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워너원. 제공l스윙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구가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이들은 엠넷 '프로듀스101'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하지만 이들이 세운 업적, 기록, 명예 그리고 추억까지 모두 빛이 바래게 생겼다. 해당 프로그램이 조작 사실이 '제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이 5일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 제작자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는 모든 시즌에 투표수와 순위에 개입했다. 시즌 1부터 시즌4에 이르기까지 전편에 걸쳐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와 방청객들의 현장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것. 검찰은 이들에게 사기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초 안준영 PD는 '프로듀스101' 시즌 3,4만 조작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내 시즌 1,2 투표수 조작도 시인했다. 이 두 시즌은 지난 2016년, 2017년 방영으로 그룹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을 배출했다. 이 두 그룹은 활동 종료, 멤버들 모두 원소속사로 돌아가 각자 활동하고 있는 상태. 

▲ '프로듀스101' 시즌 1 포스터. 제공l엠넷

아이오아이를 배출한 '프로듀스101'은 해당 프로그램 원조 시즌. 101명이라는 많은 연습생이 오디션에 참가하고, 국민프로듀서인 시청자들이 직접 뽑는다는 프로그램 취지는 처음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 되고나서, '프로듀스101'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호평을 받았고, 결국 톱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배출하는가 하면, 다음 시리즈 방영까지 영향력을 뻗었다. 

하지만 시리즈는 결국 시즌 4에서 끝나는 모양새다. 시즌 4인 '프로듀스X101' 최종화 직후, 많은 이들이 일정한 배수로 집계된 투표수에 의구심을 제기했고, 결국 전 시리즈 투표수 조작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 '프로듀스101' 모든 시즌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준영 PD. ⓒ곽혜미 기자

특히 안준영 PD는 시즌1을 제작하면서 1차 투표부터 결과를 조작했다. 1차 선발 대상자를 선발하면서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와 방청객들의 현장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것. 61위 안에 있던 두 명의 연습생을 61위 밖으로 넣고 61위 밖에 있던 연습생 2명을 61위 안으로 순위를 올렸다. 이 연습생들은 다음 미션을 할 기회조차 뺏긴 셈이다. 

'국민 아이돌' 워너원을 배출한 시즌 2에는 김용범 CP도 개입됐다. 김 CP는 최종 생방송에서 이뤄진 시즌2 4차 투표에서 사전 온라인 투표 및 생방송 문자투표 결과 11위 안에 있던 연습생 1명과 11위 밖에 있던 연습생 1명의 순위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워너원 11명 중 1명은 운명이 바뀐 것이다. 

시즌 3와 4에서는 데뷔할 연습생 12명을 미리 정했다. 제작진들은 연습생별 총 투표수 대비 득표 비율을 정해놓고 생방송 문자투표가 종료되고 사전 온라인 투표와 문자투표 합계 숫자가 나오면 이 숫자에 미리 정해놓은 연습생별 비율을 곱해 순위별 득표수를 결정하는 식으로 조작을 벌였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소녀' '소년'의 '국민 프로듀서'를 자처했던 누리꾼들은 '진짜' 순위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시즌 통틀어 가장 큰 수익을 벌어들인 워너원의 조작 멤버를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 '프로듀스101' 시즌 1,2로 데뷔한 아이오아이(아래)-워너원.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국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워너원 조작' '워너원 조작 멤버' 등 관련 파생 단어들이 장악하는가 하면, 워너원에 합류하지 못한 몇몇 연습생들을 꼽으며 이번 사태 비운의 주인공으로 기정사실하고 있는 분위기다. 워너원 멤버들의 이름 역시 곳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온라인은 현재 워너원 조작 멤버 검출 운동이라도 일어난 듯, 멤버들은 때아닌 소환을 당하고 있다. 

한창 활동 중이던 엑스원과 아이즈원 역시 제작진이 미리 짜논 '조작 그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처럼 '프로듀스101' 시리즈로 데뷔한 그룹은 그간의 명예와 기록 등이 빛을 바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 역시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 특히 각종 방송과 매체, SNS 등을 통해 선보였던 이들의 '추억'도 더이상 아름답지 못하게 됐다. 

또한 안준영 PD에게 방송 당시 향응을 제공한 연예기획사 4곳 중 3곳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이티브라고 전해지자, 해당 소속사 출신 연습생들은 이미 누리꾼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 '프로듀스101' 시즌 3,4로 데뷔한 아이즈원(위)-엑스원. ⓒ곽혜미 기자

그러면서 조작 사건을 벌인 당사자들보다도 조작의 피해자인 이들에게 쏠리는 관심이 마녀사냥으로 번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프로그램에 이용당한 연습생들에게 향하는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조작 논란을 만든 CJ ENM과 엠넷, 멤버들이 몸담고 있는 소속사까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진짜' 순위를 공개하지 말자는 여론도 일고 있다.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에 꿈을 좇던 아이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며 억울하게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도, 데뷔조에 몸담은 연습생들까지도 똑같이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프로듀스101' 최종 순위에 제작진 개입은 조작뿐만 아니라, 최종 득표수는 편집 분량이나 미션 내용, 경연팀 선정, 평가 등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있었을 크고 작은 변수에도 끼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공정한 게임이었기에 최종 조작 멤버를 가려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 '프로듀스X101', '프로듀스48'(왼쪽부터)을 포함한 모든 '프로듀스101' 시리즈 투표수가 조작됐다고 결론이 났다. 제공l엠넷

엠넷 측 역시 해당 사안에 죄송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아무 잘못 없는 아티스트들과 연습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프로듀스101'을 통해 탄생한 데뷔조와 출연한 연습생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당부했다.

이제 오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합의부에서 업무방해와 사기 등으로 기소된 김용범 CP, 안준영 PD의 첫 공판 준비기일이 진행된다. 모든 시즌 조작된 가운데, 현재 초유의 관심사인 '진짜' 순위가 밝혀질지 집중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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