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순위 신경을 왜 안 쓰겠어요. 신경 쓰죠. 신경 쓰는데, 1위 하고 싶다고 1위 하나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다운 솔직한 대답이다. 두산은 17일 현재 36승25패 승률 0.590으로 2위다. 1위 NC 다이노스(40승19패1무)와 5경기차고, 3위 키움 히어로즈(37승26패)와는 경기차 없이 승률에서 3리 앞선다. 

김 감독은 시즌을 되돌아보며 "하루하루가 승부처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답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승부를 걸기가 쉽지는 않다. 부상 선수가 없고, 베스트 멤버가 있을 때가 좋은 성적을 내야 할 때가 맞다. 그런데 (야구가) 사람이 하는 일이라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오고 걱정스러울 때 의외로 성적이 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고, 불펜 구상이 어긋나고, 내야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김 감독은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변수가 없을 수 없다고 늘 이야기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날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내보낸다"는 전략으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6시즌째 팀을 꾸려가고 있다. 

시작은 불펜 보강이었다. 시즌 초반 마무리 투수로 낙점한 이형범이 흔들렸고, 함덕주와 박치국, 최원준 등은 기복이 있었다. 베테랑 권혁, 이현승 등도 부진과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무엇보다 강속구 투수 갈증이 컸다. 지난 5월 SK와 트레이드로 이승진을 데려왔고, 지난달 KIA와 트레이드로 홍건희를 영입했다. 두 투수 모두 시속 140km 후반대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우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홍건희 영입 효과는 컸다. 홍건희는 두산 이적 후 12경기에서 1승, 1세이브, 4홀드, 17⅓이닝,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며 단숨에 셋업맨 자리를 꿰찼다. 마침 함덕주까지 페이스를 찾으면서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아줬고, 채지선, 최원준, 박치국 등이 안정감을 더했다. 

지난달 초 선발 이용찬이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을 때는 박종기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6경기(선발 5경기)에서 24⅔이닝,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했다. 풀타임 선발을 준비한 선수가 아니기에 체력, 상대 분석 여파 등으로 최근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5선발로는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박종기는 최원준과 함께 1+1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때로는 롱릴리프 임무도 맡을 예정이다. 

두산 내야는 베스트 멤버가 온전히 다 뛰기 힘들 정도로 부상이 잦았다. 지난달에는 3루수 허경민(손가락), 1루수 오재일(옆구리), 2루수 오재원(햄스트링), 유격수 김재호(어깨)가 모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김재호는 16일 왼쪽 어깨 통증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황이다. 

지난달 허경민, 오재원, 오재일이 한꺼번에 빠져 있을 때는 백업 내야수 이유찬과 권민석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타격은 기존 선수들과 비교하면 꾸준하지 못해도 수비만큼은 큰 구멍이 나지 않게 착실하게 해나갔다. 

최근 김재호가 이탈했을 때는 기존 내야수들의 멀티 능력에 기댔다. 허경민이 유격수로 자리를 옮기고, 최주환이 3루수, 오재원이 2루수로 나서면서 수비 안정과 공격력 강화가 가능한 방안을 찾아 나섰다.

두산은 또 한 차례 위기와 마주할지도 모른다. 2선발 크리스 플렉센이 16일 잠실 SK전 도중 타구에 왼발을 맞아 1이닝 만에 교체됐다. 이날은 박치국(4이닝)과 채지선(2이닝)이 버텨준 덕에 4-2로 이겼지만, 플렉센의 부상 이탈이 예상돼 또 대안을 찾아야 한다. 플렉센은 부상 부위의 부기가 심하고 피가 고여 있어 17일 다시 병원 검진을 받기로 했다. 

어쨌든 버티고 버틴 결과 2위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무리하지 않고 그날 최선의 전력을 구성해 정규 시즌을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이지만, 아무리 경기가 팽팽해도 버릴 때는 버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계산을 감독은 해야 한다. 1점 승부라고 투수를 그냥 내지 않는다. 잡을 것 같아도 내일 경기에 에이스가 나가면 그 경기는 포기하고 에이스가 나오는 경기를 잡는다는 계산을 한다. 아쉬운 경기에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 잘못되면 그 피해가 더 크다"며 지금처럼 묵묵히 순위 경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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