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S 연예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한 '1박2일'의 차태현, 김준호, 정준영, 데프콘(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정준영 '몰카' 파문이 12년간 일요일 저녁을 지켜 온 KBS 대표 예능까지 침몰시켰다.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15일 방송 및 제작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몰카' 혐의로 연예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수 정준영을 하차시키고 통편집하겠다고 밝힌 지 3일 만이다. 

KBS는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최근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킨데 이어, 당분간 '1박 2일' 프로그램의 방송 및 제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 '1박 2일' 시간에는 당분간 대체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는 "KBS는 매주 일요일 저녁 '1박 2일'을 기다리시는 시청자를 고려하여 기존 2회 분량 촬영분에서 가수 정준영이 등장하는 부분을 완전 삭제해 편집한 후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전면적인 프로그램 정비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습니다"며 "KBS는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가수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KBS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지난 12일 귀국한 정준영.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일요일 저녁의 터줏대감 '1박2일'은 2007년 8월 KBS '해피선데이'이 새 코너로 첫 선을 보인 이래 제 자리를 지켜 온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다. 12년 넘게 방송을 이어오면서 수없이 출연자가 교체되고, 시즌이 바뀌기도 했지만 꾸준히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며 전 세대에 걸쳐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꼬리에 꼬리를 문 정준영 '몰카' 파문이 '1박2일'에까지 미치고 말았다. 

지난 11일 정준영이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유해 왔으며, 2015~2016년에 걸친 10개월간 확인된 피해자만 10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1박2일'에 고정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아 온 가수이기에 충격이 더 컸다. 보도 다음날인 12일 오전 '1박2일' 측은 정준영 하차를 공식화했다. 

▲ 14일 경찰에 출두한 정준영.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해외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12일 오후 급거 귀국한 정준영은 사과하며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으며, 1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두해 21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받았다. 하이라이트 용준형, FT아일랜드 최종훈, 씨엔블루 이종현 등 단체 혹은 개인 카톡방에서 불법촬영 영상을 받아 보고 여성 비하 발언을 나눈 가수들이 줄줄이 공개됐고 이는 공식 사과와 연예계 은퇴, 팀 탈퇴 선언 등으로 이어졌다.

'1박2일'은 정준영 '몰카' 보도 이후 당일 밤 이미 정준영 하차를 결정,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이를 공식화하는 등 재빠르게 대처했다. 그러나 과거가 '1박2일'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11월 '1박2일' 시즌3에 합류해 꾸준히 출연해 온 정준영은 2016년 9월말 전 여자친구와 성관계 중 동영상과 사진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돼 물의를 빚었고 '1박2일'에서도 하차했다. 돌이켜보면 이번 '몰카' 파문의 예고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 2016년 몰카 관련 기자회견의 정준영. 한희재 hhj@spotvnews.co.kr
그러나 3~4개월 뒤인 이듬해 1월, '1박2일'은 정준영을 복귀시켰고 이후 정준영은 별 탈 없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왔다. 당시 고소했던 전 여자친구가 소를 취하했고, 정준영이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터였다. 그러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몰카 영상을 돌려보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가감없이 해왔다는 폭로의 충격은 이전의 사건을 소환했다. "성범죄자 복귀를 터줬다", "더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난 여론이 폭발했고,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결국 12년을 이어 온 KBS 간판 예능 '1박2일'의 방송 및 제작이 잠정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정준영의 '몰카' 파문, 제 무덤을 판 과거의 과오, 도덕불감증이 12년 영욕의 장수 예능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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