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타율 1위를 기록한 LG 김현수 ⓒ곽혜미 기자

- 시즌 막판 부상 이탈에 리그 타격왕도 "어부지리" 오명
- 김현수, "나가서 타율 떨어뜨려야 하나 생각도" 작심 발언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한 해의 결실을 인정받는 시상식. 선수들에게는 축제의 자리다.

올해 타율 3할6푼2리를 기록하며 리그 타격왕에 오른 LG 김현수도 19일 KBO 시상식 단상 위에 섰다. 그러나 김현수는 기쁨을 얘기하는 것도 잠시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김현수를 마음 아프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현수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첫 경기였던 지난 9월 4일 수원 KT전에서 수비 도중 발목 부상으로 교체된 뒤 발목 인대 손상 판정을 받고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13일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현수의 시즌 성적은 117경기 511타석 453타수 164안타(20홈런) 101타점 95득점 타율 3할6푼2리다.

문제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다른 타자들의 타격 밸런스 난조였다. 9월 4일까지 그는 타율 리그 4위였다. 이정후가 3할8푼2리, 양의지가 3할6푼6리, 안치홍이 3할6푼3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9월 5일 이후 시즌 종료까지 이정후가 2할6푼4리, 양의지가 3할2푼1리, 안치홍이 2할8푼을 기록하면서 시즌 타율이 점점 떨어졌고 부상 중이던 김현수가 타율 1위에 오르게 됐다.

김현수는 규정 타석(경기수*3.1)인 446.4타석을 훌쩍 넘기며 당당하게 자격을 갖췄다. 타율 3할5푼8리로 리그 2위에 오른 양의지(두산, 503타석), 3할5푼5리를 기록한 3위 이정후(넥센, 459타석)보다 오히려 타석 수가 많았지만 시즌 막판에 1군 자리를 비우면서 일부 언론에서 김현수에게 "어부지리 타격왕"이라는 오명을 씌웠다.

그는 1군에서 말소되기 전인 9월 4일까지 팀의 117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했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나 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규정 타석을 채웠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몫을 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즌 중에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던 김현수지만, 시즌이 끝난 뒤 그는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김현수는 수상 후 "발목이 파열됐다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 내가 상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안 나가는 사람이 승자다', '어부지리다'라는 기사에 마음이 아팠다. 부상 후 계속 경기를 지켜보는데 다른 선수들의 타율이 오히려 떨어지더라. 내가 빨리 경기에 나가서 타율을 떨어뜨려야 하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고서야 말할 수 있었던 가슴 속 진심.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팀 타선을 힘겹게 이끌고 있던 김현수였기에 갑자기 찾아온 부상도 달갑지 않았다. 여기에 자신에게 쏟아진 억울한 비난까지 참아내며 조용히 재활에 매진했던 김현수. 그는 "이제 병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내년 시즌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작심 발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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