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오승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평균자책점 5.68, WHIP(이닝당 출루 허용) 1.74, 피안타율 0.292. 1군과 퓨처스리그를 오가는 구원투수 성적처럼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 '끝판대장' 오승환 성적이다.

오승환이 부진하다. 오승환은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1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지며 올 시즌 첫 패전투수가 됐다. 2-2 동점인 9회초 2사 1, 3루에 최형우에게 우월 3점 홈런을 허용하며 팀 2-5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이날 한 경기 내용으로 부진을 논하기는 어렵다. 축적된 경기 결과가 오승환 부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4일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1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2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삼성은 오승환 2실점으로 1회부터 잡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유격수 김지찬 호수비가 없었다면, 오승환은 패전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오승환은 최근 4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6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 상황이 두 번이었는데, 모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1패를 안았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복귀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포심 패스트볼 속도가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9년 수술을 결정하기 직전 오승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약 147km/h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오승환 올 시즌 포심 평균 구속은 145.3km/h이다. 오승환은 수술 직전보다 평균 1.7km/h 정도 느린 공을 던지고 있다.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하며 14홀드 19세이브를 챙겼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데뷔 시즌인 2016년에는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약 150km/h를 기록했다.

빠른 볼이 느려졌음에도 구사율이 높다. 올 시즌 오승환 패스트볼 구사율은 59.1%다. 슬라이더 27.6%, 체인지업 9.3%, 커브 2.2%를 던지고 있다. 오승환은 평균 150km/h를 가까이 던지던 2016년과 2017년, 포심 패스트볼을 60% 이상 구사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구사율을 줄이고 슬라이더, 커브 구사율을 늘려갔다. 세계 최정상급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이겨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리그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승환이 회복되지 않은 구속의 포심 패스트볼을 최근 2년보다 많이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승환을 만난 KBO 타자들은 오승환의 포심 패스트볼에 잘 대응하고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오승환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냈을 때 83.3% 비율로 콘택트에 성공했다. 안타를 다 만들지는 못해도, 많은 경우 맞히는 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패스트볼 피OPS는 0.972, 왼손 타자 상대 피OPS는 1.367로 매우 부진하다. 

오승환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포심 패스트볼을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구종 구사가 가능해진 오승환이지만, 결국 그를 지탱한 공은 '돌직구'로 불린 포심 패스트볼이다. 타자들은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잡고 타석에 들어간다. 오승환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친 최형우도 "패스트볼 노림수를 갖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오승환 구속이 예전 같지 않다면, 공략은 더 쉬워진다.

KBO 리그 타자들은 포심 패스트볼을 잘 친다. 스탯티즈 타자 구종 가치에서 100구당 구종 가치 포심 패스트볼 부문에서 음수를 기록하고 있는 팀은 SK 와이번스(-0.08)와 한화 이글스(-0.66)뿐이다. 나머지 팀들은 빠른 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오승환은 엄청난 구속으로 타자를 상대한 투수가 아니다. 리그 평균 이상의 구속과 구위를 앞세워 타자들을 이겨내며 최정상급 마무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구위가 나쁘지 않다 하더라도 타자들이 손댈 수 있는 수준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인플레이 타구 허용 가능성이 커지면, 당연히 피안타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삼성 외국인 선발투수 벤 라이블리가 오는 18일 선발 등판한다. 휴식을 위해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원태인이 19일 이후 돌아온다. 삼성 선발투수 완전체가 머지않았다. 삼성 맞이하는 올 시즌 첫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발 야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마무리투수가 불안하면 다잡은 승리를 놓치는 헛걸음을 하게 될 수 있다. 오승환 복귀 전 뒷문을 지켰던, 마무리투수 우규민의 보직 변경 등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오승환 경기력 회복이 당장 일어날 수 있으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이를 당장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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