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로이드 메이웨더 행보에 여론도 엇갈린다. 기획력을 갖춘 레전드 복서와 복싱 정신을 훼손하는 이기적인 은퇴 선수 사이를 오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호불호가 갈린다. '머니 게임'에 몰두하는 플로이드 메이웨더(41, 미국) 행보에 이해와 반대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AP뉴스는 지난 10일(이하 한국 시간) "메이웨더가 쉽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돈다발을 좇는다고 모두가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손에 거머쥐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메이웨더는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앉은 자리에서 깜짝 이벤트를 발표했다. 

자기보다 스물한 살 어린 일본인 킥복서 나스카와 텐신과 9분 3라운드 동안 주먹을 맞댄다고 밝혔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나 매니 파퀴아오, 코너 맥그리거 등이 다음 상대 후보로 거론됐던 터라 그의 결정에 다들 놀랐다.

그러나 사흘 뒤 메이웨더는 이벤트 취소를 알렸다.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격투 팬들은 어리둥절했다. 

업계 사람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실소를 터트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복싱 정신을 훼손하는 늙은이라며 불편함 감정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AP뉴스는 "일본행 비행기를 탔을 때 이미 메이웨더는 알고 있었다. 매우 비싼 관람료를 지불할 수 있는 소수 부호들 앞에서 3라운드짜리 경기를 한 번 뛰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시범경기가 아닌 정식경기로 계약된 걸 안 뒤 그는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얼른 발을 뺐다. 이후 신속하게 일본 도쿄를 빠져나왔다"며 빠른 태세 전환을 언급했다.

메이웨더는 젊은 동양인 킥복서와 정식경기를 치를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가 나스카와보다 30파운드(약 13.6kg) 더 무겁다고 해도, 발차기를 허용한 룰에선 싸울 생각이 결코 없었다.

무패 전적이라는 귀한 가치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실제 몸도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뒤에도 꾸준히 '머니 파이트'를 꿈꾸는 그에게 몸을 다치는 일만은 반드시 피해야 할 불상사였다.

▲ 지난해 8월 27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왼쪽)과 코너 맥그리거는 세기의 맞대결을 펼쳤다.
메이웨더는 이처럼 차기 행보를 결정할 때 늘 두세 수 앞을 내다보고 발을 디딘다. 무서울 정도로 냉정히 판을 읽는다. 단순히 돈뿐 아니라 커리어 관리와 몸 컨디션, 상품성 유지까지 두루 고려하고 선택을 한다.

AP뉴스도 이 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메이웨더는 빠르게 페달을 뒤로 밟았다. 내년 새해를 맞을 때 최고의 서사시(epic event)가 될 거라 홍보하던 그가 사흘 만에 '나도 프로모터에게 속았다'며 한걸음 물러섰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메이웨더는 지난 5일 기자회견 이후 주변 반응을 면밀히 살폈을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붙을 나스카와라는 파이터가 어떤 선수인지 알았을 것이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다'고 깔봤던 상대를 그런 식으로 파악해 나갔을 확률이 높다. (스페셜 매치를 준비할 때) 메이웨더가 쓰는 오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과거에도 그랬다. 잽 주다, 오스카 델라 호야, 파퀴아오, 맥그리거 등과 붙을 때도 소스를 쓱 흘렸다.

그리고 간을 봤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인지, 흥행이 보장된 매치인지 주위 반응을 보고 분석했다. 이후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신의 팀 '더 머니 팀(The Money Team)'과 치열한 토의를 거친 뒤 실행에 옮겼다.

이번 기자회견 반응 중에는 UFC 조 로건 해설위원 트윗도 있었다. 로건은 "나스카와는 알맹이 없이 이름만 요란한 파이터가 아니라 진짜 타격 천재"라고 운을 뗐다. 

이어 "룰을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궁금하다. 메이웨더가 (발차기가 허용된) 입식 타격으로 그와 붙을는지 의문스럽다. 만약 입식 룰을 수용했다면 오는 12월 31일은 메이웨더에게 끔찍한 밤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1997년 UFC 12 때부터 MMA 세계를 지켜본 '전문가' 로건의 명쾌한 분석은 더 머니 팀에 실시간으로 흘러들어갔다. 메이웨더 측은 복싱 바깥 영역으로 걸음을 뗄 때마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많은 격투 팬, 특히 복싱 팬들은 메이웨더를 비판한다. 역대 최고 커리어(50전 50승)를 완성한 위대한 복서가 선수생활 말미에 격투적으로 의미가 적은 '머니 게임'만 좇는 양태가 마뜩잖은 것이다.

AP뉴스는 "(복싱 팬 비난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한 가지 다른 시선을 제시했다.

이 매체는 "메이웨더는 이미 증명을 끝낸 선수다. 위대한 레전드 복서다. 더 이상 실력적으로 뭘 증명할 게 없다. 그가 축적한 거대한 부(富)는 무패 커리어를 쌓으면서 얻은 부산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영원히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상대'를 찾아 파이트를 치러야 할 이유는 없다. 동기부여가 확연히 떨어진다"고 밝혔다.

▲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언제까지 링 위에 오를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팬들이 격투적으로 원하는 매치를 치르다가 일이 어그러지면 무패 커리어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 여러모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그리고 목돈을 쥘 수 있는 '이종교배 매치'가 그의 구미에 맞는다.

AP뉴스는 이어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지자면, 꼭 링 위에서 복서와 복싱 룰로 붙는 게 (격투적으로) 적절한 시기, 적절한 상대인지도 의문이다. 그게 옳은 거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메이웨더가 마냥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곤 말하지 않았다. 그의 최근 행보가 계속 이어지면 '메이웨더 브랜드'에 분명 손상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건 메이웨더 개인이 감당할 문제로 봤다. 스스로 손상 정도가 적다고 생각하면 굳이 반성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현 시점에서 메이웨더는 자기 궤도를 수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난 전례없이 많은 돈을 벌고 세계적인 인지도까지 쌓은 '은퇴한 복서'다. 이따금씩 작은 시범경기, 이벤트 매치를 팬들께 약속하고 시간을 보내는 은퇴 선수, 그게 바로 나"라며 당당히 자기 선택을 긍정했다.

일부는 다음 상대로 파퀴아오가 적합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MMA 선수 말고 복서와 붙길 바라는 마음이 녹아 있다.

실제 둘은 한 차례 호각을 다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뜨뜨미지근한 경기력으로 실망을 안겼다. 재대결이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래서 회의적이다. 

더욱이 파퀴아오는 내년 1월 애드리언 브로너와 경기가 잡혀 있다. 애초 올해 안에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미비했다.

AP뉴스는 최근 메이웨더 행보가 별스러운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예전부터 그 끼가 보였다고 부연했다.

이 매체는 "메이웨더는 과거에도 마케터로서 탁월한 기획력을 증명한 바 있다. 2007년 델라 호야와 맞대결이 그렇다. 그 움직임을 복싱계 바깥으로 확장하고 있을 뿐이다. 메이웨더는 점점 늙고 있고,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면 떨어졌지 앞으로 더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 이런 흐름 탓에 수익성 좋은 전략적 선택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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