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A대표팀에 선발됐던 이강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FIFA U-20 월드컵은 미리보는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 축구 유망주의 축제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세 이하의 나이에 프로 1군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하면서 '반쪽 대회'로 위상이 떨어졌다. 

한국 축구 최고 유망주로 불리는 미드필더 이강인(18, 발렌시아)과 윙어 정우영(20, 바이에른 뮌헨)의 차출 문제도 난항을 겪었다. 결국 두 선수 모두 참가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만약 참가가 불발됐다면 다시금 U-20 월드컵의 위상과 성과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오지 않는 대회라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1977년 튀지니에서 첫 대회가 열린 FIFA U-20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가 6골을 몰아치며 아르헨티나를 우승시킨 2005년 대회까지 FIFA 월드유스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디에고 마라도나(1979년),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 즈보니미르 보반(1987년), 파블로 아이마르(1997년), 다니 아우베스(2003) 등이 이 대회 활약을 성인 무대까지 이어갔다.

2007년 대회부터 FIFA는 U-20 월드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7세 이하 국제대회도 U-17 월드컵으로 같은 해 열렸다. 문제는 지난 10년 사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관심이 줄고 있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전 세계적인 선진화와 10대 선수의 프로 계약이 일상화되는 현대 축구의 현실에 U-20 월드컵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메시도 만 18세에 2005년 FIFA 월드유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이끌었다.


◆ 최고의 선수는 빠지는 U-20 월드컵, 현대 축구 실정에 맞는 개편 필요

실제로 U-20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만 20세 선수는 법적으로 성인이다. 청소년 월드컵으로 불린 20세 이하 월드컵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걸출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의 경우 이미 만 19세, 만 20세의 나이에 유럽 상위 리그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런 선수들의 경우 리그 일정이 대회 일정과 겹칠 경우 참가하지 않는다. 

아예 성인 대표팀에 뽑혀 U-20 월드컵에 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성인 대표에 뽑히지 않더라도 20세 이하 대표팀의 평가전이나 지역 예선 등 일정에는 차출되지 않는다. 본선만 함께 뛰는 식이다. 이는 U-20 대표팀과 해당 팀의 동료 모두에게 부정적인 상황이다. 대회 위상 문제와 별개로 팀 내부 분위기와 조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축구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견이 U-17 월드컵과 U-20 월드컵을 U-18 월드컵, 한 대회로 통합해서 치르자는 것이다. U-17 월드컵에 참가하는 17세 이하 선수들의 경우 아직 경쟁과 승리보다 축구를 즐기고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더 중요한 나이대다. 이 시기에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플레이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U-17 월드컵이 정착되면서 이 나이대 팀도 승리를 위한 실리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

20세 이하의 경우 앞서 얘기한 최고의 선수들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아예 U-18 월드컵으로 통합해 해당 나이대 최고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좋다. 18세 이하의 나이에도 프로 1군에 진입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대부분 팀의 중추가 되지는 못한다. 이 나이에는 많은 실전 경기 경험이 중요하고, U-18 월드컵 참가는 구단 입장에서도 부담없이 보내 좋은 경험을 쌓게할 대회로 여겨진다. 

발렌시아 측이 이강인을 보내주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도 그가 아직 만 18세로 1군 팀에 절실한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2년 뒤 만 20세가 되면 보내주기 어려울 것이다.

▲ 2017년 한국 대회에서 우승한 잉글랜드

◆ U-17 월드컵+U-20 월드컵 합쳐 U-18 월드컵 매년 개최하자

U-18 월드컵으로 통합하고, 주요 리그 일정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시기에 개최해 최고의 선수들이 나오도록 할 수 있다. 연령별 대회는 구단의 차출 의무가 없지만 U-18 월드컵으로 통합 개편한다면 차출 의무도 삽입해야 한다. 대회 권위도 높이고, 팀 조직력과 집중도를 높여 최고의 유망주 대회로 삼으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U-17 월드컵과 U-20 월드컵을 여는 것은 FIFA의 수익 사업이기도 하다. 더 많은 나라에 국제 대회를 열어 상업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성도 있다. 대회 통합으로 생기는 문제는 U-18 월드컵 통합시 격년이 아니라 매년 개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해결할 수 있다. 매년 개최하는 것은 골짜기 세대가 생기는 문제, 연령에 따라 불이익을 받게 되는 선수들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뛰어난 특정 선수가 지속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문제는 한 선수가 한 번만 참가할 수 있는 규정을 두어 해결할 수 있다. U-18 월드컵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성적보다 선수의 성장 발전, 국제 교류에 있어야 한다. 성장기에 있는 많은 선수들이 경험을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U-20 월드컵과 U-17 월드컵의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본래 취지에 맞게 청소년 월드컵을 운영하기 위해선 U-18 월드컵 통합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는 실제로 FIFA 총회에 한국 측 관계자가 건의하기도 했고, 논의가 이뤄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단계를 넘어 공론화가 필요하다. 축구계 전체의 공론화를 통해 청소년 월드컵이 가치있게 운영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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