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전주, 한준 기자/유현태 기자] '비가 온 뒤엔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난 뒤에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전북 현대와 한국 축구 대표팀 수비의 핵심 이용, 김민재에게 2018년은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이용과 김민재는 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선 K리그1(클래식) 베스트11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인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인정받은 자리다. 이용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김민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활약했다.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는 기적을 만들고,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적을 만드는 중심에 두 선수가 있었겠다.

달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선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고, 때론 태풍도 부는 법이 아니던가. 부상 때문에 1년을 통으로 쉬었던 이용, 월드컵을 앞두고 골절상으로 낙마했던 김민재도 그런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해피엔딩'을 위해 두 선수는 속으로 강해지며 버티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묵묵히 버티고 안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었던 두 선수는 2018년을 행복하게 돌아봤다.

▲ 스포츠타임에 출연해 인터뷰한 김민재와 이용(왼쪽부터)

◆ 이용, 1년을 '통'으로 쉬고 독일을 잡았다

"지난해 축구를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상이 낫질 않았다. 힘든 시기였다. 경기장에서 팬들의 함성 소리 들으면서 뛰는 게 행복한 거구나 했다. 작년에 워낙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올해를 좋게 보내서 뜻 깊고 기쁘다. 올해 초부터 잘 풀렸다. 부상도 극복했고 리그 성적도 좋았고, 월드컵도 나가고. 여러모로 좋은 한 해였다. 기쁘다." (이용)

이용은 2017년 8경기 출장에 그쳤다. 스포츠탈장이 그를 괴롭혔다. 1년 내내 수술과 재활에 매달렸다. 1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올해 목표는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소박한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부터 빠르게 몸을 만들면서 이용은 전북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당연히 대표팀에도 승선했고 월드컵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다.

경기 출전이 간절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이용은 더 간절하게 뛰었다. 이용은 "항상 경기를 뛰는 게 무서웠다. 무섭다라는 게 상대가 무서운 게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라면서 월드컵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상대가 워낙 기량이 출중하다. 안일한 생각을 갖고 뛰면 내 쪽에서부터 구멍이 나고 다른 동료들이 피해를 본다. 제가 제일 선배였고 나이도 많았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한 발짝 더 뛰고 몸도 날렸던 것 같다"면서 간절하게 경기를 뛴 이유를 밝혔다.

결국 이용의 투혼은 독일전 2-0 승리로 돌아왔다. 이용은 급소를 맞는 와중에도 풀타임 활약했고 팬들의 뜨거운 걱정(?)을 받기도 했다. 이용은 "저한테는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기분 전혀 나쁘진 않다. 어떻게든 기억해주시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분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웃는다. 최선을 다해 뛴 결과는 그래도 팬들의 격려와 응원이었다.

▲ 인터뷰 중인 이용


월드컵에 다녀와서도 이용은 멈추지 않았다. 경기장에 서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 전북의 K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한국 대표팀까지 휴식도 없이 부지런히 경기에 나섰다. 이용은 2018년 K리그 32경기, ACL 9경기, A매치 15경기까지 모두 56경기를 뛰었다. 

이용은 쉼없이 이어지는 경기 출전이 혹사가 아니라 즐거움이었다고 말한다. "경기장에서 팬들의 함성 소리 들으면서 뛰는 게 행복한 거구나 했다. 부상만 아니라면 경기를 계속 나가고 싶었다. 감독님이 쉬라고 해도 뛴다고 말씀드린 것은 좋아서, 뛰고 싶어서였다."

이용은 ACL 우승을 놓친 것이 아쉽긴 하지만 2018년을 행복으로 가득 채웠다. 수많은 경기를 뛰며 독일전 기적, 전북의 압도적 K리그 우승을 이뤘다. 이용은 "작년에는 말했다시피 부상으로 팀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 우승해서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좀 아쉬운 한 해였다. 올해는 우승 세리머니도 같이 하고 경기도 많이 뛰고 팀에 기여를 많이 했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뜻깊은 우승"이라고 돌아봤다.

◆ 김민재, 월드컵에 울고 아시안게임에 웃었다

"2년 차에도 우승했고, 아시안게임에 가서 금메달도 땄다. 최고의 한 해였지만 또 부상이 있었고 월드컵에는 나가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란 결과를 가져와서, 결과로만 따지면 최고의 한 해였다."

