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정준영이 21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관계자'라는 이름은 애매한 상황에 가장 유용하게 쓰인다. 공식적인 직함을 달고 회사의 입장으로는 낼 수 없는 솔직한 입장을 유연하고 설득력있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사에 언급되는 많은 관계자들은 확실한 신원을 갖고 있는, 믿을만한 정보원들이지만 이런 이유로 '한 관계자'의 탈을 쓰고 현실적인 코멘트를 해줄 때가 많다.

그런데 특정되지 않은 표현인 탓에 '관계자'는 헛소문의 근원지가 되기도 한다. 악성 지라시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도는 출처 모를 연예계 정보들도 '관계자의 말'로 둔갑하곤 한다. 교묘해진 바이럴 광고 시장 만큼이나 신원을 알 수 없는 가짜 관계자들로부터 만들어진 소문도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승리에서 정준영으로 이어지는 사건 때문에 흐름을 타고 가짜 지라시들이 속속들이 퍼져나갔다. 있지도 않은 '정준영 리스트' 때문에 언급된 연예인들의 공식입장이 줄줄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기도 했다.

케이팝 아이돌들을 향한 가짜 소문은 언제나 꾸준했다. 지난 13일에는 엑소의 디오가 소속사와 결별하고 팀을 떠난다는 소문이 기사화까지 됐다. 소속사에서는 재빨리 "완전 오보"라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혔지만, 팬들은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고 디오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쏟아진 반응을 감내해야 했다.

▲ 그룹 엑소 디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이 같은 사실은 보도되기 얼마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암암리에 퍼진 잘못된 소문이었다. 당연히 팬덤은 '발칵' 뒤집혔고 워낙 큰 사안이다보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고 한다.

방식은 이랬다. 누군가가 온라인 커뮤니티나 트위터의 익명성을 이용해 그럴듯한 댓글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엔 트위터 '알계'(익명 계정)들의 활약이 거세다. 마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가 너무 입이 근질근질한 나머지 살짝 폭로하는 느낌'으로 책임질 수 없는 문장을 던져놓는다. 소문이 퍼지면 본인은 팬들의 반응을 즐기다가 문제가 심각해지면 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없애버리면 그만이다.

이렇게 명확한 출처 없이 던지듯이 내놓은 가짜 정보는 매분, 매초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검색하는 팬들에게 빠르게 포착된다. 소문은 충격적일 수록 빠르게 퍼져나간다. 작게는 아이돌 누구와 누구가 사귄다는 것부터 크게는 결혼설, 탈퇴설 등 이렇게 아이돌 판을 뒤집어 놓을 만한 치명적인 헛소문들도 종종 등장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장난이 워낙 많다보니 '인증 없으면 믿지 않는다'는게 생활화 되어 있다지만, 아무도 진위확인을 해줄 수 없으니 사실임을 가정하고 이런저런 가능성에 대해 추측이 이어지고 때로는 기정사실화 된다. 가짜 소문이 진짜를 잡아먹고 나서야 수습이 되는 모양이다.

나쁜 소문은 더 빨리 퍼져나가고, 사람들은 해명에 관심이 없거나 온전히 믿지 않는다. 이미 익명의 가짜 관계자가 그럴듯하게 심어놓은 거짓말이 더 믿음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익명의 제보가 종종 맞을 때도 있다. 실제로 팬들의 관심이 고픈 관계자가 종종 내부 정보를 흘릴 때도 있고, 사생활을 내내 따라다니다보니 개인적인 정보를 알게 된 사생팬이 그럴 때도 있다. 팬들은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이들이 흘린 소문이 맞았던 적도 있으니 일단 나오는건 다 믿고 보는 거다.

일선에서 일하는 '진짜' 관계자들은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중요한 정보를 접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쉽게 그 내용을 누설하는 일도 없을뿐더러, 말처럼 '밥줄'이 걸린 상황에 작은 호기심이 불러일으킬 파장을 잘 알기에 쉽게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서다.

한 관계자는 "도대체 뭘 위해서 그런 소문을 내는 지 모르겠다. 정말로 그 목적이 궁금하다"며 "그런 헛소문 때문에 가장 안타까운 건 정작 주목받기 위해 마련된 것들이 눈길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작품이나 앨범이 그런 단발성 가짜 이슈에 묻히는 걸 보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 및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실제로 정준영 사건 관련 지라시가 들끓을 무렵 컴백 앨범을 낸 가수들은 대부분 조명을 받지 못했다. '앨범이 나온 줄도 몰랐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물론 알려져야 할 사건이었지만, 파생된 헛소문들 때문에 사건의 본질 또한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받았다.

지라시에 언급된 것만으로도 이미지에 타격 받은 연예인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이 받은 악성 댓글과 유포자를 법으로 응징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금전과 시간이 필요할까.

문제는 이런 소문이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에서 '재미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경쟁자에게 흠집을 내려는 의도, 좋은 소문을 만들어 덧씌우려는 의도도 있지만 '관심을 받고 싶어서'란 이유도 상당하다.

SNS 시스템상 익명의 제보자들이 생산하는 '가짜 관계자의 정보'는 당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짜 정보를 접하는 대중은 신중한 판단력과 태도로 거짓 정보의 유포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기에 모두의 자정 작용에 기대할 따름이다. '재미'로 묵인한 나쁜 장난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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