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하선. 제공|키이스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제 시작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박하선의 표정은 밝았다. 목소리도 씩씩했다.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이 지난 24일 막을 내린 지 약 1주일. 박하선은 아직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새로운 대표작이라 할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을 마무리했다는 기쁨이 가득해 보였다.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은 2014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겪는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 0%대 시청률로 시작해 장안의 화제가 될 만큼 사랑받았다.

박하선은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에서 공무원의 아내로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 가슴뛰는 상대를 만나게 된 지은을 연기, 후반부로 가면서 더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박하선은 "오랜만에 후유증이 큰 작품을 한 것 같다. 촬영이 끝난지 한 달이 됐다. 드라마 끝난지는 1주일 됐다"며 "집에서 멍때리고 있으면 가슴이 쓰라리다. 빨리 털어내려고 염색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책이나 작품도 찾아본다. 빨리 벗어나야하는데, 벗어나기가 아쉽기도 하고 좋은 작품을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좋은 분들이랑 재미있게, 더운 지도 모르고 한 작품이라. 시청자 반응도 좋았고, 후유증이 큰 작품이다. 비오면 생각날 것 같고, 여름마다 생각날 것도 같다"고 털어놨다.

▲ 배우 박하선. 제공|키이스트
극중 박하선 맡은 지은은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남편(정상훈)과 싫은 내색도 없이 살아가다 유부남인 교사 정우(이상엽)에게 빠져든다. 둘의 감정선을 곱고 섬세하게 그려낸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은 '불륜드라마'로 초창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교감과 함께 두 사람의 죄의식마저도 처연하게 그려냈고, 극의 끝에서 두 사람을 결국 이별을 맞이했다. 박하선은 "우리 드라마는 '불륜 드라마'다. 그것이 전면에 나온다"라고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불륜을 하자'라는 드라마는 아니다. 상상할 수는 있다. 드라마는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신 가줄게. 처절하게 망가지고, 비난을 받고, 죽을만큼 힘들 수 있어 라고 하는 작품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간통죄도 폐지되고, 지금은 불륜이 죄도 아니잖아요. 실제 불륜하시는 분들이 저희 드라마만큼 죄책감을 가질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어떤 분들은 불륜 조장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희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너무 즐겁지 않게 죄책감을 표현하도록 나름 노력했어요. 스킨십도 주가 되지 않도록 애썼고요. 마지막 별장신에선 원래 대본에 있던 키스신도 뺐을 정도예요. 감독님이 '이건 뺍시다' 했어요. 시청자가 불편하시면 안되니까. 그렇게 나름의 노력을 했어요."

박하선은 "세상 안할 것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불륜드라마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작가님도 굉장히 가정적"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작가님께 '대체 어떻게 쓰신거예요, 이런 미친 대본을' 하고 여쭸더니 '내가 얼마나 상상을 했겠니' 하시며 이번 생은 남편과 마감하겠다고 하시더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 배우 박하선. 제공|키이스트
그럼에도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은 주부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사랑이야기였던 탓에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찜질방에서 보는 드라마, 남편 몰래 보는 드라마'로도 회자됐다.

박하선 역시 "애 나오면 끈다고. 그러다가 남편도 같이 봤다고 하시더라. 여자들이 날아다니는 드라마라 남자들이 불편하실 수도 있다"며 "끝까지 불편한 분들도 계셨다. 그럼 '밀회', '화양연화'는 어쩌냐"며 웃었다.

