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은범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투수 송은범은 지난해 팀 내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셋업맨으로 68경기에 전천후 출격하며 7승4패1세이브10홀드, 평균 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불펜 투수로서 던진 이닝이 79.1이닝이나 됐다. 이태양과 함께 한화 불펜의 허리를 듬직하게 책임지며 팀을 페넌트레이스 3위로 이끄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송은범은 구단으로부터 삭감 통보를 받았다. 그 폭도 매우 크다. 지난해 송은범의 연봉은 4억5000만 원이었다. 여기서 50% 이상 금액이 삭감된 2억 원을 제시 받았다. 삭감액이 2억5000만 원이나 된다.

현재와 미래의 활약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송은범과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단의 생각이 상반돼 나타난 결과다.

한화 구단이 송은범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려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FA로서 4년 계약을 이행하는 동안 지난해를 제외한 3년간 부진을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다.

송은범은 2015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34억 원에 FA 계약을 했다. 계약금이 12억 원이었고 연봉은 4억5000만 원, 옵션이 4억 원이었다.

그러나 송은범은 첫 3년간 부진했다. 3년 통산 4승을 거두는 데 그쳤고 4승을 거두는 동안 24패나 기록했다. 2017년 시즌에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4년 계약이 끝났지만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해 FA 자격 재취득에 실패했다.  

구단은 송은범이 이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FA 선수로서 계약 기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새로운 연봉 계약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의미는 없다. 부진한 시간에 대한 내용을 문제 삼아 연봉 삭감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전체적인 한화의 연봉 협상 기조가 바뀌었다. 특히 베테랑들에 대한 대우가 대쪽 같은 원칙 아래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FA로 3년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배영수의 연봉을 5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5000만 원만 삭감했다. 올해는 기조가 다르다. 보다 공과 과를 확실하게 처리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기회와 가능성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은범 측은 구단의 제시액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하루아침에 원칙이 바뀐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화가 내부 FA 계약 협상에서 과거의 공보다는 미래 가치에 비중을 두고 협상하고 있는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송은범은 지난해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며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단순히 공만 빠른 투수가 아니라 타자와 승부에서 땅볼을 유도해 내는 효율적 투구가 가능한 투수로 진화했다. 송은범의 각성이 없었다면 한화의 상승세도 힘이 꺾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지만 지난해 성공은 올 시즌 이후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미래 가치를 봤을 때도 송은범은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대폭 삭감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은범 연봉 협상 진통은 FA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약 기간의 평균적인 활약을 새 연봉 협상에 적용하려는 구단과 현재 및 미래 가치를 평가 받고자 하는 선수간 대립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팬들은 이 협상에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한화와 송은범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단 구단은 첫 제시액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2월 1일 시작될 스프링캠프 이전까지 계약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올 스토브리그에서 손꼽히는 의미를 지닌 계약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