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한준 기자] "(아시아 대회 우승은)당연한 목표다. 일단 월드컵 티켓을 따는 게 우리가 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치니까. 그 다음에는 못했던 걸 더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정정용 대한민국 U-20 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는 AFC U-19 챔피언십의 최강팀이다. 역대 12회 우승으로 압도적인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이란은 1970년대에 4회 우승했고, 일본은 2016년 한 차례 우승이 유일하다. 두 번째로 많이 우승한 팀은 1970년 우승이 마지막인 미얀마다.

2019년 FIFA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룬 '정정용호'의 2018년 AFC 인도네시아 U-19 챔피언십 성적은 준우승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 패했다. 그래도 2014년과 2016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은 최근 부진은 탈출했다. 한국은 2012년 대회 무패 우승 이후 아시아 청소년 축구 왕좌를 탈환하지 못했다.

폴란드에서 어쩌면 재현하기 어려울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루고 한번 더 20세 이하 대표팀을 지휘하기로 한 정정용 감독은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태국 GSB컵 우승을 이루고 귀국했다. 준결승에서 2020년 AFC U-19 챔피언십 개최국이자, 중앙아시아의 맹주 우즈베키스탄을 5-1로 대파했고, 결승전에서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을 2-1로 꺾었다.

태국에서 치른 GSB컵은 11월 개막하는 2020 AFC U-19 챔피언십 예선전을 대비했다. 정정용호의 다음 공식 일정은 11월 6일 싱가포르와 치를 I조 1차전이다. I조 예선은 미얀마에서 열린다. 8일 미얀마, 10일 중국과 3경기를 치러, 조 1위에 주어지는 우즈베키스탄 본선 티켓을 얻어야 한다. 2021년 FIFA U-20 월드컵으로 향하는 첫 관문이다.

▲ 방콩 GSB컵 우승으로 2020 AFC U-19 챔피언십 예선을 준비한 정정용호 ⓒ대한축구협회

◆ 정정용호 2기, 두 개의 은메달을 두 개의 트로피로 바꿔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스포티비뉴스를 만난 정정용 감독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우승 소감을 묻자 "리허설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1차 예선은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니까"라고 말을 이은 정 감독은 "동남아시아에서 시합하고, 미얀마, 싱가포르 등을 상대해야 하니 최고의 리허설인 셈이다. 거기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결승전에서 베트남을 상대한 대진은 안성맞춤이었다.

정 감독은 내용과 결과 모두 압승을 거둔 GSB컵이지만 "생각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이 몸으로 느꼈으니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승리와 우승을 통한 자신감보다 숙제를 확인한 것이 더 중요한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차기 U-20 월드컵에 도전하는 정정용호 2기는 폴란드 멤버보다 2살 어린 새로운 세대다. 정 감독은 새로운 한국 축구 유망주들이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18세 팀의 다른 면이 있다면 스타일이다. 경기력은 우리가 말하는, 쉽게 쉽게 만들어가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미드필드 통하고 거쳐서, 만들어가는 축구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이전의 선수들보다 훨씬 낫다. 이전 20세 이하 대표팀처럼 선 굵은 플레이도 상황에 따라 해야하지만, 스타일이 다르다."  

정 감독은 2019년 FIFA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과정에 스리백으로 수비를 안정시킨 뒤 날카로운 역습과 세트피스로 승부를 걸었다. 실리축구로 결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정 감독이 본래 추구하는 축구는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공격 축구다. 

▲ 자신만의 U-20 월드컵 플랜을 구축한 정정용 감독 ⓒ대한축구협회

◆ 더 공격적인 NEW 정정용호, 경험을 통해 앞서 간다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는 이상을 고집하지 않고 승리의 경험, 더 높은 수준의 경기 경험을 선수들에게 주고, 결과를 내 자신감을 안겨주기 위해 실리 축구를 시도했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볼 소유와 더불어 실리 축구를 시도하는 정 감독의 방향성은 그대로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경기할 때는 지배하는 축구를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겠다는 것이 또 한번 청소년 대표팀을 맡은 정 감독의 야심이다. 

