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스턴 시절의 타일러 화이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가 새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시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당초 계획했던 투수가 아닌 타자다. 외국인 선수 수급 시장 사정도 있었고, 침체된 타선을 살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또한 반영됐다.

SK는 16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타일러 화이트(30)와 총액 16만 달러(연봉 13만 달러·인센티브 3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SK는 6월 2일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던 투수 닉 킹엄을 웨이버 공시하고 대체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다. SK는 “올 시즌 침체된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야수를 물색하던 중 몇 년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타일러 화이트와 계약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이트는 휴스턴과 LA 다저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4시즌을 뛴 우타자다. MLB 통산 257경기에서 타율 0.236, 26홈런, 10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5를 기록했다. 휴스턴 소속이었던 2018년에는 MLB 66경기에서 12개의 대포를 터뜨린 경력도 있다. 지난해에도 휴스턴과 LA 다저스를 오가며 MLB 83경기에 뛴 현역 메이저리거다. 

마이너리그 경력은 더 증명할 것이 없다. 트리플A 4시즌에서 타율 0.311, OPS 0.938을 기록했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KBO리그의 다른 외국인 선수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없다. 정교함과 장타력 모두 가지고 있고, 적어도 KBO리그 레벨에서는 큰 약점이 없을 만한 타격 기록들이 돋보인다.

SK는 킹엄을 대체할 외국인 투수를 먼저 물색했다. 킹엄을 웨이버하기 2주 전쯤, 한 베테랑 좌완 투수를 입국시켜 자가격리 2주를 끝낸 뒤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이 투수는 최고 149㎞까지 던지며 기대를 모았다. 계약과 함께 킹엄을 웨이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메디컬테스트에서 팔꿈치 뼛조각이 발견돼 계획이 무산됐다. SK는 일단 킹엄만 웨이버 공시를 하고, 미국에서 새 투수를 찾기로 했다.

SK는 내년까지 생각하고 투수를 찾았다. 이적료를 지급하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한 선수를 원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가 아닌, 정말 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투수를 찾는 것처럼 구단의 리스트 앞쪽부터 샅샅이 훑었다. 내년을 생각해도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외국인 투수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국내 투수들의 어깨 피로도를 고려해야 했다. 다만 MLB도 개막을 앞두고 있는 판에 그런 투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간 관심이 있었던 화이트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협상한 끝에 16일 최종 결정이 났다. SK는 올 시즌 타선 침체로 잡을 수 있는 경기의 승기를 굳히지 못해 유독 필승조 소모가 심했던 기억이 있다. 타선이 살아난다면, 마운드도 도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손차훈 SK 단장은 “당초 투수를 찾을 계획이었는데 시장 여건이 만만치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마이너리그 성적은 지금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다른 선수들보다 낫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춘 타자고, 이미 메이저리그 쪽 관계자를 통해 인성 등 다른 부분까지 모두 체크를 마쳤다”고 말했다. 1군 투수 파트에는 일찌감치 양해를 구했다. 마운드는 젊은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해 한 선수에 부담을 지우는 일 없이 무난하게 시즌을 풀어가겠다는 구상이다.

SK는 올 시즌 타격 침체 속에 9위까지 처졌다. 화이트가 마이너리그 당시의 성적만 보여줘도 큰 도움이 된다. SK는 화이트를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전시키고, 제이미 로맥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맥은 1루는 물론 3루와 외야수가 가능하다. 화이트의 영입은 전체적인 팀 타격의 향상은 물론 최정과 로맥 등 다른 선수들의 휴식 시간도 배려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간 5번 이후로 타순이 약해 쉽게 구사하지 못했던 강한 2번 전략도 가능해진다. 

한편으로는 화이트의 영입으로 로맥의 긴장감도 배가될 전망이다. SK는 내년에도 타자 2명으로 외국인 라인업을 꾸릴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투수 2명, 타자 1명의 구도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온다. 물론 타선의 파괴력이 대단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으나, 포지션이 겹치는 화이트와 로맥 중 한 명만 생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계속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로맥도 이제는 생존 경쟁을 해야 한다.

화이트와 포지션이 겹치는 1루 백업 자원, 그리고 로맥의 외야행으로 외야수 주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화이트는 조만간 입국해 2주 자가격리를 마친 뒤 늦어도 8월 중순 내에는 1군에 합류한다는 계획이다. 한 달도 안 될 시간 동안 내부 경쟁도 볼만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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