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극단적인 타고투저 완화의 촉매제일까. 아니면 시즌 초반의 일시적 착시일까. KBO가 '공'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공인구가 이처럼 뜨거운 이슈가 된 것도 이례적이다.

현장은 “공이 확실히 안 나간다”는 의견으로 뭉치는 분위기다. 이는 타자와 코칭스태프, 외야수는 물론 일부 투수들도 인정하고 있다. 타고투저 완화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면 “초반의 일시적 현상이다”, “모든 원인이 공인구 때문은 아니다”는 반론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2017년·2018년과 비교하면 일단은 ‘완화’ 쪽에 무게가 실린다. 2018년의 첫 97경기 당시 리그 타율은 2할7푼7리, 평균자책점은 4.93이었다. 리그 장타율은 0.436으로 경기당 2.40개의 홈런이 나왔다. 2017년은 첫 95경기까지 타율이 2할6푼8리, 장타율 0.391, 평균자책점 4.16, 경기당 홈런 1.6개였다. 

타고투저의 절정이었던 작년을 제쳐두고, 2017년과 비교해도 올해 수치가 소폭 떨어졌다. 95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올해 팀 타율은 2할5푼8리, 장타율은 0.383, 평균자책점은 4.03이다. 경기당 1.64개의 홈런은 2018년보다는 2017년에 훨씬 더 가깝다. 최근 3년간 시작만 놓고 보면 타고 성향은 2018년이 가장 강했고, 2017년이 그 다음, 그리고 올해다. 다만 타고의 시작으로 보는 2014년 이후 타율과 장타율이 가장 낮은 위치에서 시작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공이 안 나간다” 외야수들이 가장 많이 느낀다

▲ KBO는 올해부터 공인구 반발계수 범위를 0.4134~0.4373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한희재 기자

KBO는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했다. 종전 0.4134~0.4373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반발계수가 0.01 낮아지면 비거리가 20㎝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그 이상이다. 아직 이 반발계수를 갖춘 공인구가 전면 보급되기 전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공이 확실히 안 나간다. 정상 범위 공인구와 불량이 섞여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손아섭(롯데)은 “반발력이 줄어든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예전에는 공이 딱딱해서 ‘딱’ 맞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물러서 ‘퍽’하고 맞는다. 맞았을 때 충분히 홈런이 됐다고 생각한 타구가 살짝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박경완 SK 수석코치는 “저 정도 타이밍에서 맞았으면 확실하게 넘어갈 타구가 의외로 살짝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4월 2일) 전준우의 홈런은 타이밍이 완벽했다. 크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살짝 넘어갔다. 반발력 조정을 실감했다”고 했다. 정경배 두산 타격코치도 “확실히 안 나간다”면서 “물론 잘 맞은 타구는 넘어간다. 하지만 좌·우중간으로 넘어가는 홈런이 줄어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베테랑 외야수인 김강민(SK)은 수비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김강민은 “확실히 작년보다 덜 나간다. 이건 확실하다. ‘넘어갔다’ 하는 타구도 끝까지 쫓아가보면 펜스 앞에서 잡히거나 펜스를 맞히는 게 빈번하게 있었다”면서 “이제는 ‘이게 홈런이다’ 느껴도 외야수는 안 쫓아갈 수가 없다. 공이 어떻게 떨어질지 모른다. 그런 사례가 많이 있었다. 잡은 것도 있고 펜스에 맞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야수 이명기(KIA) 또한 “옆에서 봤을 때 센터 쪽으로 당연히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 타구가 생각보다 안 나가서 펜스 앞에서 잡히거나 펜스에 맞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수비수가 봤을 때는 반발계수가 확실히 줄었다고 느낀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대다수 외야수들은 “공 꼬리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집중해 수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투수는 반응 엇갈려… 기록은 “초반의 일시적 현상”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반발력이 줄어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투수들도 실전에 들어가자 이를 체감하는 경우가 생겼다. 김태훈(SK)은 “작년에는 맞는 순간 타구가 쫙 뻗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한 번 먹혔다가 나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일부 투수들은 “넘어갔다고 생각했던 타구가 뜬공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증언한다. 문승원(SK)은 “그래서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던진다. 패턴이 달라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시즌 초반은 대개 투수들이 득세하는 시기라는 것은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 이르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한희재 기자
다만 여전히 차이가 없다는 투수들도 상당히 많다. 김상수(키움)는 “공인구 때문에 타고투저가 완화됐다는 건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잘 맞은 타구는 여전히 다 빠르고 넘어간다. 아직은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는 투수들의 목소리는 크게 줄지 않았다. 실제 홈런 비거리가 2017년과 2018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맞지만, 타구속도는 2017년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는 원래부터 투수가 득세하는 시기고, 리그 팀 타율이 지금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최근 4~5년간 대개 여름으로 갈수록 팀 타율과 장타율이 계속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2017년 첫 95경기에서 0.391로 시작했던 장타율은 0.438로 마무리됐다. 2018년도 0.436로 시작했고 최종은 0.450이었다. 투수들이 여름에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상대적으로 방망이가 힘을 내는 경향이 뚜렷했다.

공인구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도 폭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 감독은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넓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공인구보다 타고를 억제할 수 있는 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일정이 줄면서 타자들의 감이 아직 다 올라오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구단 감독은 “우리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타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발전에 근거를 찾는 이들도 있다. 한 투수코치는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타자들도 발사각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으로 훈련을 하지 않았나. 투수들도 최근 첨단장비의 도움을 받아 구종을 개발하거나 회전축을 바꾸며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유를 찾았다.

심리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만약 KBO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고 가설을 제시했다. 타자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반발력이 줄어들어 공이 안 나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의미다. 이는 선수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실제 시즌 초반 타격감 난조에 타율이 떨어지자 생각이 확신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이는 객관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올해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 또한 시즌 초반 바닥을 기다 4월 들어 급격히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추세상 2018년 수치까지 이르기는 어렵겠지만, 2016년이나 2017년 수준 정도를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전력분석 관계자는 "2018년이 워낙 비정상이었는데, 그 수치가 팬들과 타자들의 눈높이를 확 올려놨다"면서 "2017년도 충분히 타고투저였다. 그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타고투저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KBO는 “5월부터는 반발계수를 조정한 공인구를 전체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타격감이 살아나야 정상인 5월 이후에도 각종 타격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공인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이 정말 이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타고투저'의 시대는 끝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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