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널의 왕 '킹' 앙리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뽑는 투표에서 티에리 앙리(전 아스널)이 1위에 올랐다.

영국 'BBC'는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역대 외국인 선수들을 후보에 올려 '최고의 외국인 선수' 투표를 실시했고 23일(한국 시간) 결과를 발표했다.


후보는 티에리 앙리를 비롯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현 유벤투스), 에릭 칸토나(전 맨유), 디디에 드로그바(전 첼시),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 페트르 체흐(아스널), 다비드 데 헤아(맨유), 빈센트 콤파니(맨시티), 피터 슈마이켈(전 맨유), 다비드 실바(맨시티), 야프 스탐(전 맨유), 패트릭 비에이라(전 아스널), 네마냐 비디치(전 맨유) 등이다. 투표는 무려 25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1위는 앙리가 선정됐다. 득표율은 45%로 과반수에 가까운 표를 받았다.2위는 14%의 호날두가 차지했고, 3위는 12%의 에릭 칸토나, 4위는 8%의 아구에로, 5위는 6%의 드로그바가 차지했다.

잉글랜드 최고의 골잡이로 꼽히는 앨런 시어러, 전 첼시 감독인 루드 굴리트, 블랙번, 첼시 등에서 활약한 크리스 서튼, 뉴욕 타임스 기자 로리 스미스 등이 투표 후보 코멘트에 참여했다.

시어러는 "앙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래 뛴 외국인 선수이자 골 장면에 언제나 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스미스는 "우아한 선수였다. 앙리를 보려고 전 세계 축구 팬들이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했다. 다 갖춘 완벽한 선수다"며 극찬했다. 서튼 역시 "앙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다. 경이로운 선수다"고 평가했다.

▲ 역사의 시작
◆ 역사의 시작이 된 1999년

앙리는 자국에서 열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다음해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한다. 하지만 기대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불과 반 시즌 만에 팀을 떠났다. 위기에 늪에 빠진 앙리에게 손을 내민 건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었다. 앙리 영입으로 벵거 감독에게 엄청난 비판이 가해졌다. 이탈리아에서 보여준 것 하나 없는 실패한 선수를 거금을 들여 왜 영입했냐는 비판이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 비판은 쏙 들어갔다.

앙리는 이적 초반 적응에 애를 먹는 듯 보였지만 잠깐 주춤 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연일 골을 몰아쳤다. 첫 시즌에 리그에서만 무려 17골을 퍼부었다. 초반 적응만 제대로 됐으면 20골 이상도 가능했다. 그렇게 '킹' 앙리의 전설이 시작됐다.

▲ 무패우승을 달성한 2003-04시즌, 앙리에게 어깨동무를 한 선수는 패트릭 비에이라
▲ 아스널 1기 말기 쯤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활약한 앙리. 뒤에 보이는 선수는 20대 초반의 판 페르시(왼쪽)와 갓 스물을 넘긴 세스크 파브레가스(오른쪽)
◆ 2003-04시즌 전설의 무패 우승

앙리와 아스널은 2003-04시즌에 정점을 찍었다. 프리미어리그 최초의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이때 앙리는 리그에서 30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더불어 PFA 올해의 선수상, 그 해 말에 있던 FIFA 올해의 최우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앙리의 활약을 든든히 받치는 조력자들도 많았다. 데니스 베르캄프를 비롯해 페트릭 비에이라, 로베르 피레, 애슐리 콜, 프레드릭 융베리가 그들이다.

안타깝게도 이때 이후 아스널의 리그 우승은 없었다.

▲ 하이버리에서 마지막 순간, 앙리는 이 자리에서 골든부츠를 받았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골든부츠 트로피.
▲ 2005-06시즌, 눈앞에서 놓친 '빅이어'
◆ 계속되는 앙리의 전설

아스널의 리그 우승은 없었지만 앙리의 활약은 계속됐다. 리그에서 2004-05시즌은 25골, 2005-06시즌은 27골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5-06시즌은 도움왕도 동시에 받았다. 특히 해당 시즌은 아스널 홈 구장인 하이버리가 사용되는 마지막 시즌이었다. 정든 경기장에서 앙리는 많은 이들의 박수 속에 골든부츠 트로피를 받았다. 

이 시즌에 아스널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지만 바르셀로나(스페인)에 패해 우승이 좌절됐다.

새 홈 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보낸 2006-07시즌은 다소 부진했다. 리그 10골에 그쳤는데 일단 출전을 17경기 밖에 하지 못했다. 유망주 수집가로 유명한 벵거 감독은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이었다. 이때 주축이 된 선수가 세스크 파브레가스(현 모나코), 로빈 판 페르시(현 페예노르트) 등이다.

그리고 새 경기장에서 치른 첫 시즌이 앙리에게 아스널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 되는 듯 했다.

▲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앙리
◆ 바르셀로나 이적

앙리는 다음 시즌 이적을 결심한다. 영원히 아스널의 '킹'으로 남을 줄 알았던 앙리는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바르셀로나는 워낙 출중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스널 때처럼 에이스로 활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은 활약으로 중요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앙리는 노쇠화를 보이긴 했지만 2008-09, 2009-10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08-09시즌에는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 아스널 2기 시절 챔피언스리그 출전한 앙리(오른쪽), 왼쪽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 미국 진출과 아스널 2기 개막

앙리는 2010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뉴욕 레드 불스(미국)로 이적했다. 선수 생활의 말년에 미국메이저리그사커에 진출해 새로운 도전을 모색했다. 당시 메이저리그사커는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영입해 리그 활성화를 도모했고 앙리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앙리는 미국에서 한 차원 다른 실력으로 소위 말하는 '클래스'를 보여줬다.

2012년 1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앙리의 아스널 복귀다. 벵거 감독은 공격진의 부진에 골머리를 앓았고 앙리를 단기 임대로 영입하는 선택을 했다.

나이는 있지만 조커로 활약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FA컵에서 교체 출전해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총 7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했다. 2개월의 단기 임대였지만 임팩트는 대단했고, 아스널 팬들은 그저 앙리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 마지막 불꽃을 태운 뉴욕, 사진은 아스널과 친선경기
◆ '킹' 앙리의 마지막

앙리는 단기 임대 종료 후 뉴욕으로 복귀했다. 복귀해서도 뉴욕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임대 복귀 후 은퇴까지 2년 동안 무려 35골을 퍼부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설의 이름에 걸맞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2014년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앙리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벨기에 수석코치로 첫 발을 내디뎠고, 지난해 10월 친정 AS 모나코(프랑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단 감독으로 결과는 좋지 못했는데 강등권에 빠진 모나코를 구하지 못하고 부임 4개월 만에 쓸쓸히 떠났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