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게 더 해볼만한 거 아니야?"

공무원시험 준비생 도일출(박정민)은 사실 포커판에 빠져 있다. 그는 "금수저든 흙수저든 똑같이 카드 몇 장 들고 붙는" 이쪽이 더 해볼 만하다 여긴다. 손기술이며 눈썰미도 제법이라 돈도 쏠쏠히 딴다. 불법 포카장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일출 앞에 사연 많아 보이는 미모의 여인 마돈나(최유화)가 나타난다. 묘하게 자극받은 일출은 벤츠 타고 나타난 그녀의 일행 이상무(윤제문)에게 사채빚까지 내고 덤볐다 모든 걸 잃는다.

손목이라도 잘라가겠다는 사채업자들로부터 그를 구해준 건 미스터리한 사내 애꾸(류승범). 덕분에 오래 전 객사한 아버지가 전설적 타짜 짝귀임을 알게 된 일출은 애꾸의 판에 끼어 타짜의 길을 걷는다. 여기에 손기술 귀재 까치(이광수), 대범한 연기파 영미(임지연), 재야의 고수 권원장(권해효)이 합세하고, 이렇게 탄생한 '원 아이드 잭' 팀은 절대 지지 않을 판에 뛰어든다. 하지만 '절대'라는 말이 통할 리가. 이곳은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한 순간 판이 뒤집히는 곳, 타짜들의 세계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는 도박을 소재로 삼은 성인물로 명절의 흥행공식을 바꿔놓은 기념비적 오락영화다. 뒤이은 강형철 감독의 '타짜2'(2014) 이후 4년 만에 나온 3편 '타짜:원 아이드 잭'은 허영만의 원작만화 3부 '원 아이드 잭'이 원작이지만 큰 얼개만 빌려왔다. 1,2편의 화투패 대신 원작에 등장하는 포커를 중심에 두고 주인공의 출신, 몇몇 인물만을 가져와 새롭게 이야기를 썼다. 전편과의 연결고리도 약한 편. '타짜' 1편의 신스틸러였던 경상도 대표 타짜 짝귀(주진모)의 아들 도일출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계보를 잇는다.

'타짜:원 아이드 잭'은 인물과 종목을 바꾼 채 '타짜'라는 원형을 이어가려는 듯 보인다. 자신만만한 젊은 타짜가 함부로 덤볐다 쓴맛을 본 뒤 멘토를 만나 각성하고 성장해 벌이는 복수의 궤적은 이전 시리즈, 특히 1편을 닮았다. 여기에 '타짜' 시리즈의 무기- 매력적인 캐릭터, 변곡점마다 등장하는 반전, 속고 속이는 수싸움을 더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한 개봉시기, 위험한 소재와 아슬아슬한 묘사, 여지없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역시 '타짜'만의 것이다.

영화는 포커판에서 카드를 한 장 한 장 받아 뒤집듯, 1번 도일출부터 6번 짝귀까지 촘촘히 구성된 챕터별 중심 인물을 하나씩 소개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제대로 힘이 실린 캐릭터들이 딱딱 등장하며 서사를 이끈다. 강렬한 등장에 비해 퇴장이 약하고, 팜므파탈의 존재감이 줄었지만, 명가의 저력은 분명하다. 139분의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데 성공한다. 

톡톡 튀는 캐릭터들은 '타짜'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다. 필승을 위해선 꼭 조력자가 필요한 포커 플레이의 특성 탓일까. 이야기도 인물들도 인물들은 개개인보다 함께할 때 더 돋보인다. 도일출 역의 박정민은 이전의 영화들과 다른 결의 연기로 제대로 된 성인식을 치른다. 한국을 떠나 사는 자유로운 영혼 류승범은 범상찮은 포스의 멘토 애꾸와 묘하게 잘 어우러지고 권해효도 맏형답게 팀을 아우른다. 특히 캐릭터에 착착 감긴 이광수와 임지연은 나올 때마다 제 몫을 해내는 신스틸러다.

9월11일 개봉. 러닝타임 131분. 청소년관람불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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