김민재 역시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낸 것은 마찬가지다. 2017시즌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김민재는 빠른 발과 힘, 높이를 모두 갖춘 수비수로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깜짝 발탁됐다. 부상한 와중에도 동아시안컵에 동행하면서 월드컵의 출전을 키웠다. 이후 3월 북아일랜드, 폴란드와 치른 유럽 원정에도 선발로 출전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김)진수 형이나 (이)용이 형처럼 긴 부상 경험이나, 진수 형처럼 월드컵 낙마 경험이 있는 형들이 이야기를 해줄 때 마음에 와닿았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형들이 말해주니 의지가 되더라." (김민재)

▲ 김민재

모든 것이 뜻대로 풀리진 않았다. 김민재는 월드컵을 1달 정도 앞둔 5월 비골이 골절되면서 월드컵의 꿈을 접어야 했다. 김민재는 "정신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갑자기 찾아온 대표팀(기회)이었고 월드컵이었다. 그래도 축구 선수라면 꿈꾸는, 대표팀도 그렇지만 월드컵은 꼭 나가보고 싶었다. (이)용이 형도 어리다고 말해주셨고. 힘들었지만 아시안게임에 뛸 수 있는 걸로 만족하자, 잔부상이라고 생각하자, 아시안게임 잘 준비하자고 생각하면 버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의 꿈을 접은 뒤 김민재는 아시안게임에 집중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는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주전 수비수로 뛰면서 김민재는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김민재는 "사실 부상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소집에 갔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1경기 치르면 괜찮겠지, 괜찮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안 올라오더라. 그래도 결승전엔 몸이 많이 올라와서 좋은 경기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대회 내내 실점이 적잖았지만 김민재는 수비의 대들보였다. 한일전으로 열린 결승전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몸을 던진 수비를 펼쳤다.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저뿐 아니라 다른 형들이나 저희 또래도 그렇고, 그 친구들을 타이르고 한 팀으로 모으는 걸 많이 배웠다. 우리가 밀어주는 것도 중요했다. 부담감도 크고, (팬들의) 기대감도 컸다. 뭐라고 해야지. 항상 부담감, 책임감을 갖고 들어갔다. 그 부담감을 이기는 것도 배워온 것 같다." 경기력 외의 측면에서 아시안게임은 김민재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김민재는 9월 출범한 벤투호에서도 6경기 가운데 5경기에 출전했다. 장현수가 봉사활동 조작 논란 속에 영구제명되면서 김민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 또 하나 아픈 기억 ACL

대표팀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돌아온 뒤 아쉬운 기억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연초부터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던 ACL 우승 실패다. 김민재는 ACL 첫 출전에 우승을 노렸다. 이용은 울산 현대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전북에서 ACL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목표였을 터.

이용은 "올해 전북의 목표는 리그와 ACL 우승이었다. 리그는 어차피 1경기 잘못되더라도 승점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ACL은 녹아웃테이지라 1경기 잘못되면 타격이 크다. 선수들이 더 집중하고 감독님, 코칭스태프도 ACL에 더 집중했는데. 홈에서 수원이랑 할 때 3골 차이로 크게 졌다. 2차전에서 으쌰으쌰 해서 연장전까진 갔는데. 그게 너무 아쉬웠다. 연장에 가기 전에 끝낼 수 있었는데. 아드리아노가 정말 페널티킥을 잘찬다. 침착하게. 근데 그땐 아드리아노도 긴장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ACL에서 올라갈 운명은 연장에 가기 전에 거기서 딱 넣고 끝냈어야 했다. 그때 흐름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김민재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첫 번째 ACL이라 아쉽다. 그래서 많은 의미가 있었다. ACL에서 경험도 해보고 나를 알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말한다. 부상으로, 또 아시안게임으로 팀을 비운 시간이 길었기에 더 잘하고 싶었다고 . 김민재는 "형들이 다 올려놓은 걸 내가 수원 삼성전에 돌아와서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팀에 장기간 빠졌고 그 자리에 다시 들어왔을 때 더 좋은 경기력으로 메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더구나 4강으로 갈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에 더 큰 의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8강 2차전 김민재는 그만큼 간절하게 뛰었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김민재는 '되지 않을 것 같은 때'에 한 발 더 뛰면서 수원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김민재는 "사실 그정도로 근육 경련까지 올 줄 몰랐다.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팀에서 자리를 비웠을 때 또 그런 결과(0-3 패배)가 났기 때문에. 저 때문이란 게(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책감? 그런 게 있어서. 아시안게임을 뛰고 와서 더 잘하고 싶었다. 팀에도 미안했다. 팀도, 개인도 우승이 목표라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이젠 아시아 챔피언을 향해 뛴다

'비가 온 뒤엔 땅이 굳는다.' 아픈 시절을 묵묵히 견뎠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2018년 꿈꿨던 목표들을 이뤘다. 어려운 시기는 오히려 성숙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과거의 고난을 자양분으로 삼아 이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뛰려고 한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역시 내년 1월 아시안컵이다. 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촉발된 뜨거운 인기를 이어 가는 것이 목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한국 축구에 좋은 흐름을 가져왔다. 아시안컵을 우승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팬들에게 좋은 경기 보여드리고 싶다." (이용)

"가까운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다. 아시안게임에 다녀와서 대회가 얼마나 어려운지, 강팀, 약팀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수비수로서 준비를 잘할 것 같다. 힘든 경기가 많을텐데 잘 이겨내고 좋은 성적 가져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내년에 ACL에서 우승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김민재)

:: 전북 현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우승을 이끈 주역이자, 벤투호 핵심 선수 이용과 김민재의 인터뷰는 7일 밤 10시 SPOTV 프로그램 '스포츠타임'에서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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