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 제작 무비락 정지우필름 필름봉옥)은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한결같이 자리를 지켰던 라디오 음악들이 때로 감미롭게, 때로 신나게, 때로는 서글프게, 그러나 한결같이 노래했던 것. 미수와 현우가 말하지 않고도 알았던 마음. 우연이자 필연이었던 둘만의 기적….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DJ 유열이 처음 라디오 부스에 앉았던 1994년 10월 어느날 처음 만난다. 가족같은 언니와 단둘이 빵집을 하던 미수, 소년원을 나와 갈 곳을 찾던 현우는 함께 일하며 서로에게 설렘을 느낀다. 행복도 잠시, 뜻하지 않게 현우는 떠나고 긴 이별이 찾아온다. 가슴뛰는 마주침과 누구도 원치 않던 이별은 이후에도 속절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또다시 만난 두 사람. 드디어 꽃피우는 듯 했던 둘의 인연은 그러나 현우가 끝까지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과거에 발목잡힌다.

10년을 훌쩍 넘긴 시간,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한다. 주파수를 돌려 맞춰 듣던 DJ의 유열의 라디오가 어느덧 보이는 라디오가 되고, 헤어지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던 사람들이 이메일을, 메신저를, 휴대전화를 쓴다. 10대였던 그들 또한 어느덧 서른을 넘긴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둘의 페이지가 시작하고 멈춘 시간을 담담하게 스크린에 되살린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아우르는 의상과 소품, 배경, 음악 하나하나가 그 시절을 소환한다.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목으로 가져다 쓴 영화답게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음악이다. 핑클의 '영원한 사랑', 루시드 폴의 '오 사랑', 콜드 플레이의 '픽스 유' 등 주옥같은 플레이리스트가 배경이 되고 대사가 되어 촉촉히 둘의 감정에 젖어들게 한다. 

변화가 극적일수록 변하지 않는 것은 더 특별해진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 변함없는 애틋함과 그리움을 마주하는 눈빛으로, 미세한 떨림으로, 고요한 숨소리로 표현해냈다. 과연 정지우 감독의 멜로답다. 긴 시간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는 중에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페이지가 뭉텅이로 툭툭 넘어가는 전개 속에 우연이 거듭되는데도, 뛰는 마음으로 미수와 현우를 지켜보게 만든다. 나에게 떳떳하지 못해 떠나보낸 사랑의 이야기라니, 애정의 동력이나 장애를 상대 아닌 나에게서 짚어내는 성숙함은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이다. 

김고은과 정해인은 내내 반짝반짝 빛난다. 투샷만으로 멜로가 완성된 듯한 비주얼이야 말할 것도 없다. 두 사람은 영화의 동력인 동시에 개연성이다. 그들은 미수가 되고 현우가 되어 10년의 세월에 애틋한 마음을 녹여낸다. 데뷔작 '은교' 이후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다시 만난 김고은은 그간의 성장을 입증한다. 그녀가 만들어낸 공기는 특별하다. 정해인의 미소는 힘이 세다. 그가 왜 지금 가장 각광받는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인지 알 수 있다.  

두 조연도 빛난다. 박해준은 매력 만점이다. 은자언니 김국희는 '유열의 음악앨범'의 발견이다.

28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12세 관람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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