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배 뒤 인사하는 대구 선수단, 격려하는 대구 팬.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유현태 기자] 대구FC의 인기 고공행진은 '선수, 새 경기장, 팬'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 간다.

대구FC는 23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2019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 리그 4차전에서 히로시마와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3차전 패배를 갚고 이번 시즌 목표로 삼았던 ACL 16강 진출을 이루기 위해선 승리가 필요했다.

23일은 날씨가 돕지 않았다. 오후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킥오프가 가까워선 꽤 비가 내렸다. 평일 저녁에 열리는 경기, 여기에 날씨까지 좋지 않으면 '흥행'에는 악영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관중 수는 10074명. 빈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우의를 입은 팬들이 DGB대구은행파크 대부분을 메웠다. K리그에서 1만 명 이상의 평균 관중을 모은 구단은 대구(1만 1236명)를 비롯해 전북 현대(1만 4212명), FC서울(1만 4142명), 수원 삼성(1만 577명)까지 4개뿐이다. 비오는 평일 경기에서 1만 명 이상 동원하는 것은 K리그의 어떤 구단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대구는 지난 시즌 평균 3518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이번 시즌 대구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경기장을 쓴다는 점이다. 피치와 거리가 7미터에 불과하고 1만 2000석 규모로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깔끔한 외관과 새 시설들의 장점도 있다. 새 경기장 완공으로 이슈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친구들과 경기장을 찾은 김선욱, 박한결 씨는 "대구스타디움 시절에도 자주 다녔다. 이번 시즌 5번째 왔다. 경기장 접근성도 좋고, 경기 보기도 좋지 않나"라고 말한다. 이어 "물론 최근 성적이 좋아져서 더 좋다"고 덧붙인다.

장수화-박미정 씨 커플은 이번 시즌 부쩍 대구 경기를 자주 찾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번까지 3번째 홈경기 직관이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다녔지만, 스타디움 시절에는 이렇게 자주 다니지 않았다. 경기장에 오기도 편하고 경기 보기에도 아주 좋다"면서 "올해는 계속 경기장에 다닐 것 같다"고 밝혔다.

▲ "왜 안 들어가?" 김대원의 포효.

하지만 새로운 경기장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다. 경기장을 채우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중요하다. 극장 시설이 아무리 좋다한들, 상영되는 영화의 질이 떨어지면 관객도 찾을 리 없다. 대구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많이 뛰면서 상대를 압박한다. 그리고 공간을 활용해 빠르게 나오는 역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곤 한다.

히로시마전에도 패배했지만 팬들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대구 서포터즈들은 S석을 떠나지 않고 "대구!"를 연호했다. 항상 이기는 팀은 없고 대구 팬들도 대구가 모든 경기를 이기기 바라지 않는다. 다만 열정 넘치는 경기력과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뚜렷한 전술적 색채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대구는 히로시마전에서 열심히 측면을 공략하며 장기를 뽐내기 위해 노력했다. 측면이 잘되지 않자 세징야가 중원에서 공을 잡고 에드가의 포스트플레이를 함께 활용하며 중앙도 공략했다. 마지막엔 정태욱과 에드가 트윈타워도 활용해봤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믹스트존을 지나는 홍정운의 눈두덩이와 턱엔 상처를 덮은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 대구 골수 팬 김도현(위)와 아이들. ⓒ유현태 기자

'새 경기장과 선수들의 열정'이란 용에 마지막 눈을 그려주는 것은 역시 팬들이다. 4경기 연속 홈 경기를 매진시키는 동안 '제대로 노는 법'을 배웠다. 빈 경기장보단 꽉찬 경기장에서 함께 소리지르며 즐기는 것이 재미있는 법.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관중석 바닥을 구르며 응원 소리를 배가한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치른 첫 홈 경기 때만해도 장내 아나운서의 '지도'가 필요했지만, 히로시마전에선 경기장 곳곳에서 이른바 '쿵쿵 응원'이 시작됐다. 열심히 북만 두드리는 히로시마 서포터들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김도현 씨는 대구스타디움 시절부터 대구를 응원한 골수 팬이다. 그는 "스타디움 시절에도 매일 다녔다. 아이들도 축구를 해서 항상 데리고 다닌다. 팬이 많아진 걸 보면서 좋기도 하지만 서운한 마음도 있다. 예전에 대구스타디움 시절에도 좀 많이 와주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땐 정말 몇 백 명이서만 볼 때도 있었다"며 대구의 성공에 '만감이 교차한다'고 설명한다.

한낱 '공놀이'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은 즐기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잘 즐기려면 멋진 내용을 만드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경기를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환경까지 조성돼야 한다. 대구의 뜨거운 인기는 새 경기장, 선수들과 경기력, 팬들이 만들어내는 삼중주의 결과다. 물론 이 멋진 연주를 이어 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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