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NC파크에 있는 보조 전광판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숫자들이 표출된다. 체감구속, 회전 수가 나온다.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세이버 메트릭스를 넘어 이제 트래킹(추적) 데이터 시대다. 야구 통계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여기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아는 야구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어떤 팬들은 'KBO 리그 현장에서는 통계를 활용할 생각이 없다'고 단정짓기도 한다. 트랙맨을 다루는 애슬릿미디어 신동윤 이사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트래킹 데이터는 세이버 메트릭스와 다르다는 얘기다. 

그는 "현장 출신 인력들이 트래킹 데이터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오히려 생각보다 빨리 이해한다"고 했다.

"KBO 리그 구단과 같이 일하기 전, 미국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미국의 경우 세이버메트릭스를 낯설어 하던 전통적인 야구인들도 트래킹 데이터는 빠르게 받아들였다."

"이 데이터는 일반적인 통계와 다른 면이 있다. 딱 들어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스피드건 숫자로 비유해 보면 쉽다. 구속이라는 숫자를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스탯가이' 분석가들이 어려워하는 추적 데이터를 현장이 더 쉽게 이해한다." 신동윤 이사의 얘기다. 

NC 이동욱 감독은 "경기 중에 보조 전광판으로 구속과 회전 수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한 상대 팀 투수의 예를 들었다. "경기 초반에는 직구 회전 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 그런데 5, 6회 되면서 회전 수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고 밝혔다. '새로운 스피드건'은 이렇게도 쓰인다. 

▲ 트랙맨을 활용하는 장면. ⓒ 트랙맨 트위터

다만 현장이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분석가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많은 팀들이 전문 분석가를 이미 뽑았거나 찾는 중이다.

LG 트윈스는 후발주자에 가깝지만 그래서 더 적극적이다. 차명석 단장은 앞으로 현장 전력분석원과 데이터 분석 인력을 합해 8명까지 인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전문 분석가도 알아보고 있다. 

차명석 단장은 "메이저리그처럼 야구 현장과 거리가 있었더라도 숫자에 능한 젊은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기존 전력분석팀 4명도 계속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문 분석가를 영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추적 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차단돼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신동윤 이사는 한국에 추적 데이터 전문 분석가가 많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애초에 능력 있는 분석가는 미국에도 많지 않다. 그런데 한국은 여건이 더 좋지 않다. 많이 보고 갖고 놀면서 익혀야 하는데 아직은 제한이 많다."

앞으로 달라질 여지는 있다. LG 노석기 육성팀장은 "과거에는 구속을 측정하는 스피드건 자료도 비공개였다. 지금은 그걸 특별히 비밀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트래킹 데이터 역시 공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기록이 노출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데이터 공개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어떻게 쓰느냐에 있기 때문"이라고 사견을 전제로 말했다.

▲ 휴대용 타구, 투구 추적 장비 랩소도를 활용하는 장면. ⓒ 김민경 기자
삼성 전력분석팀 오주승 프로는 추적 데이터 분석의 최전선에 있다. 삼성이 트랙맨 도입과 함께 영입한 젊은 인재다. 그는 추적 데이터를 "조선시대에 들어온 서구 기술이라고 보면 될까. 이게 좋다고들 하고, 좋은 줄은 알겠지만 아직 낯선"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에 10명 뿐인 프로 야구 감독에 '버금가는' 극소수 직업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트랙맨 도입 초기에 잠시 데이터 분석을 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게 좋은 계기가 됐고 그 뒤에는 야구공작소 활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았다"고 전했다. 

그를 만난 곳은 잠실구장이었다. 늘 선수단과 함께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얼굴을 맞대는 일이 가끔은 있다. 

오주승 프로는 선수들에게 데이터를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 "우선 많이 주려고 한다. 대신 '회전수가 어떻고 익스텐션이 어떠니 이렇게 바꾸라'고 제안하지는 않는다. 회전 수가 뭔지는 알아도 어떻게 쓰는지는 다들 낯설어한다. 데이터를 자주 전달하면서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젊은 선수들이 더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베테랑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프로에서 성공해 자리를 잡은 이들이다. 그들의 방식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생소한 분야라 경쟁 팀들과도 교류가 활발하다고 한다. 그는 "다른 팀 분석 전문가들과도 교류가 있다. 당연히 선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고, 코딩 방법에 대한 얘기는 자주 오간다. 어떤 숫자를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그런 것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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