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서울,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MVP 두산 김재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역삼동, 김민경 기자] "야구는 잘됐지만, 선수 생활하면서 최근 3년이 가장 힘들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야구 선수 김재환(30, 두산 베어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만년 유망주에서 해마다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하는 두산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한 거포 유망주가 데뷔 8년 만에 보여준 반전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돼 1군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1군에서 10경기, 30경기 뛰며 1할 타율을 기록하던 시절이었다. 이후에도 김재환은 2015년까지 1군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자연히 금지 약물 복용 사실도 잊혀 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잘못이 다시 조명을 받았다. 2016년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현수(현 LG 트윈스)의 빈자리를 채우며 주전 좌익수이자 4번 타자로 자리를 막 잡기 시작했을 때였다. 김재환을 향한 관심은 점점 커졌고, 잘못을 저질렀던 2011년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김재환이 19일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뒤 "최근 3년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 배경이다.

그래도 야구를 멈출 수는 없었다. 2014년 겨울 결혼한 김재환은 2015년 말에 쌍둥이 딸을 출산했다. 2016년은 야구를 그만두려고 고민하다 생계를 위해 한번 더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달려든 시즌이었다. 

김재환은 그때를 떠올리며 "당장 애들을 먹여 살려야 했으니까 1년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야구만 하자고 생각했다. 월요일 휴식일에도 쉬지 않고 1년을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지금도 월요일에 쉬지 않고 훈련을 하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야구에 집중할수록 좋은 성적이 따라왔지만,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지워지진 않았다. 구단 기록이나 KBO 리그 기록을 세울 때면 야구 팬들의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올해 44홈런 133타점으로 생애 처음 타격 부문 2관왕에 올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김재환은 MVP로 뽑힌 뒤 야구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을 더 무겁게 지고 앞으로 남은 인생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지금도 후회한다.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김재환은 MVP 투표에서 기자단 111명 가운데 76명에게 표를 받았다. 35명은 그를 외면했다. 1위 51표, 2위 12표, 3위 8표, 4위 2표, 5위 3표를 받아 총점 487점으로 1위에 올랐다. 2016년 MVP 투표가 점수 합산제로 바뀐 이래 최저 득점이다. 2016년 MVP 두산 더스틴 니퍼트는 642점, 지난해 MVP KIA 양현종은 656점을 기록했다.

김재환도 박수까지 바라진 못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앞으로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팬들의 비판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싶어서 (금지 약물 복용 관련)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실망한 팬분들에게 더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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