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의 연.참.시'(연예참견시점)는 연예계 다양한 현상이나 이야기를 '참견자' 시점에서 들려드립니다.

▲ 혼성그룹 싹쓰리 멤버 유재석, 이효리, 비(왼쪽부터).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이 멜로디, 낯설지 않다.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아련한 감성을 건드는 90년대 특유의 멜로디가 향수를 자극한다. 한 번 들어도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으로, 쉽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화제의 혼성그룹 싹쓰리의 타이틀곡 이야기다. 유재석, 이효리, 비 혼성그룹 싹쓰리 타이틀곡 '다시 여기 바닷가'가 '90년대 댄스 음악 재질'로 벌써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사실 지난해 '탑골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 90년대 음악이 '힙'한 장르로 각광받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최근 90년대 음악은 오늘날 스타일로 변환, 곳곳에 드리워졌다. 음원 차트에는 90년대 노래 리메이크곡들이 한 달 넘게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고, 90년대 음악을 장르로 하는 레트로 뮤지션들도 리스너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린, 박문치 등이 그렇다. 최근의 히트곡을 90년대 스타일로 편곡한 유튜브 채널도 온라인에서 화제 몰이 중이다.

그런데 90년대 오리지널 스타 작곡가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탑골열풍'에도 조용한 분위기. 최근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이 '90년대 댄스 음악 1타 강사의 과외'를 받기 위해 주영훈을 찾아가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주영훈은 이날 방송에서 "최근에 만든 곡 중에서 히트한 곡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세대 교차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사실 주영훈은 90년대 톱 작곡가로,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장르 불문한 히트곡 제조기였다. 성진우 '포기하지마', 임상아 '뮤지컬', 터보 '나 어릴적 꿈' '선택' '트위스트 킹' '스키장에서', 김현정 '실루엣', 코요태 '비몽', 슈가 '샤인'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었다. 특히 영혼의 콤비라고 불린 엄정화의 히트곡 '배반의 장미' '포이즌' '페스티벌' 등을 작곡했는데, 엄정화 타이틀곡 수익만 60억 원을 거뒀다고도 밝힌 바 있다.

주영훈 이외에도 윤일상, 김형석 등이 90년대를 풍미한 작곡가들이다. 윤일상은 쿨과 터보의 대다수 곡들을 만들었고, 김형석은 조성모 임창정 신승훈 성시경 등 발라드 명곡을 다수 작곡했다. 이들이 바로 '탑골 테디'이자, '탑골 황현'인 셈이다. 90년대 작곡가들은 한국 정서를 기반으로, 대중들이 선호하는 멜로디를 만들어냈고, 이들의 히트곡은 한번 탄력받으면, 닳고 닳을 때까지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이러한 90년대 톱 작곡가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K팝이 본격적으로 글로벌화되면서부터다. 아이돌 음악이 주류가 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럼에도 90년대 작곡가들이 오늘날 K팝 장르의 기반을 닦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90년대 노래가 팝스타일의 비트와 화려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아이돌 음악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스타 작곡가들은 최근 곡 작업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지만, 각종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 등 한국 음악 발전 혹은 후배 양성을 위해 힘쓰는 중이다. 

▲ 주영훈, 윤일상, 김형석(왼쪽부터). 제공ㅣ클라이믹스, 키위미디어엔터테인먼트, 내가네트워크

또 다른 한편에서는 90년대 스타 작곡가들의 '본업' 귀환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지금의 문화 주소비층인 2030세대다. 이들은 90년대 음악을 듣고 자라나, 현재 '탑골열풍'을 소구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90년대 음악은 자신들의 음악적 기호를 만든 뿌리이자 자양분일 터다.  

추억은 보정된다고도 하지만, 클래식이 베스트라는 것은 영원한 불문율이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는 늘 있는 법이고, 다시는 완전하게 돌아올 수는 없기에 더 값진 것이다. 빠르게 흘러가던 시간이 코로나19로 멈춘 것만 같은 요즘, 멜로디가 느리게 변화되는 90년대 음악만의 감성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원조에는 힘이 있다. 90년대 감성을 새로 만든 싹쓰리도 좋고, 리메이크곡도 좋지만, 90년대 작곡가들의 '오리지널 명곡'을 다시 공감하거나,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기를. 그리고 촌스러운 '꼰대' 음악이 아닌, K팝의 초석을 이룬 90년대 스타 작곡가들의 화려한 컴백도 머지않았기를 기대해본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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