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정수빈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앞에 번트 작전 2번 실패한 것은 다 잊어버렸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22일 잠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외야수 정수빈(30)의 플레이를 이야기하며 껄껄 웃었다. 정수빈은 2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0-0으로 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초구, 2구 번트에 모두 실패한 뒤 3구째를 공략해 우익수 오른쪽 적시 3루타를 날렸다. 6회 대거 6점을 뽑으면서 상대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끌어내리고, 6-1 승리의 발판이 된 활약이었다. 

김 감독은 작전 상황을 이야기하며 "어제(21일)는 상대 투수가 정말 잘 던져서 1점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뒤에 7, 8회까지 가도 두 투수로 승패가 갈리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정수빈에게 번트 작전을 냈는데 다 잊었다.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는가"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정수빈은 번트 상황과 관련해 "실패하고 어떻게든 주자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투수가 실투를 던지고 운 좋게 (타구가) 빠지는 바람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결과론이지만, 더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번트를 많이 대는 스타일인데, 1점 싸움에서 실패했으면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있었다. 어쨌든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 감독은 최근 광주 원정을 떠났을 때 타격 훈련하던 정수빈에게 한 소리 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7월 초까지만 해도 타석에서 주춤하던 정수빈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75(32타수 12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수빈이 또 무언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어 혼을 냈다는 것. 

김 감독은 "광주에 가서 쓸데없이 이상한 시도를 하더라. 그래서 뭐라고 했다. 세게 치려고 하던데, 어제도 연습할 때 생각이 많더라. 이렇게 저렇게 쳐보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결같이 하다 보면 좋아지는데 급하게 생각해서 변화를 주다 보면 자기 것이 없어진다. 그러면 슬럼프도 길어진다. 충분히 잘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 한 소리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정수빈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정수빈은 "혼난 기억이 없다. 다 잊어버렸나 보다"라고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믿고 기용해주시고 있고, 당연히 감독님도 더 잘되라고 하는 말씀이니까 크게 신경은 안 쓴다. 나 자신이 가끔 왜 이렇게 못하나 생각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못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크게 후회를 안 하려고 한다. 한 타석 한 타석 도움이 되려는 생각뿐"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런 마음가짐이 정수빈이 2009년 데뷔 시즌부터 두산의 주축 선수로 활약한 밑거름인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정)수빈이는 센스 있고 잔 플레이를 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대범하다. 그래서 큰 경기에 강하고 집중력이 좋다. 친구인 (박)건우, (허)경민이랑 다른 점"이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또 정수빈의 가장 좋은 점은 어디 아픈 데가 없다. 5년 동안 근육이 뭉친다거나 어디 아프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경기하다 눈에 보이게 어디 맞아서 다친 게 아니면 절대 보고가 안 올라온다. 자기 관리를 안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덧붙이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수빈은 "딱히 아픈 곳이 없다. 경기하다 크게 다치면 어쩔 수 없지만, 트레이닝 코치님들은 아실 것이다. 나는 치료실에 거의 안 간다. 다쳐도 치료를 잘 안 받는다.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매일 해야 하는 운동 아닌가. 다리나 팔이 빠졌다고 해도 어차피 다음날 또 빠진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는 답변에 왜 김 감독이 정수빈을 신기하게 느끼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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