"볼 터치, 볼 소유를 많이 가진다. 볼 터치를 많이 하는 축구를 한다. 연계, 연계, 연계에 마무리까지. 이런 부분을 중요시하고 만들어 가고 있다. 물론 어떤 대회에 나서느냐에 따라 축구는 달라질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상대가 우리보다 약하고, 다 내려서는 축구를 한다. A대표팀도 그렇지만 그런 블록을 깨서 마무리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몇 가지를 갖고 가서 시도했는데 선수들이 잘 수행했다. 득점도 하고, 좋은 결과를 내서 우승했다."

2년 전과 비교해 불리한 점은 출범 시점과 예선 개최 장소다. 한국은 2018년 열린 AFC U-19 챔피언십 1차 예선을 개최했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브루나이 등 약체 팀을 상대로 쾌승을 거두며 호흡을 맞췄다. 상위 3개팀이 아시아 본선에 오르는 방식이라 부담이 없었다.

당시 이강인도 처음 정정용호의 공식전을 치렀다. 그보다 한참 앞선 연초부터 소집 훈련을 실시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이번에는 1차 예선에서 만나는 팀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조 1위만 본선에 직행한다.

하지만 정 감독은 엄살을 부리지 않는다. 지난 2년 간 쌓은 노하우를 통해 짠 로드맵으로 선수들을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2년 전에는 다 부딪히며 하나하나 경험하며 배웠다. 이제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있으니까, 6개월 걸릴 것을 3개월만에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인지하게 하고, 기능적인 것뿐 아니라 외적인 것 ,팀워크 등 여러 면에서 경험을 갖고 있으니 빨리 접근할 수 있다. 뭘 해야할지 아니까. 1차 예선은 이렇게 준비하고, 그 다음 본선까지 준비 과정 2년의 경험이 있다. 플랜을 갖고 있으니 빨리 갈 수 있다."

정 감독은 결과보다 선수 육성에 방점을 두고 팀을 운영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U-20 대표팀이 이루지 못한 우승 트로피를 들고, U-20 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넘는 성과에 도전하겠다는 욕심도 갖고 있다.

"우리 조에 싱가포르, 미얀마, 중국이 있는데, 우리가 상대를 두려워할 건 없다. 다만 우리 걸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얼마만큼 퍼포먼스를 내는지가 중요하다. 1차 예선 통과는 걱정 안한다. (GSB컵에서 만난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은)많이 올라왔다. 베트남은 트루시에 감독이 전술적, 조직적으로 잘 만들었다. A대표팀은 박항서 감독이 정신적인 것을 만들어놨다. 베트남은 많이 올라온 게 맞다. 우즈벡은 중앙아시아 최고다. 하지만 우리도 여태까지 골든 에이지를 만들면서 많이 좋아졌다. 상대도 올라오겠지만 우리도 올라왔다. 아직까지 아시아에선 충분히 (우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즐기면서 승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잔류한 정정용 감독 ⓒ대한축구협회

◆ 고교 특급과 유럽파, 한국 축구의 기대주 찾기

정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에 고교생 신분으로 수원 삼성과 준프로 계약을 맺고 2019시즌 데뷔한 공격수 오현규(18)를 주장으로, 베트남전에 울산 현대 유스 팀 소속으로 FC쾰른 임대 이적이 확정된 황재환(18)을 주장으로 내세워 선발 출전시켰다. 

각각 최전방 공격수, 처진 스트라이커로 공격을 이끄는 둘은 현재 U-18 대표팀 최고의 재능으로 꼽힌다. 정 감독은 현 대표팀의 주목할 선수, 그리고 리더를 묻는 질문에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팀을) 만들어가는 단계라 누굴 주장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 팀은 이번에 세팅을 시작했다.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켜보고 있다."

공격 지역에 오현규와 황재환이 주목할 이름이라면, 수비 라인에는 베르더 브레멘으로 임대 이적한 전천후 수비수 박규현이 중심이다. 센터백과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박규현은 미얀마 현지로 합류할 예정이다. 정 감독은 현 연령 대표 선수 중에 유럽으로 나갈 예정인 선수들이 있다며 재능이 풍부하다고 했다.

"이 나이 선수들이 외국에 많이 나가려고 한다. 내년에는 (해외파의 숫자가)많이 바뀔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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