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kt는 이제 다시 전력을 채워 넣어야 할 시기가 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팬들은 약속을 지킨 선수단을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다. 이강철 kt 감독과 선수들은 1년 전과 달리,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개선장군’들이 됐다. 2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롯데의 경기가 끝난 직후의 풍경이었다.

이 자리에는 선수단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남상봉 대표이사와 이숭용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도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강철 감독과 이숭용 단장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kt는 이날 한결같았던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근사한 포스트시즌 출정식이었다.

올해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kt는 현장과 프런트가 똘똘 뭉쳤다. 이강철 감독은 현장의 공만 앞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음지에서 뒷바라지를 한 프런트의 공을 잊지 않는다. 이 감독은 25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이숭용 단장의 장점을 칭찬해달라는 질문에 “다 좋다. 다 잘해줬다. 이래라 저래라를 한 번도 안 했다”고 고마워했다. 

이 감독은 “부담을 안 주려고 했고, 방패 역할을 많이 해줬다. 나한테 들어온 이야기가 없었으면 분명히 혼자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장과 프런트 사이의 유기적인 호흡은 물론, 서로의 영역을 확실하게 지켜줬다는 의미다. 오히려 이 단장이 그 사이에서 속을 많이 앓았을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추측이다. 

이처럼 kt 프런트는 올해 팀 성적 향상의 숨은 공신이라고 할 만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또 있었다. 무엇보다 그룹의 관심이 커졌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구현모 대표이사부터 kt 선수단을 각별하게 챙겼다. 선수단의 체력 보충을 위해 한우에 이어 장어를 선물로 보내는 등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단순히 음식이 문제는 아니었다. 구단이 선수단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가 대외적으로 드러났다는 게 더 중요하다. 선수단, 넓게 볼 때 야구단 전체에 큰 동기부여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kt 수뇌부와 그룹의 결단만 있다면 즉시전력감 FA를 영입할 만한 여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이제 관심은 또 다른 선물로 쏠린다. kt는 올해 지난해 승률 5할에 이어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당초 목표를 이뤄냈다. 이제는 더 높은 곳, 그리고 더 먼 지점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재 가진 자원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단의 적절한 투자도 필요하다. 내부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적절한 외부 수혈은 팀 전력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리는 좋은 방안이 된다.

시점상으로도 그렇다. kt는 창단 후 몇몇 외부 프리에이전트(FA)를 영입했다.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은 그 유산이다. 이들은 전체적인 팀의 뼈대를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마지막 FA 영입이었던 황재균과 계약도 이제 내년이면 끝난다. 즉, 3년 동안 큰 전력 보강이 없었다는 것이다. kt는 트레이드, 방출 선수 영입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이제 주축 선수들 중 상당수가 30대다. 강백호 소형준 배제성 심우준 등으로 대변되는 젊은 선수들이 크고 있고 고영표 심재민이라는 즉시 전력감 투수들도 돌아온다. 그러나 아직은 베테랑 의존도가 높고, 백업이 약한 kt다. 또한 어린 선수들 중에서는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앞선 FA 선수들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틀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도전할 만한 팀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것을 채워 넣어야 할 시기임은 자명하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kt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자원들이 더러 있다. 물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 구단들의 재정 형편이 죄다 어려운 상황임은 맞다. 올해 연봉 인상 대상자가 많다는 것도 계산에 둬야 한다. 그러나 kt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팀이다. 올해 등록 선수 52명(신인·외국인 선수 제외)의 총 연봉은 52억2100만 원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1위 롯데(90억1600만 원)와 큰 차이가 난다. 이 기준 60억 원이 안 되는 리그 유일의 팀이었다.

유한준 박경수의 연봉은 계약 만료와 함께 팀 페이롤 계산에서 지워질 것이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 자격을 얻는 황재균이 잔류한다 해도 지금보다는 연봉 덩치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를 계산하고, 그룹의 ‘결단’이 있다면 FA 영입의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 전반의 관측이다. 적절한 투자는 구단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팬심’에도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2020년 KBO 올해의 프런트가 또 한 번 움직일지도 겨울 관심사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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