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왼쪽, 등만 보이는 인물)은 손흥민(오른쪽)이 늘 목마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김동현 영상 기자] 일부 변화는 있지만, 그래도 A대표팀 중심은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도 손흥민을 좀 더 대표팀에 완벽하게 녹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호주, 이란과 6월 A매치 2연전 명단을 발표했다. 25명으로 구성됐다.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이 2017년 12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처음으로 부름을 받는 등 변화가 있었다.

주장 손흥민은 어김없이 벤투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리더'의 무게를 안고 뛰게 된 손흥민이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손흥민은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곧바로 A대표팀에 합류했다.

숨을 돌리지 못하고 코스타리카, 칠레와 경기를 치르고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또, 10월 우루과이, 파나마 평가전에 다시 와서 경기하고 토트넘으로 돌아갔다. 이후 11월 호주 원정 2연전과 12월 대표팀 소집, 올 1월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는 빠졌다. 아시안게임 차출에 따른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의 합의 때문이다.

벤투 감독 선임 전 한 합의라는 점에서 도리가 없었다. 아시안컵도 중국과 3차전 직전에 합류해 16강 바레인, 8강 카타르전만 뛰었다. 3월 볼리비아, 콜롬비아전에 활용했고 콜롬비아전에서 골맛을 봤다. 벤투 감독 체제로 처음 넣은 골이다.

손흥민 활용에 대한 벤투 감독의 갈급함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길어야 나흘 정도의 기간으로 대표팀에 손흥민을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팀 경험이 있는 한 지도자는 "해외파 중에서도 유럽파는 경기 날에 맞춘 컨디션 조절이 정말 어렵다. 빨리 오는 그 자체가 고맙다. 아마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손흥민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손흥민은 오는 6월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예정된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CL) 리버풀과 결승전에 나선다. 선발이냐 교체 명단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출전은 90% 이상 보장된 상황이다.

▲ 권창훈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잔류와 강등 여부를 가린다. ⓒ한희재 기자

CL 결과에 따라 손흥민의 상황도 달라진다. 우승한다면 연고지인 영국 런던으로 돌아가 축하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데일리 메일 등 현지 매체서는 익명의 소식통을 이용해 '토트넘이 우승한다면 알 수 없지만, 축하 행사가 있다'고 전했다.

준우승을 차지해도 그 자체가 토트넘의 역사다. 적어도 3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 소집에는 물리적으로 합류하기 어렵다. 4일이나 늦어도 5일에야 대표팀 합류가 가능하다.

대표팀 관계자는 "손흥민의 동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한 상황이다. 벤투 감독도 알고 있다. 결과에 따라 합류가 늦어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손흥민과는 이미 연락을 취했다. CL 결승전에 나선다는 것은 인생에서 뜻깊은 순간일 것이다. 모든 것을 거기에 집중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그 순간을 즐기라고 했다. 대표팀은 시간을 가져도 되니 CL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지연 합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만 그런 것은 아니다. 권창훈(디종FCO),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도 마찬가지다. 디종은 리그앙 18위로 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인 랑스와 승강 PO를 치러 잔류와 강등 여부를 결정한다. 랑스와 홈(31일), 원정(3일) 두 경기를 갖는다. 자연스럼게 4일에나 합류할 수 있다.

이승우도 비슷하다. 지난 시즌 세리에B(2부리그)로 강등됐던 베로나는 올 시즌 5위로 승격 PO 1, 2라운드를 모두 통과했다. 오는 30일(원정)과 6월2일(홈) 시타델라와 최종 PO를 갖는다. 올 시즌 상대 전적이 1승(4-0) 1패(0-3)로 극단적이라 승부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

빡빡한 상황으로 인해 손흥민을 비롯해 권창훈, 이승우는 6월 7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예정된 호주전 출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출전 시간 조절을 통한 선수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이승우에게 열변 토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이승우도 승격 플레이오프 최종전을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한다. ⓒ한희재 기자

물론 벤투 감독은 완고하다. 그는 "분명한 것은, 감독 입장에서는 늘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소집 외 기간에는 소속팀 일정을 따라야 한다. 반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에는 기본적으로 대표팀에 와서 일정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 리그가 종료하고 합류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누구보다 유럽 사정을 잘 아는 벤투 감독이다. 그는 "개별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손흥민을 불러도 된다고 판단했다. 6월에는 유럽도 그렇지만, A대표팀에 시즌 종료 후 온다. 시즌이 길어지는 영향이 있지만, 대표팀 특성상 손발을 맞춰 훈련할 시기가 짧아진다. 나중에 예선 등 준비에 있어 도움이 된다고 봤다"며 많이 뛰지 못해도 대표팀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들을 위해서라도 팀 합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도중 이청용의 여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허락하는 등 유연함을 보인 경험이 있다. 당연히 늦게 합류하는 선수들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출전 시간 조절 등 전략과 정책을 잘 짜야 하는 과제와 마주한 벤투 감독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김동현 영상 기자 elephant37@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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