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재가 득점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용재 제공, J리그

|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득점에 눈 뜬 이용재 "원터치로 해결"
| J2리그 15경기 출전 10호골, 2019시즌 득점 단독 선두
| "골 결정력 고민 있었는데 자신감 생겼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이)용재가 넣어줄 테니 실점하지 말고 이기자." 

공격수 이용재(28)는 일본 J2리그 클럽 파지아노 오카야마의 승리 부적이다. 2019시즌 파지아노가 기록한 다섯 번의 승리에 모두 이용재의 득점이 있었다.  도치기와 26일 리그 1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8분 선제골을 넣은 이용재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도치기에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지만, 이용재는 2019시즌 J2리그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스무살이 되기 전에 프랑스 명문클럽 낭트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이용재의 전성시대는 이제 막 열리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이용재는 꾸준한 출전 기회를 찾아 일본 J2리그로 향했으나 기대만큼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2016시즌 교토 상가 소속으로 리그 7골을 넣으며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파지아노로 이적한 2018시즌에는 부상으로 11경기를 뛰며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10호 골을 기록한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용재는 담담하게 최근의 득점 행진을 설명했다. 

"솔직히 작년에 부상으로 길게 쉬기도 했고, 경기 출장도 많이 하지 못했어요. 올해는 각오를 하고 준비를 하기는 했는데 특별히 새로운 훈련 방법이라든가, 새로운 것을 준비한 것은 없습니다. 몸 관리와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저도 이렇게 빠른 페이스는 처음이라 놀라운 것 같아요."

파지아노의 올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한 이용재는 지난 3월 3일 츠바이겐 가나자와와 2라운드 경기에 첫 골을 넣었고, 이어 3월 9일 기후 원정에서 득점해 2연속골을 기록했다. 3월 23일 가시와 레이솔과 원정 경기에 골맛을 본 이용재는 4월 7일 알비렉스 니가타와 경기에 첫 멀티골을 넣은 뒤 꾸준히 득점하고 있다.

▲ 파지아노 오카야마 동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용재 ⓒJ리그

◆ 파지아노, 이용재 득점 경기에서 5승…최근 8경기 중 6경기서 득점

이용재의 10호골은 몰아치기가 아니라 여러 경기에 걸쳐 나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26일 도치기 원정 득점은 최근 교토 상가, 류큐전에 이은 3경기 연속 골이었다. 이용재는 최근 출전한 8경기 중 6경기에서 득점했다. 교토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2017년)에도 30경기 출전에 리그 득점이 4골에 불과했던 이용재는 186cm의 장신에 연계 능력이 뛰어난 공격수로 호평 받았으나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마지막 숙제이자 단점으로 여겨진 득점력 문제가 해소되자 이용재는 단숨에 J2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 받으며 J1리그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 전에는 골결정력 문제를 저도 알고있었기 때문에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올해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한 번의 찬스가 올때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혼자 드리블해서 해결하기보다는 발이든 머리로 원터치 슛으로 골을 많이 넣고 있습니다."

2018시즌에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비축된 체력과 의욕, 그리고 철저한 몸 관리를 바탕으로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하는 이용재는 투톱 전술 안에서 안정적으로 득점 기회를 공급받고 있다. 파지아노가 속도감 있게 공간을 공략하는 축구를 한다는 점에서 이용재는 현대 전술이 원하는 공격수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저희 팀은 투톱으로 하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주문하시는 것은 투톱으로 하면서도 때로는 원톱 이미지로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서 골을 노리거나, 상대 수비 뒷공간을 자주 침투해서 괴롭혀주는 것입니다. 상대 팀의 밸런스가 무너지도록 주문을 하고있어요. 일본에 패스플레이 팀이 많기는 하지만, 저희 팀은 패스플레이와 상대 뒤 공간 킥을 통해서 괴롭혀주는 전술을 하고 있어요."

이용재는 가만히 서서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가 아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간을 만들며, 빈 틈을 찾으면 매섭게 파고든다. 그리고 한 번의 터치로 간결하게 마무리한다. 감독의 주문대로 상대 수비 균형을 다양한 방식으로 무너트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다. 팀 전술 안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용재는 감독과 동료들의 사랑을 받는 유형의 선수다. 

▲ 2019시즌 목표를 20골로 설정한 이용재, 사진=이용재 제공

◆ 20득점 목표라는 이용재의 자신감, J1리그 승격 노린다

개막 3개월 만에 목표로 삼았던 10골을 달성한 이용재는 2019시즌 득점 목표치를 20골로 높였다. 지난 2018시즌 J2리그 득점왕 오마에 겐키는 24골을 넣었고, 2017시즌 이바 라야브는 21골을 넣었다. 지금 기세라면 목표인 20골을 넘어설 수 있다. 이용재는 개인 득점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소속팀 파지아노의 J1리그 승격이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이 득점이고, 그래서 득점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고 있다.

"첫 목표는 10골이었는데 오늘(26일) 이뤘기 때문에 다음 목표는 20골로 잡고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개인 목표보다는 팀 성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팀이 꼭 J1리그로 승격을 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일단 플레이오프권(6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집중해야할 것 같아요. 올해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를 위해 뛰고, 골을 넣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데, 그 생각 덕분에 이렇게 골을 넣은 것 같아요."

파지아노 동료들은 이용재가 꾸준히 득점해주자 "용재가 골을 넣어줄 테니 확실히 실점하고 이기자"고 라커룸에서 이야기한다. 이용재는 "이런 말들이 조금은 부담감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최대한 자신감으로 느끼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파지아노 코칭 스태프도 이용재가 충분히 20골 이상을 득점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주고 있다. 팀의 믿음은 물론, 이제 자신을 믿기 시작한 이용재의 득점 행진은 그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용재는 개인 기록이 쌓일수록 "개인보다 팀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2019시즌 J2리그에는 이용재를 포함해 총 17명의 한국 선수가 등록되어 뛰고 있다.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양동현, V바렌 나가사키의 이종호 등 국가 대표급 공격수들이 J2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올해 J2리그에 임대 선수로 합류한 이종호는 지난 4월 14일 기후 원정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종호와 함께 금메달을 딴 이용재는 "6월에 나가사키와 경기가 있는데, 그때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며 "종호도 일본에 처음에 왔기에 일본의 스타일이나 언어에서 어려운 것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잘 적응하고 이겨낼 것"이라고 격려했다. 

시련 없는 성공은 없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자, 2015년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우승 멤버인 이용재는 차근차근 실적과 실력을 쌓으며 최고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용재는 6월 1일 에히메와 16라운드 경기에 11호 골이자, 4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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