. 채송아의 짝사랑 대상이자 전폭적인 지지자인 그는, 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매력의 인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유진은 윤동윤의 삶을 살며 결단력 있는 그의 태도를 배웠다. 그는 "악기를 그만둬야겠다, 공방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는 자세, 내가 생각한 것을 행동에 옮기고 이뤄내는 삶의 태도를 보고 '나와 많이 닮았다', '나도 이런 걸 잊지 말고 다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윤이의 생각과 행동이 멋있었다"고 했다. 

'브람스'는 채송아가 누구보다 사랑했던 바이올린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나'를 받아들이는 결말로 안방에 여운을 남겼다. 시청자들만큼이나 결말에 몰입했다는 이유진은 "늦깎이 학생인 송아가 사람들의 무시 속에 뭔가를 이뤄내서 보여준다는 결말이 아니라 포기한다는 결말이 현실적이었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위로를 받았다. 포기가 끝은 아니지 않나. '브람스'의 결말이 그런 것들을 상기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송아가 바이올린을 했던 시기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나.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결실을 맺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이 버린 시간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이유진. 제공| 블러썸엔터테인먼트
1992년생으로, 올해 29살인 이유진은 극 중에서도 실제 나이와 같은 29살을 연기했다. 윤동윤처럼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하며 인생을 살아나가고 있는 이유진은 "저랑 하고 있는 일은 다르지만, 인생에서 비슷한 지점에 놓여 있어서 그런지 제가 하는 고민들과 비슷한 지점에 놓인 고민들이 재밌었다. 동윤이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런지 저도 연기를 하면서 동윤이의 고민들을 함께 고민했다"고 했다.

윤동윤과 함께 이유진은 20대의 마지막 장을 의미있게 써내려갔다. '브람스'에 대해 그는 "서른을 앞두고 20대의 마지막을 함께 기록한 작품이라 더 의미가 깊다"고 짚었다. 20대로서 이유진의 마지막 목표는 '한 칸 업그레이드'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는 야무진 각오다. 

"이제 곧 11월이지만, 전 아직도 올해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목표는 한 칸 업그레이드예요. 업그레이드라는 게 연기적인 게 될 수도 있고, 마인드적인 면이 될 수도 있고, 자기관리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나를 봤을 때, 혹은 이후에 돌이켜 봤을 때 업그레이드 됐다고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내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판단은 저만이 내릴 수 있을테니까요. 사실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30대가 되면 흥미로운 삶의 챕터에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30대에 알맞은 프레시한 상태로 들어가고 싶어요. 업그레이드라는 단어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브람스'를 연출한 조영민 PD는 이유진에게 애정어린 업그레이드 방안을 조언했다. 이유진은 "PD님께 업그레이드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몸을 키워보라고 하시더라. 이런 각을 만들어 보라고까지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셨다. 감독님의 직업적인 눈에서 본 것 같은데, 화면에서 이 배우가 이런 무기까지 갖추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정말 감사했다. 그런 조언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주시듯이 마지막에 해주시니 기뻤다. 당연히 기본적인 운동은 하고 있었지만 감독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열심히 해봐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 이유진. 제공| 블러썸엔터테인먼트
단단한 속내를 가진 이유진은 의외로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쟁'이 이유진에게는 '열정의 불씨'로 작용한다. 이유진은 "학교 다닐 때도 그렇지만 오히려 적이 많으면 열심히 하게 되는 스타일 같다. 나를 증명하고 그런 작업이 오히려 힘이 된다. 오디션만 해도 경쟁 아닌가. 작품을 할 때마다 늘 오디션을 봐야 한다. 항상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당연하다. 경쟁해야 하는 게 제 직업이다. 그게 불편하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승부사 이유진에게도 늘 끊임없이 평가받아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군가의 행복한 시간 안에 머물러 있다는 뿌듯함은 이유진을 끝없이 담금질하게 한다.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싶을 때, 흥미를 찾을 때,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게임을 하든, 음악을 듣든, TV를 보든 예술, 예체능을 찾지 않나. 제가 그런 요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게 멋진 일 같다. 저는 누군가의 멋진 하루의 행복한 시간에 속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브람스'로 20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한 이유진은 작품과도, 윤동윤과도 작별할 준비 를 마쳤다. 그는 "'브람스'에는 꿈을 좇아가는 인물도 있고, 꿈을 포기한 인물도 있고, 실패한 인물도, 성공한 인물도 있다. 각자 꿈의 모양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인물들을 보면서 시청자 분들이 위로받으셨다면 좋겠다. 실패하고 포기하는 게 끝은 아니다. 모두에게 익숙한 말이지만 본인이 정작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는 쉽게 그런 말들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나에게 하지 못하는 그런 말을 우리 드라마가 해준 것 같아서, 꼭 '브람스'로 위로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시청자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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