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전주, 한준 기자/유현태 기자] 라이트백 이용(32, 전북 현대)에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첫 번째 경험이 아니지만, 그의 축구 인생은 러시아 월드컵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 중 최고령 선수였던 이용은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독일을 꺾은 ‘카잔의 기적’에 일조했다. 더 젊고 ‘쌩쌩’할 때 참가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남긴 불완전 연소의 아쉬움을 지웠다.

독일전 승리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거리에서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인사가 된 이용은, 정작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돌아보면 ‘경기를 뛰는 게 무서웠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2018시즌 전북 현대에서 치를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용에게 월드컵은 “힘들었다.”

◆ 이용도 뛰는 게 무서웠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무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정말 사력을 다해 뛰더라. 실제로 뛰면서는 어떤 느낌이었나?
“항상 경기를 뛰는 게 무서웠다. 무섭다라는 게 상대가 무서운 게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90분을 뛰면 한 80분? 그 정도를 수비한다. 더구나 이번엔 상대 팀(스웨덴, 멕시코, 독일)이 전부 강했다. 제 맨투맨(전담 수비 대상)은 스피드도 좋고, 기술도 좋은 선수들이다. 수비하는 데 너무 힘들고 경기 끝나면 탈진이 올 정도였다. 되게 힘들었다. 그런 점 때문에 경기 나가기 전에 호텔에서 하체 냉찜질도 하고 그런 기억이 있다.”

조추첨 당시부터 역대급으로 험난한 월드컵이었다. 3전 전패가 당연하게 예상됐다. 실제로 초반 두 경기에 졌다. 하지만 1골 차 아쉬운 패배였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상대로 지목된 독일을 상대로 예상하지 못한 승리로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반전의 힘은 투혼이었다. 만 32세 이용의 투혼은 그 중에도 빛났다. 토니 크로스의 패스를 중요부위로 막은 장면뿐 아니라, 포지션 상으로도 공수양면에 걸쳐 활동량이 많은 라이트백이라 많이 뛰고, 빠르게 뛰어야 했다. 어떤 순간에는 더 이상 못 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시점에서 한 번 더 스프린트했다.

▲ 독일 공격을 온 몸으로 막은 이용


-못 뛸 것 같은 장면에도 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왔나?
“상대가 워낙 기량이 출중하다. 안일한 생각을 갖고 뛰면 내 쪽에서부터 구멍이 나고 다른 동료들이 피해를 본다. 제가 제일 선배였고 나이도 많았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한 발짝 더 뛰고 몸도 날렸던 것 같다.”

한국은 독일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꼴찌로 탈락한 역사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한국 축구의 수준이 독일을 추월한 것은 아니다. 이용은 지금 돌아봐도 독일은 상대하기 힘든 팀이었다고 회고한다. 다만 철저한 준비와 흔들리지 않은 정신으로 조급한 독일을 삼킬 수 있었다.

-직접 경기해본 독일은 어떤 느낌이었나?
“진짜 전부 다 잘하더라. 독일 선수들은 자기 자리 없이 로테이션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런 점에서 연구를 많이 하고 미팅도 많이 했다. 그래서 독일전에서 호흡도 많이 맞고, 독일 선수들이 짜증도 냈었다. 골이 잘 안 나니까. 준비한 대로 잘 안 올라가니까. 저희가 준비를 잘해서 ‘잘 안 풀리는구나’하고 자신감이 생긴 기억이 있다.”

뛰는 게 무서울 정도로 힘든 격전. 김영권은 경기 후 마츠 훔멜스와 유니폼을 바꿨지만, 이용은 본인이 월드컵에서 착용한 유니폼을 모두 갖고 돌아왔다.

-독일전을 마치고나, 월드컵 3경기 중에 유니폼을 바꾼 적이 있나?
“아뇨, 없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 빨리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선참이었던 이용


이용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K리그로 돌아와 한층 발전된 플레이를 펼쳤다. 3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선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의 일이다. 당시 이용은 오히려 월드컵을 마치고 슬럼프에 빠졌다. 그리고 자주 찾아온 부상으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겪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어떤 점이 어려웠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저도 기대를 많이 했다.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기대를 했던 게 있었는데 실패를 하고 돌아왔다. 다녀와서 몸 관리를 잘 못했던 것 같다. 돌아보면. 개인 운동을 좀 덜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웠어야 하는데. 그때 그 실패를 맛보고 나서 러시아 월드컵 때는 다녀오고 나서 운동이나, 몸 관리를 많이 했다. 다녀와서 체력적으로나, 경기력으로나 떨어지지 않고 상승세를 탄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고진감래. 이용은 2018년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월드컵 참가는 언감생심을 정도로 축구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용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자 마자 정상으로 쾌속 질주했다. 월드컵에서 뛰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 힘든 순간을 이겨낸 이용에겐 보상이 따라왔다. 이용은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 우승을 자신의 힘으로 처음 이뤘고, 베스트11에 선정됐으며, K리그 MVP 후보에도 올랐다. 수상은 불발됐으나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작년에 워낙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올해를 좋게 보내서 뜻 깊고 기쁘다. 올해 초부터 잘 풀렸다. 부상도 극복했고 리그 성적도 좋았고, 월드컵도 나가고. 여러모로 좋은 한 해였다.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축구를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상이 낫질 않았다. 힘든 시기였다. 그때 그라운드에 있는 게 행복한 일이었구나 하고 많이 느꼈다. 경기장에서 팬들의 함성 소리 들으면서 뛰는 게 행복한 거구나 했다. 부상만 아니라면 경기를 계속 나가고 싶었다. 감독님이 쉬라고 해도 뛴다고 말씀드린 것은 좋아서, 뛰고 싶어서였다.”

▲ 30대 이용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 2018년 월드컵 최선참 이용은 2022년에도 뛰고 싶다

만 32세 이용은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라이트백이다. 하지만 목표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시점에 이용은 만 36세가 된다. 왕성한 체력이 요구되는 풀백 포지션은 후계자를 필요로 한다. 최근 김문환, 이유현 등 젊은 선수들이 점검 받고 있으나, 이용을 대신하기엔 갈 길이 멀다. 이용은 후계자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뒤늦게 찾아온 전성기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월드컵 끝나고,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인기가 많아졌다. 저도 느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인기가 높아졌고, 그 선수들이 대표팀에 와서 잘해주고 있어서 시너지가 나고 있다. 대표팀 분위기가 아주 좋다. 띠동갑인 친구들도 있고 한데, 나이 차이 상관없이 잘 지낸다. 그러니까 운동장에서 그 친구들이 더 자신감 있게 하는 것 같다. 민재라든가, 인범이라든가, 문환이라든가 다 잘하고 있다. 그런 게 바뀌지 않았나 싶다.”

“민재나 문환이처럼 어린 선수들이 많이 나와줘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 저희 세대가 끝났을 때 대체할 선수가 있어야 상승세를 같이 탈 수 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제 위치에 문환이가 있지만 더 많은 선수들이 나와서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면 좋겠다.”

“선수는 목표가 있어야 계속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카타르 월드컵을 생각은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그때가 되면, (이)동국이 형 나이는 아니겠지만, (웃음) 나이가 차 있을 거다. 그래도 목표는 하고 있다. 내년에 (한국 나이로) 서른 네 살이지만 선수로서 계속 발전하고 싶다. 카타르 월드컵도 목표다.”

:: 전북 현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우승을 이끈 주역이자, 벤투호 핵심 선수 이용과 김민재의 인터뷰는 7일 밤 10시 SPOTV 프로그램 '스포츠타임'에서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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