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소속팀에 순조롭게 적응 중인 이지영 ⓒ키움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투손(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공 챙겨라 공!”

키움과 NC 연습경기가 열린 22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필드. 갑자기 키움 선수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트레이드로 새로 합류한 포수 이지영이 2회 안타를 친 직후였다. 한 관계자는 “자체 청백전을 빼면 오늘이 첫 연습경기인데, 이적 후 첫 안타라 선수들이 농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 후 만난 이지영은 “공을 챙겨준다고 했는데 안 챙겨줬다”고 웃었다.

키움은 지난해 말 SK·삼성과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키움은 외야수 고종욱을 SK에 내주고 대신 삼성으로부터 포수 이지영을 받았다. 박동원의 이탈로 안방에 난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로 이지영을 낙점한 것이다. 삼성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으나 강민호 가세 후 입지가 좁아진 이지영으로서는 큰 변화이자 기회다.

이지영은 “11년 동안 뛰었던 팀이라 생각이 많았다. 멍한 기분이 있었다”면서도 “어디서 야구를 하나 야구는 똑같다. 혼란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빨리 털어내고, 빨리 시작했다. 적응도 거의 다 끝났다고 말한다. 이지영은 “팀이 좋게 생각해주셔서 기분이 좋다”고 말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 몸도 잘 만들었고, 상태도 좋다”고 미소 지었다.

자신을 선택한 구단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포수는 다른 야수들과 다르다. 야수의 기능은 물론, 투수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새로운 투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이지영도 바쁘게 움직인다. 키움 마운드의 잠재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이지영은 “첫날부터 피칭할 때 돌아가며 많이 받아봤다. 오늘 첫 정식 경기였는데, 한 개라도 더 받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중간 과정은 호평 일색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여러 선수들 공을 받아가면서 팀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내 눈에 보였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이기 때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면서 "올해 주효상과 이지영이 좋은 모습으로 안방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경쟁은 피하기 어렵다. 백업포수 주효상은 구단이 기대를 건 미래다. 이지영도 이를 잘 안다. 여기에 징계를 벗어난 기존 주전포수 박동원이 돌아온다. 복귀 시점은 미정이나 이지영과의 불꽃 튀는 주전 다툼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지영은 굳이 이를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이지영은 “동원이도 좋은 포수고, 효상이도 좋은 포수다. 특히 효상이는 앞으로 더 해야 할 선수다. 경쟁하면서도 이들을 이끌어 하나라도 가르쳐 줘야 한다. 팀에서도 그걸 원할 것 같다”면서 “나보다는 더 오래 할 선수들이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게 많이 이야기한다”고 했다. 우승 경험이 풍부한 이지영은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키움은 젊은 팀이다. 이지영은 확실한 대우를 받는다. 이지영은 “나에게 주문을 한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투수들이 물어본다”고 했다. 기분은 좋지만,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팀이 가진 역량에 반한 이지영이다. 이지영은 “작년에도 좋은 경기를 한 팀이다. 그런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며 신뢰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제 그 팀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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