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운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신임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 김동현 영상 기자] "생존 축구, 살아남아야죠."

유상철(48) 인천 유나이티드 신임 감독은 지난 12일 인천 드림파크CC에서 행운을 잡았다.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대회' 17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생애 첫 홀인원이다.

상서로운 기운을 갖고 14일 인천에 부임한 유 감독이다. 15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지휘에 들어갔다.

훈련 1시간 반 동안 물끄러미 선수들을 지켜보던 유 감독은 "언제든지 찾아와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길 바란다"는 자신의 선언을 지켰다. 무고사가 통역을 대동해 유 감독과 짧고 굵은 대화를 나눴고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허용준과도 선수단 파악에 나섰다.

포지션별 선수단 배치도를 갖고 나선 유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훈련을 맡기면서도 큰 줄기는 잡아줬다. "100%를 쏟아 달라"는 자신의 주문을 선수들이 실천하고 있는지 신중히 봤다.

훈련 후 취재진과 만난 유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시켜야 한다. 선수들도 의욕적이고 열정은 있는데 조금씩 잡아가야 할 것 같다"며 점진적 변화를 예고했다.

▲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

"분위기 타면 올라갈 수 있다"

인천은 1승3무7패, 승점 6점으로 꼴찌다. 3라운드부터 승리가 없다. 9경기 무승(2무7패)다. 당장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예정된 대구FC와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유 감독은 "대구가 FA컵도 있고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도 있으니 선수단에 약간에 변화를 줬으면"이라며 수월하게 싸우기를 기대했다.

물론 당장 무승 고리부터 끊고 가는 것이 좋다. 유 감독은 밖에서 지켜봤던 인천에 대해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는 모습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각자 따로 노는 것 같더라. 지금 당장 전술 훈련이 아니라 미팅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한다"며 하나씩 바꿔 가겠다고 다짐했다.

유 감독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대전 시티즌을 맡았고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 지휘봉을 잡았지만, 중도 하차했다. 유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팬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퍼졌다.

하지만, 유 감독은 확고했다. 그는 "스스로 (인천 지휘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지도자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성적이 좋은 팀을 만나면 좋겠지만, 인천도 충분히 이점이 있다. 시민들의 관심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 같다. FC서울이나 수원 삼성 말고도 인천도 충분히 (빅매치) 자리에 낄 수 있는 팀이다"고 말했다.

두 번의 K리그 감독이 실패로 끝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들을 슬기롭게 버텨 이겨내야 한다. (과거의 기억을 두고) 실패라고들 하는 데 그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인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승점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 분위기 타면 올라갈 수 있다"며 충분히 반등 가능하다고 답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부장한 유 감독이다. 그는 "자신감이 있다. 없다면 선수들도 나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과 충분하게 준비를 하겠다. 하늘에 맡겨야 한다. 구세주가 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꼴찌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반등을 이뤄내는 것이 유상철 감독 앞에 놓인 숙제다. ⓒ인천 유나이티드

"생존 축구…강등되지 말아야, 현실은 인천이 꼴찌니까"

인천은 늘 시즌 끝에 반전에 성공하며 잔류에 성공해 '생존왕'으로 불린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실리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유 감독은 "제가 추구하는 축구보다 인천이 강등되지 않고 생존하는 축구를 할 것이다. 조금씩 변화는 있을 것이다. 많은 변화를 줄 시기는 아니다"며 현재의 틀을 유지하며 변화를 꾀하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프로암 골프 대회 홀인원을 두고 행운을 인천에 가져온 것 아니냐는 말에 웃은 유 감독은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행운도 온다. 선수들과 하나로 뭉쳐 인천이라는 팀이 궤도에 오를 순간까지 준비하겠다. 골프 하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운인지 말이다"며 강한 의미를 부여했다.

인천의 끈기를 믿는 유 감독은 "경기를 보니까 힘들겠다는 느낌보다 지배하고 볼을 소유하는 것도 많은데 결과를 못 가지고 올 때가 많더라. 위치 등 체계적인 것만 잡아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전남에서도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며 나름대로 구상한 것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스스로에게도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그는 "수도권 밖의 팀을 맡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인천을 맡은 것은 승부수를 띄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대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에 오래 가고픈 유 감독이다. 그는 "선수들이 나를 오래 보고 싶다면 제대로 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믿으려 한다"며 웃은 뒤 "선수단 미팅에서도 그랬다. 매년 강등권에서 살아남아야 하느냐, 꼬리표 좀 떼자고 그랬다. 올해는 초반에 (생존왕) 꼬리표를 떼자고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며 자신감 있는 팀 운영과 변화를 약속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 김동현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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