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나도 감독인데, 다른 팀에서 계약 안 한 선수를 굳이 데려와서 쓰고 싶은 마음은 없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솔직한 말이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재계약의 첫 번째 조건은 실력과 성적이다. 한 시즌 동안 충분히 실력을 뽐내 팀에 기여했다면 구단은 그에 맞는 계약서를 내민다. 재계약이 결렬된 선수는 한 시즌을 더 함께하기 부족하다는 뜻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실패한 선수다. 

두산은 올해 '실패한 선수'와 70만 달러에 손잡고 에이스로 키웠다. 라울 알칸타라(28)가 주인공이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kt 위즈에서 데뷔해 11승11패, 172⅔이닝, 100탈삼진,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kt는 알칸타라의 직구 구위는 빼어나지만, 변화구에 큰 약점이 있다고 판단해 재계약을 포기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33, 밀워키 브루어스), 세스 후랭코프와 재계약이 결렬되면서 알칸타라에게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변화구에 약점이 있어도 평균 구속 150km를 웃도는 직구가 매력적이었다. 두산 타자들의 '알칸타라 체험 소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두산 관계자들은 알칸타라의 계약을 고민할 때 타자들이 "직구는 정말 공략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듯 한 말을 떠올렸다. 한국 야구에 적응할 기간이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었다.

김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한) 다른 팀 선수를 데려올 때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게 첫 번째 조건이다. 타자들이 느낀 그 선수의 좋은 점을 들어보고, 그 선수가 우리 팀에 오면 이 정도는 조금 더 잘할 것 같다는 내용을 구단과 상의해서 데려온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의 노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알칸타라는 기존 변화구를 다듬으면서 포크볼을 새로 장착했다.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차이가 나던 투구 버릇도 고쳤다. 그 결과 14경기에서 10승1패, 90⅓이닝, 83탈삼진, 평균자책점 2.89로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20승도 가능한 페이스다.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는 "알칸타라는 kt에 있을 때 직구 비율이 높아 경기 중반 이후 공략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본인도 변화구 구사율을 높일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 보통 외국인 선수 같은 경우 본인이 가진 틀 안에서 움직이려 하는데, 알칸타라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캠프 때부터 꾸준히 변화구를 신경 쓰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 2018~2019년 두산 베어스 에이스로 활약한 조쉬 린드블럼 ⓒ 한희재 기자
알칸타라 이전에 비슷한 사례로는 린드블럼이 있다. 린드블럼은 롯데 자이언츠(2015년~2017년)에서 실패한 투수는 아니었지만, 2018년 두산으로 이적해 특급 투수로 성장했다. 2018년 15승4패, 168⅔이닝, 157탈삼진,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20승3패, 194⅔이닝, 189탈삼진, 평균자책점 2.50으로 활약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골든글러브 타이틀까지 차지한 린드블럼은 미국으로 금의환향했다.  

김 코치는 "린드블럼은 미국(2017년 전반기)에 다녀와서 투구 패턴에 조금 변화를 준 것 같다. 커맨드가 워낙 좋은 투수인데, 커터라는 구종을 추가해서 두산에서 완성했다. 전력분석을 하면서 직구, 커터, 커브, 포크볼에 상대팀에 따라 체인지업을 추가해서 던졌다. 공부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는 영리한 선수"라고 되돌아봤다. 

리그 정상급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두산과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김 코치는 "린드블럼과 알칸타라는 구위, 제구력 등 원래 가진 것 자체가 좋지만, 우리팀 야수의 도움(수비력, 공격력)이 더해져 심리적으로 편할 수 있다. 두 선수가 6이닝 2점, 7이닝 3점 정도 준다고 봤을 때 5회 안에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주면서 더 자신 있게 투구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니까 상승 효과를 본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이라는 강팀에서도 개인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을 맛볼 수 없다. 알칸타라와 린드블럼 모두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 또 한 단계 더 성장하려는 각자의 노력이 있었기에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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