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 역대 28번째 '20경기 이상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최고 마무리에도 도전장을 내민 SK 하재훈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8월 수원에서 열린 해외파 트라이아웃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재훈(29·SK)은 투수가 됐고, KBO리그 역대 28번째 진기록을 썼으며, 이제는 최고 마무리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예사롭지 않은 기세다.

하재훈은 2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 2-1로 앞선 9회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 팀 승리를 지키며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안타 하나, 볼넷 두 개를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침착하게 위기를 풀어나갔다. 

이로써 하재훈은 21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진기록을 썼다. 하재훈의 가장 마지막 실점은 4월 3일 인천 롯데전(⅔이닝 3실점)이다. 그 후 21경기에서 자책점은커녕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이 21경기에서 하재훈은 20⅓이닝을 던지면서 피안타 11개, 탈삼진 26개를 기록하며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21경기 연속 무실점은 올 시즌 KBO리그 최장 기록이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20경기 이상 연속 무실점 기록은 많지 않다. 하재훈이 역대 28번째다. 1년에 한 번 나오기도 쉽지 않은 기록임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원포인트도 아니었다. 마무리로 자리를 잡은 하재훈은 5월 11경기에서 모두 1이닝씩을 던졌고, 1이닝 이하 경기는 4월 18일 두산전이 마지막이었다.

역대 기록(김인범 33경기)까지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당장 내일 기록이 끊긴다고 해도 훌륭한 성적이다. 해외 유턴파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KBO리그 첫 시즌, 그것도 시즌 초반에 이뤄낸 성과라 값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인 투수 전향을 시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놀랍다. SK 내부의 기대치를 이미 훌쩍 뛰어넘은 기세임에 분명하다.

임시 마무리였지만 뛰어난 안정감으로 전업 마무리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SK의 예상보다 일찍 자리가 잡혔다. 이제는 최고 마무리에도 도전할 발판을 만들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순위표의 숫자를 살펴보면 엄연한 현실이다.

27일 현재 리그에서 7세이브 이상, 15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는 총 8명이다. 이중 평균자책점은 하재훈(1.44)이 가장 좋다. 21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을 계속 끌어내린 결과 고우석(LG·1.65), 정우람(한화·1.74)을 제쳤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뽑히는 조상우(키움·15세이브)나 함덕주(두산·14세이브)보다 평균자책점과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모두 낮다. SK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음을 생각할 때, 지금 기세를 이어 간다면 시즌 중반부터는 구원왕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다.

SK도 충분한 관리로 하재훈의 완주를 돕는다는 생각이다. 하재훈은 공백 기간이 짧지 않았고, 투수로서는 첫 풀타임 시즌이다. 꾸준히 뛴 선수들보다는 아무래도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하재훈은 올해 이틀 연투가 3번밖에 없을 정도로 벤치에서 잘 관리를 해주고 있다. 경기 최다 투구수는 25개였고, 4개 이상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경기는 2번에 불과했다. 구위가 떨어질 때가 되면 아예 1군에서 빼 회복할 시간도 준다는 계산은 이미 시즌 전부터 있었다. 개인적 역량에 벤치 관리까지, 성공적인 시즌을 예상할 수 있는 척도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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