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랙맨 포터블 시연 장면 ⓒ 트랙맨 트위터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가방 하나, 스탠드 하나, 태블릿 한 대면 수십가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레이더 장비가 이제는 백팩 하나에 쏙 들어가는 시대다. 

스포티비뉴스가 10개 구단을 대상으로 추적 장비 사용 현황과 향후 도입 예정에 대해 조사했다. 상당수 구단이 레이더 장비를 이미 쓰고 있다. 예외 사례인 KIA 타이거즈 조계현 단장은 "구단 차원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쓰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태도는 아니다. 활용도, 예산 등 검토할 것들이 많다.

레이더 장비가 도입되기 이전에 쓰였던 PTS(Pitch f/x)도 KIA를 포함한 5개 구단이 활용하고 있다. 현황을 정리하면 주도권은 레이더 장비가 쥐고 있고, 최신 유행은 휴대용 장비로 넘어가는 중이다.  

▲ 트랙맨 포터블이 들어가는 백팩. ⓒ 신원철 기자
◆ 왜 포터블이 대세일까

랩소도 - 7개 구단 활용 / 트랙맨 포터블 - 2개 이상 구단 검토 중

이제 트랙맨 스타디움(고정식)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이동식 장비를 쓰고 있거나 쓰려는 팀들이 절대 다수다. KBO 리그 상황에는 이동식 장비가 더 적합하다고 보기도 한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하려면 고정된 레이더보다 이동식 장비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LG 노석기 육성팀장은 "메이저리그는 선수 영입에 참고하기 위해 추적 데이터를 쓰는 경우가 많다. KBO 리그는 선수 이적이 메이저리그만큼 잦지 않기 때문에,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에 참조하는 용도로 활용 폭이 넓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동식 장비의 대세는 트랙맨 포터블보다는 랩소도다. 트랙맨 포터블은 신제품이지만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휴대용 장비 시장을 선점한 랩소도를 이미 쓰고 있는 팀들은 트랙맨 포터블의 추가 구매까지는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SK, kt, NC는 검토 단계다. 단 우선 순위는 기존 장비에 있다. 

기존 장비의 효용이 확실히 드러나고 나면 더 적극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모든 장비가 그렇지만 이동식 추적 장비도 이제 도입 단계다. 7개 구단은 이미 랩소도를 쓴다. 현재 이동식 추적 장비가 없는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트랙맨 포터블의 활용도를 검토하는 중이다. 

▲ SK 이재원 ⓒ 곽혜미 기자
◆ 더 세밀하게

이제 추적 장비들은 더 세밀한 부분을 파고든다. 다른 변수를 최소화해 순수한 투구, 스윙 그 자체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SK와 한화가 쓰는 '블래스트'는 스윙 분석 장비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배트 노브에 센서를 달아 스윙 정보를 수집한다. 투수와 구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타구 정보와 달리 순수하게 타자의 기량에 대해서만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래스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쓰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도입했다. 대학 팀은 물론이고 고등학교 팀도 쓸만큼 많이 보급됐다. 도구를 휘두르는 종목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원리가 같은 소프트볼은 물론이고 골프 스윙도 분석한다. 

한화 관계자는 "3D로 스윙 궤적을 확인하고, 배트스피드와 타격 각도, 타격 면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앞으로 퓨처스 및 육성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모든 추적 장비는 초고속 카메라와 결합됐을 때 최적의 결과물을 만든다. 회전축을 수정했을 때, 그립을 바꿨을 때를 머리속이 아닌 영상으로 저장해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첨단 장비 도입에 적극적인 한화가 초고속 카메라 도입을 추진하는 중이다.   

▲ 트랙맨 포터블. ⓒ 트랙맨 트위터
◆ 러닝머신 있다고 다이어트 되나

운동 기구가 많다고 다이어트가, 근력 운동이 알아서 되지 않는다. 이 분야도 마찬가지. 많은 장비의 활용이 최선의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잘 쓰지 않으면 예산 낭비로 끝난다. 러닝머신과 달리 옷걸이로도 못 쓴다. 

그래서 각 구단은 우선 기존 장비가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또 어떤 결과물을 내는지 먼저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외부 평가에 손사래를 친다. 삼성도 충분히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중이다. 

새 장비 도입도 마찬가지다. 아직 충분히 많은 장비를 쓰고 있지 않은 팀들은 적극적인 편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팀들이 오히려 신중하다. 기존 장비의 활용도를 충분히 검토한 뒤 신제품을 들여올지 결정할 예정이다. 

대신 분석 인력 보충에 대해서는 대체로 열려 있는 분위기. 그러나 이 경우는 인력풀의 문제가 있다. 

애슬릿미디어 신동윤 이사는 "미국에서도 능력 있는 인재는 드물다"며 고 말했다. 삼성에서 데이터 분석을 맡고 있는 오주승 프로는 "KBO리그는 미국과 달리 추적 데이터가 공개돼있지 않아 이 일을 하고 싶은 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오주승 프로는 트랙맨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관련 업무를 한 덕분에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현재 각 구단에서는 적게는 1명(NC), 보통 2~3명(NC 제외 9개 구단) 정도의 데이터 분석 인력을 두고 있다. 

롯데는 1군 운영팀과 퓨처스 육성팀에 각각 1명을 배치했다. 삼성은 3명 모두 전문 분석가로 팀을 꾸렸다. 키움은 모두 다른 전공을 한 이들을 모았다. 경제학, 산업공학, 스포츠통계학을 전공한 직원들이 한 팀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본다.

# 설문은 3월말 시작해 4월 중순 취합이 끝났습니다. 구단별로 정책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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