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시사회가 28일 열렸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wes.co.kr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열띤 반응은 바다 건너 칸이나 다름없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CGV아이파크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에서 처음 베일을 벗는 자리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으로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함께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던 두 가족이 지척에서 만나면서 벌어진 파열음을 능청스럽고도 또한 공포스럽게 때로는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기생충'은 씁쓸한 한국의 자화상을 풀어놓는 '봉준호 장르' 영화로 시사회에 이어진 간담회까지 객석이 가득찰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시사회가 28일 열렸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wes.co.kr
지난 25일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당시 수상소감에서 "저는 12살의 나이로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도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메르시, 메르시 보꾸(Merci, Merci Beaucoup)"라고 소감을 전해 화제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정확히 말하면 12살 때다. 장소가 프랑스였기 때문에 그쪽 나이 계산법"이라며 "한국에서는 14세 중학교 1학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당시 월간잡지, 스크린, 로드쇼 등을 스크랩하면서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그런 아이들은 많이 있었다. 저도 그런 평범한 아이 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봉준호 감독은 "저는 성격 자체가 집착이 강한 성격이라, 그 후에도 계속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영화를 찍게 되고 오늘날 이런 좋은 배우를 만나는 지경에 이르게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았다..

그는 영화 속 '가족'에 대해 "선택이라기보다 출발점이었다"며 "한강에 괴물(괴물, 2006)이 있고 기차가 달리듯(설국열차, 2013) 출발이 두 가족이었다.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기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뒤섞이는 이야기를 하면어떨까가 최초의 출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은 삶을 이루는 기본적 단위다. 그런데도 삶의 모습이나 형편이 모두 다르다"면서 "가장 기본의 단위에서 밀접한 변화를 찍어보자 했다. 반작용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2013년에 시작했다. '설국열차' 후반작업을 할 때다. '설국열차'도 기차칸 앞뒤로 나눠서 부자와 가난한 자가 싸우는 장르 이야기"라며 "이보다 일상과 가깝고 현실과 가까우면서 우리 삶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보면 어떨까 했다"고 부연했다.

'마더'(2009) 이후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2013), '옥자'(2017)를 거쳐 10년 만에 한국영화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은 100% 한국어로 영화를 만들게 된 색다른 감흥을 감추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어를 쓰게 된 감흥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모든 스태프 배우들과 한국어로 하니까 제가 방언이 터지듯 했다"며 "칸에서 해외 매체 기자들 통역을 거쳐 하다가 눈 보면서 한국어로 하니까 이 자리도 좋다"고 웃음지었다.

그는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만 현장에서 그때 그때 여러가지 토씨를 바꿔서 현장에서 즉각즉각 제안을 한다. 제가 토스를 하면 이분들이 강스파이크를 때리는 거다. 주거니받거니 하는 재미가 있었다. 영어로 하면 그게 좀 힘들다"고 말했다.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시사회가 28일 열렸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wes.co.kr
봉준호 감독은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칸은 벌써 과거가 됐습니다"라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이제 관객을 만나게 됐다. 한 분 한 분의 생생한 소감이나 영화와의 만남이 궁금하다"면서 "틈만 나면 가까운 분장을 하고 좌우에 있는 진짜 관객, 티켓을 사서 정성스럽게 와주신 진짜 관객 틈바구니에서 그 분들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것 들으면서 같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공개하기 전 기자들을 상대로 '스포일러 유출 주의'를 부탁하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됐던 봉준호 감독은 한국 시사회와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같은 글을 실어 눈길을 모았다.

"어떤 이야기를 하시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관객이 생생하게 보시려면 영화의 내용이 미리 알려지지 않는 것이 좋은데, 그런 저의 조바심과 불안감 때문에 제가 주제넘게 여러가지를 부탁하는 당부의 말씀도 보내고 했다"며 "잘 도와주신 가운데 제가 스스로 스포를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어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관객분들이 생생하게 영화를 즐기셨으면 좋겠고, 저도 틈바구니에서 그것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칸의 선택을 받은 '기생충'은 이제 한국의 관객과 만난다. 개봉은 오는 30일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시사회가 28일 열렸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w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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