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아이파크' 김문환이 호물로, 김진규(왼쪽부터)와 득점한 뒤 골 뒤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시안게임'에서 김문환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K리그에는 숨은 원석들이 많다. 다만 우리가 알아보고 있지 못할 뿐이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 축구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직후부터 6경기 무패(3승 3무) 행진하며 기세를 잇고 있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두고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팀 인기의 '부활'이 K리그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K리그가 아직 대표팀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선수 면면을 봐도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등이 버틴 대표팀의 무게감이 훨씬 높다. K리그에 '스타'가 없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로 꼽혔다. 사실 어떤 선수든 시간이 흐르면 기량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해외로도 떠나가며, 언젠가는 은퇴한다.

◆ AG 스타 김문환 이전에 부산의 김문환이 있었다

K리그1은 올해 5445명, K리그2는 1700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지난해 각각 6502명, 2345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관중은 줄었다. 유료 관중만 집계한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K리그 인기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다행히 차세대 스타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아시안게임 선수들이 그 대상인데 대표적 예가 김문환(부산 아이파크)이다. 부산 홈 경기의 관중 추이를 보면 효과를 알 수 있다. 8월 25일 부산-수원FC전엔 1123명의 유료 관중이 찾았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인 9월 8일 부산-대전 시티즌전엔 2006명으로 늘었다. 부산-부천FC전, 부산-아산 무궁화전은 각각 4472, 4158명으로 또 증가했다. 부산이 승격에 도전하면서 불이 붙었다. 부산 축구의 성지 '구덕운동장'에서 대전과 치른 플레이오프는 8132명, FC서울과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엔 10127명 유료 관중을 기록했다. 

참고로 지난해 상주 상무와 치른 승강 플레이오프엔 1322명 관중이 찾았다. 그 경기에도 김문환은 선발로 출전했다. 마찬가지로 장소는 '구덕운동장'이었다. 원래도 최선을 다하던 '2부 리거' 김문환이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팬들을 끌면서 생긴 변화다.

▲ 2015년 K리그2 경기에 출전하는 조현우. 그때도 그는 거미손이었다. ⓒ대구FC

◆ 벼락 스타는 없다, K리그에선 원석이 나온다

K리그는 마치 '숨은 보물 찾기' 같다.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떠난 자리를 채운 것은 '새 얼굴'이다. 실력과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경기장을 누빈다.

사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스타들은 K리그에서 자라온 선수들이다. 골키퍼 조현우는 K리그2(챌린지) 시절부터 대구FC의 골문을 맡아 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꼽혔다. 팀이 승격한 뒤엔 K리그1(클래식)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결코 월드컵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선수는 아니다. 

문선민(인천)도 이전에 스웨덴에서 활약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뒤 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빠른 발과 저돌적인 돌파 스타일은 그 자체로 인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대표팀에 선발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문선민이 누구야?'라고 했지만 인천 팬들은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이제 A 대표에서도 경쟁을 펼치는 황인범(대전), 김문환(부산), 나상호(광주) 등은 심지어 2부 리그인 K리그2에서 활약한다. 이 3명의 선수는 모두 K리그2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높아진 이름값도 있지만 그만큼 올해 보여준 것이 있어 대표팀에 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 K리그2를 꾸준히 지켜봤던 이들이라면 팀의 핵심 선수인 이 세 선수를 모를 리가 없다.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만날 때마다 묻는 "정말로 팬들의 목소리와 응원이 힘이 되나요?"라는 질문에 선수들은 팬들이 있어서 힘을 낸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름이 들리면 저릿저릿한 감각을 느낀다고도 한다.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이 있다면 선수들은 더 큰 힘을 낸다. 리그에서 활약해야 대표팀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 K리그는 대표팀만큼이나 선수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미 잘 만들어진 보석들이 박힌 '대표팀'엔 관심이 쏟아지지만, 원석들이 나오는 K리그는 늘 척박하다.

2018년 한 시즌이 마무리됐다. 다행히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으로 숨은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대표팀에서 모두가 다 아는 스타들 대신 우리 지역 팀에서 뛰는 '숨은 보석'을 먼저 찾아보면 어떨까. 한 팀의 경기장을 꾸준히 찾다보면 눈에 띄는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곤 한다. 각광받기 전부터 알아봤던 선수가 성장하는 것은 팬들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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