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백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1990년대를 강타한 인기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처럼, 2018년 루키 강백호(19)는 만화 같은 활약을 펼쳤다. 1994년 LG 김재현의 역대 고졸 신인 최다홈런(21개) 기록을 넘어섰다. 그리고는 양준혁(1993년 23홈런), 김동주(1998년 24홈런), 김기태(1991년 27홈런) 등 KBO리그의 전설들이 기록한 신인 첫 해 홈런 기록을 차례로 뛰어넘었다. 대졸을 포함해 1996년 현대 박재홍이 작성한 역대 신인 최다홈런(30개)에 단 1개가 모자란 29홈런을 기록했다. 홈런뿐만 아니라 13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0(527타수 153안타), 84타점과 108득점을 기록하며 KT 창단 첫 신인왕에 올랐다.

스포티비뉴스는 지난달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올 시즌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괴력의 루키' 강백호를 만나 신인왕을 차지한 소감을 비롯해 프로 데뷔 첫 해에 대한 느낌과 뒷얘기를 전해 들었다. 강백호는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홈런은 일단 올해보다 1개는 더 많이 치고 싶다"면서 "30홈런부터 치고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신인왕 수상을 축하한다.

정말 감사하다.

-신인 중 독보적 활약이었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에 신인왕 수상자로 발표됐을 때도 덤덤했을 것 같은데. 막상 수상자가 되니 느낌이 어땠나?

동기들도 워낙 잘해 이름이 불리기 직전까지는 떨렸던 것 같다. 호명이 되는 순간 긴장감이 풀렸고 기쁜 마음에 단상에 올라갔던 것 같다.

-그날 저녁에 뭐했나?

부모님이랑 처음으로 맥주 한 캔씩 했다. 나보다 더 (술을) 못 하시는 것 같더라. 난 그래도 젊은 피라 한 캔 정도 했는데, 부모님은 반 캔 마시고 얼굴이 너무 빨개지시더라.

-술이 원래 체질적으로 잘 안 맞는다고.

그런 것 같다. 처음엔 그냥 음료수 같이 마셨는데 세 모금 하면 너무 써서 못 먹겠더라.

-술 먹고 사고 칠 일은 없겠다.

그런 건 좀 다행인 것 같다.

▲ [스포티비뉴스=서울,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신인상을 수상한 KT 강백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역대 신인왕 중에는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은 선수도 많다.

첫 해 잘했기 때문에 두 번째 해에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엔 첫 해에 부담감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2년차 징크스는 별로 신경 안 쓰고 할 것 같다.

-1994년 LG 김재현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고졸 신인 최다홈런 21개도 넘어섰다. 신기록(9월 15일 수원 삼성전)을 쓸 당시 느낌은 어땠나?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런 부담의 무게감이 크더라. 그래서 좀 힘들었는데 마지막엔 홈런이 잘 나와서 홀가분하고 뿌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김재현 선배와 얘기를 나눈 적은 있나?

(SPOTV) 해설위원님이셔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같은 좌타자라 어드바이스도 많이 해주시고, 항상 ‘꼭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힘이 됐던 것 같다.

-대졸을 포함해 1996년 현대 박재홍이 기록한 역대 신인 최다홈런 30개에 1개가 모자랐다. 아쉽지 않나?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팀이 창단 후 처음 탈꼴찌를 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내년에는 29홈런이 아닌 좀 더 높은 기록에 도전하고, 우리 팀도 좀 더 위를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홈런 목표 수치가 있나?

올해보다 1개 더 많이, 일단 30홈런부터 치고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

▲ 강백호 ⓒ한희재 기자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고, 초반에 특급투수들에게 홈런을 치면서 자신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어떻게 작용을 했나.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생각 없이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왔던 것 같다. 많은 팬들께서 응원도 해주시고, 팀에서도 저를 많이 믿어주셔서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4월에도 슬럼프가 있었고, 잘 나가다 여름에 슬럼프를 겪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떻게 보완할 생각인가?

3월에 페이스가 너무 좋아서 부담감이 조금씩 늘어났다. 신인이다 보니 내가 (그 부담감을) 잘 못 받아들인 것 같다. 앞으로 슬럼프 기간이 길어지지 않고 짧게 짧게 기복이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스스로 뿌듯했던 점이 있다면.

1번타자로서 득점도 세 자릿수를 기록했고, 어느 정도 타점도 올렸다 생각하고, 안타 개수도 150개를 목표로 했는데 넘어섰다. 기대치 이상으로 해서 뿌듯한 한 해였다.

-어릴 때부터 투수와 포수, 내야수로는 활약했지만 외야수는 프로 들어와서 처음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좌익수로 시행착오도 좀 겪었는데 신임 이강철 감독이 우익수 전향을 얘기했다.

모든 첫 도전은 어려운 것 같다. 올해 외야수로 나가서 순탄치 않았고 실패도 많이 하고 민폐도 많이 끼쳤는데 구단에서 많이 배려도 해주셨다. 그렇지만 첫 해 나름대로 잘 했다,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수비는 계속 하면서 느는 거니까. 이제 시작한 거라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내년이나 내후년 더 발전하도록 하겠다. 수비는 연습량으로 좋아지는 거라 많이 노력하려고 한다.

-앞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갖고 가야할 것 같은데, 궁극적으로 어떤 포지션을 맡아야할까.

우익수 열심히 해서 인정받는 외야수가 되고 싶다.

-은퇴한 이진영 선배의 뒤를 이어 '국민 우익수'가 되는 건가?

(웃음)

-내년엔 KT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할 수 있을까.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항상 노력은 하겠지만 야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고 어려워서….

-올 시즌 중에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홈런 22개 쳤을 때(역대 고졸신인 최다홈런 신기록)가 가장 후련했다. 짜릿했던 건 3연타석 홈런 쳤을 때(9월 20일 사직 롯데전). 연타석 홈런도 처음 쳐봐서 그때(6월 8일 수원 넥센전)도 좋았다. 올 한 해 자체가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나한테 뜻 깊고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시즌 초 넥센의 박병호의 홈런을 보면서 신기해했던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신기했다. 학생 때부터 보던 프로 선수들이 내 앞에서 치고 있으니까 너무 멋있었다.

-당시 1루에 진출했을 때 박병호가 "그렇게 강한 타구는 사람한테 보내는 것 아니다"라며 장난스럽게 얘기했다는데.

장난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나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장난을 해주셔서.

-박병호 선수 외에 KBO리그에서 '대단하다', '놀랍다'고 느낀 선수가 있는지.

두산 최주환 선배. 방망이를 예쁘고 예술적으로 치는 것 같다. 좋아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넥센 이정후 선수와 사이가 각별한데, 이정후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부상으로 빠졌을 때 통화라든지 응원을 했나

병문안을 갔는데 그러더라. 포스트시즌에서 방망이를 못 쳐서 수비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투지 있고 배려할 줄도 알고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것 같아 아직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멋있었다.

▲ 2018년 KBO리그 신인왕 KT 위즈 강백호(오른쪽)가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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