"주변 여배우들 반응이 좋았어요. 여배우분들 건너 건너 '잘 보고 있다'고 하시고, 이상엽씨 목소리 좋다고도 하고. 주변에서도 섬세한 분들이 가끔씩 좋다고 연락이 왔어요. 관계자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참 이번에 그렇게 다이렉트메시지(DM)를 많이 받았어요. 포상휴가 우리가 보내주겠다고도 하시고. 뜨거운 반응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흥미롭게도 박하선의 남편인 배우 류수영은 먼저 '평일 오후 3시의 연인' 이야기를 읽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실제 드라마도 같이 봤을까? 박하선은 "몰래 보긴 다 본 것 같다. (류수영이) 유독 잘 해준다. 느낀 게 많았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니가 되게 예쁘고 젊구나 그래서 '이제 알았어' 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저를 정말 예쁘게 잡아주셨어요. 특별한 렌즈를 쓰셨대요. '제가 이 렌즈를 사서 다른 드라마에 가면 이렇게 나오나요'라고 했을 정도예요. 그런데 조명과 카메라가 받쳐줘야 된다 하시더라고요. 정말 귀신같이 제가 안 나오는 각도를 피해 찍어주셨어요. 조명판도 5개나 달아주시고요. 사활을 걸고 예쁘게 찍어주시니까. 집에서도 너무 예쁘게 나왔다고 그러더라. 많은 분들이 보시면 '우리 아내가 저렇게 예뻤네', '우리 남편을 이렇게 사랑했구나' 그러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배우 박하선. 제공|키이스트
결혼과 출산 이후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으로 3년 만에 본격 브라운관에 복귀한 박하선은 "'투윅스'에서 아이 없을 때 애엄마 연기를 했었다. 노력했지만 닿을 수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라며 공감을 표하기도. 박하선은 "한때 '우린 미혼 배우와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 아닌 화가 났다"면서 "우리 작품을 하면서 '당신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가 없었다면 당신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분명 깊이가 생겼고 당신의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울컥 했다. 그런 말씀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도 말했다.

"저는 사실 20대 때 제가 살았던 경험이나 한을 연기로 소진시키고 텅 빈 느낌을 받았어요. 아홉수 같은 20대를 넘기고 30이 되어서 좋았거든요. 내가 쌓은 경험이 연기할 때 소중해요. '이제 내가 뭐 하지' 하던 차에 개인적인 경험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제가 원래 시크한 사람이었어요. '이게 뭐가 슬퍼' 그랬는데 요즘엔 뉴스만 봐도 눈물이 나요. 그 사이 저는 여배우로서 좋은 경험을 했는데, 쉬면서 이걸 알아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분들을 이번 작품으로 만났습니다."

박하선은 "30대가 되면서 연기하기가 좀 더 편해졌다. 예전엔 사람이 힘들었는데 그렇지 않고, 주위에서도 저를 '어른'으로 대해주시며 연기가 재밌어졌다"며 저 역시 세상을 너그럽게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편견을 넘기 위해서 애썼어요. 우울한 감정을 연기하면 우울하다고, 그렇다고 '하이킥'을 하면 그런 것만 한다고 하고. 시놉을 보면 도도하고 섹시한 거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시켜주신다. 난 세상 도도하고 잘 하는데. 느낌 아니까. 생각보다 못된 것도 잘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여드리지 하면서요."

▲ 배우 박하선. 제공|키이스트
박하선은 "3년 만에 복귀했다. 사활을 걸고 있다. 정말 최선 아닌 최고를 다해서 열심히 다 했다"면서 방송이 하고 나면 새벽 2시까지 시청자 반응을 찾아볼 만큼 시청자와의 소통에도 열을 올렸다. 댓글을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나쁜 반응이라 해도 참고할 건 참고하며 다음 연기에 반영했다. 박하선은 "댓글은 안 달아도 '좋아요'는 누른다. 0%대에서 시작해 2.5%까지 가더라. 처음엔 아래에 있던 실시간 시청률이 후반부 3위까지 올랐다"면서 뜨겁게 지지해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다음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웃음) 드라마도 안 가립니다. 일이 한창 재미있을 때 쉬었는데, 안 쉬고 많이 하고 싶다. 그렇게 쉬는 것 안 좋아하는 애가 2~3년을 쉬었더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너무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저는 연기를 잘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좋지요. 그 말씀이 가장 기억이 남아요. 빨리 다음 작품으로 만나뵙고 싶습니다. 제가 열정이 많아요. 안 보여드린 게 많은데 저를 안다고 생각하시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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