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페즈 ⓒ한국프로축구연맹
▲ "고생했다 로페즈"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경기가 끝났지만 경기장의 시간은 조금 더 이어진다.

전북 현대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리그 4차전에서 우라와 레즈에 2-1 승리를 거뒀다. 로페즈와 김신욱의 시원한 골이 터졌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길게 울린다. 이제 경기장도 '끝'으로 향한다.  카메라는 이제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해 움직인다. 이날 중계 방송에선 경기 최우수 선수로 꼽힌 로페즈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배경 음악처럼 '오오렐레' 응원이 희미하게 들린다.

전북은 언제나 승리를 '오오렐레'와 함께한다. 골을 넣었을 때도 그렇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로페즈를 빼고 나머지 선수들이 북쪽 관중석 앞에 선다. 선수들끼리, 그리고 팬들끼리 어깨를 건 뒤 노래를 시작한다. "오오렐레~, 오오렐레~"로 시작된 노래는 박수와 함께 끝이 난다. 이제 중계도 마무리된다.

그 이후 풍경은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 호주 대표 공격수 앤드류 나부트는 피치에 홀로 남아 있다. 동료들은 이미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드레싱룸으로 들어간 상황. 이동국과 유니폼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부트는 "이동국은 전설적 공격수"라면서 "자신의 컬렉션에 멋진 유니폼을 얻게 됐다"며 웃는다.

전북 팬들의 오오렐레는 끝이 나지 않는다. MVP 로페즈는 드레싱룸으로 들어가려다가, 자신의 머리 뒤에서 울리는 "로페즈!, 로페즈!" 목소리에 북쪽 관중석을 다시 돌아본다. 해야 할 일을 잊었다는 듯 허둥지둥 뛰어간다. 멀리서 보이지만 로페즈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1골 1도움 맹활약을 한 뒤 나를 가장 예뻐해주는 전북 팬들을 만나러 가는 마음이 얼마나 신이 났을까.

이제 다시 한번 '오오렐레' 응원이 울린다. 이번엔 한 사람만을 위해 팬들이 다시 어깨동무를 한다. 비단 로페즈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경기 MVP로 뽑히는 선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 조용히 걸개를 철거하는 우라와 팬들. 경기 중엔 뜨거웠다.

건너편 남쪽 응원석에선 우라와 팬들이 걸개를 정리하고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분위기는 축 가라앉았다. 로페즈와 또 축제를 즐기는 전북 팬들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전북의 승리는 곧 전북 팬의 승리다.

전북 팬들도 퇴장을 한다. 2층에 걸었던 걸개를 걷고, 경기 내내 나부끼던 대형 깃발도 들고 퇴장한다. 하지만 승리 뒤풀이는 끝나지 않았다. 경기장 외부로 이동한 뒤엔 자축 세리머니가 이어진다. 경기 내내 부르던 응원가를 복습하듯 다시 한번 부른다. 외국인 팬들도 스스럼없이 어깨를 함께 걸고 흥겨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맥주에 취한 것일까, 아니면 분위기에 취했던 것일까. 뭐 어떤가. 흥겹게 노는 데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일이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선수들이 팬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이다. 믹스트존을 지나고 나면 선수들의 '퇴근'을 기다린 팬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사인과 사진 촬영까지 모두 마치고 나면 경기장은 그제서야 조용해진다. 물론 다음 홈 경기 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축구는 90분 동안 펼쳐진다. 하지만 축구장의 시간은 조금 더 이어진다. 그 특별한 '추가 시간'이 경기장을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 아직 끝나지 않은 전북 팬의 승리 뒤풀이.
▲ 인기남 로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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