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구창모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NC 다이노스는 2020년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2011년 3월 창단한 지 9년, 2018년 10위까지 추락한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동욱 NC 감독은 부임 첫해인 지난해 팀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나성범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한 상황에서 외야수 이명기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고, 젊은 내야 백업 선수들이 골고루 경험을 쌓아 뎁스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특급 FA 포수 양의지를 4년 125억 원에 영입하면서 수비와 마운드 안정화, 타선 강화까지 3가지 토끼를 노렸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를 비롯한 선발진의 안정감이 떨어졌다. 드류 루친스키는 승운이 따르지 않아 9승에 그쳤고, 구창모와 이재학이 10승은 챙겼으나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다.

이 감독은 시즌을 마친 뒤 확실한 1, 2, 3선발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움직였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국내 에이스까지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 3명은 확보해야 2019년 성적보다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구창모가 3선발로 자리를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바람이 담겨 있었다. 

23살 좌완 구창모는 최고의 전반기를 보냈다. 13경기에서 9승, 87이닝, 99탈삼진, 평균자책점 1.55로 맹활약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구창모가 초반에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분에 팀이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구창모는 규정이닝을 목표로 했지만, 몸 상태가 허락하지 않았다. 전반기 이후 왼팔 전완부 염증과 왼팔 미세 피로 골절로 3개월 가까이 재활에 전념했다.

이때 두각을 나타낸 게 20살 우완 송명기다. 입단 3년째가 되는 2021년쯤부터는 1군 선발투수로 활용하려던 선수였다. 송명기는 구창모가 부상, 이재학이 부진으로 이탈한 틈에 선발 기회를 잡아 11경기에서 7승3패, 56이닝, 평균자책점 3.70으로 활약했다. 

이 감독은 "(송)명기는 이재학이 안 좋고, 구창모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빠르게 기회를 얻었다. 선발이 헐거워진 상황이었는데, 전반기에 구창모의 퍼포먼스로 상승세를 탔다면, 후반기는 송명기가 힘을 내주면서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어 줬다. 구창모와 송명기 같은 선수들이 나오면서 팀이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 NC 다이노스 송명기 ⓒ 연합뉴스
외국인 원투펀치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29승을 책임졌다.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는 18승5패, 178이닝, 평균자책점 3.13, 마이크 라이트는 11승9패, 157⅔이닝,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 2명에 전반기 구창모, 후반기 송명기가 확실히 버텨준 덕분에 선발 5명을 확실히 꾸리지 못한 상태에서도 한 시즌 내내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다. 

2018년에 입단한 또 다른 20살 좌완 김영규도 4, 5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로 나선 12경기에서 2승1패, 56⅔이닝, 평균자책점 3.97로 활약했다. 

깜짝 한 시즌 1위가 아닌, 꾸준히 정상에 머물기 위해서는 탄탄한 선발진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2015년, 2016년, 2019년)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가 그랬다. 2016년 '판타스틱4'로 불린 더스틴 니퍼트(22승)-마이클 보우덴(18승)-장원준(15승)-유희관(15승)이 함께할 때 가장 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2016년 NC는 두산 판타스틱4의 힘에 밀려 창단 처음으로 진출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4전 전패로 아쉬움을 삼켰다. 

NC는 올해 상승세를 이끈 구창모와 송명기가 모두 2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미래가 더욱 밝다. 두 선수 다 제대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진 못했지만, 두 선수 모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 계속해서 큰 경기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젊은 투수들이 올해 보여준 가능성을 발판삼아 내년에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면 NC는 꾸준히 강팀으로 남을 수 있다. 창단 첫 역사를 쓴 올해보다 그 이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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