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은 기존대로, 의경 폐지가 되길 바랐을 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아산 무궁화는 결코 '의무 경찰 제도' 폐지를 반대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폐지'를 바랐을 뿐이다. 

경찰청은 지난 9월 돌연 아산의 선수 수급이 더는 없다고 했다.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23년 완전 폐지가 기존 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폐지를 '통보'했다. 선수 수급이 안 되면서 아산은 2019시즌 20명의 최소 리그 참가 조건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당장 2월에 민상기를 포함한 선수들이 전역하면 8월에 전역할 14명만 남는다. 아산만 믿고 온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는다.

아산 선수들은 흔들릴 수 있었지만 구단과 박동혁 아산 감독의 지휘 아래 뭉쳤다. 일단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다. 아산은 지난달 27일 서울 이랜드와 K리그2 34라운드에서 4-0으로 이기며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박동혁 감독과 아산 구단,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김병지, 현영민 SPOTV 해설위원, 송종국, 염기훈 등 여러 축구인이 뭉쳐 아산의 '아름다운 폐지'를 읍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무응답으로 일관 중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5일 이사회를 소집했고, 아산 승격과 존속 문제를 19일까지 유예했다. 19일 오후 6시까지 경찰이 아산의 선수 수급을 발표하지 않으면 아산의 승격은 무효화되고, 나머지 선수들의 거취도 불투명해진다. 아산 관계자는 18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경찰청에) 마지막으로 문의한 결과, 내년도 충원 계획이 없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아산의 승격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 아산은 자신들의 힘으로 승격하고도, 승격은커녕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선수들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되레 담담하다. 아산 관계자는 "시간이 좀 됐잖아요. 이 이야기가 나온 지. 많이 무덤덤해졌다. 내년 2월 전역자는 큰 영향 없지만, 국가대표 주세종을 포함한 8월 전역자 14명의 거취는 정리가 안 됐다. 구단은 14명의 선수 생명 유지를 위해 방안을 찾고 있다. 아직 연맹이나 경찰대학에서 선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가 안 됐다"고 했다. 

최근 봉사활동 서류 조작으로 국가대표 박탈 영구 징계를 받은 장현수의 사례를 비롯해 축구로 군 생활을 보내는 특기병에 대한 사회 시선이 따갑다. 아산 관계자는 "(축구 특기병이 감사한지 모른다는 반응)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산 소속 선수들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경기 외적으로 사회 공원 봉사 활동을 타 구단에 비해서 저희 구단이 더 했다고 자부한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차이는 있지만, 구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산이 가장 답답한 건 일방적인 경찰대학의 통보 방침 때문이다. 아산 관계자는 "사실 의경 폐지 는 온 국민이 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폐지까지)4년~6년 정도 생각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준비를 했다. 이번 시즌 전도 아니고 9월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 그러다 보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미리 이야기했더라면 폐지될 날짜를 맞춰 14명의 전역 날짜를 조정했을 텐데…아쉽다"고 했다. 

14명에 대한 처리 방안에 대해선 "연맹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이 선수들이 의경 신분이나 군경 팀에 소속됐다면, 상주 상무로 보내는 게 맞다. 하지만 의경과 상무의 소속이 달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 의경은 행정안전부 소속이고 상주는 국방부 소속이다. 14명의 선수를 어떻게 할지 연맹에서 고민이 많다. 예를 들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시적으로 (시민 구단으로 전환된다면) 아산에서 14명을 뛸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연맹도 우리도 경찰도 고민하는 중이다"고 했다. 

▲ 아산 무궁화 박동혁 감독은, 아산 폐지를 조금 미뤄달라고 읍소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아산은 시도민 구단의 전환을 바라고 있다. 충청남도는 아산의 도민 구단 창단에 부정적이지만, 아산시는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산 관계자는 "아산도 정책 토론회도 했고, 충청남도도 정책토론회를 했다. 충남 도민 구단은 쉽지 않겠다고 결론이 거의 내려진 것 같다. 가급적이면 11월 결정을 내리려고 서두르고 있다. 오세현 아산 시장님께서 좋은 소식을 전해주시지 않을까. 새로 프로 축구단을 만든다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 아산을 운영해서 시민들 반응도 봤고, 경험도 있다. 먼 이야기 같지는 않다. 스포츠도 문화도 단순 경제 논리로만 따질 수 없다. 긍정적인 면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인구 대비해서 운영 자금 확보가 쉽지 않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END가 아닌 AND… '문화 대통령이자 그 시대의 답' 서태지는 은퇴 앨범 굿바이를 내고 팬들 앞에 섰다. 공항에서 은퇴 관련 심경을 밝혔다. 그의 고민과 말할 수 없는 심경을 'END가 아닌 AND'라고 표현했다. 아산 무궁화의 한 프런트 SNS를 우연히 봤다. 'END가 아닌 AND'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아산의 존폐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태지가 말한 그 말과 통하는 거 같다"고 했다. 아산의 결말이 END가 될지 AND가 될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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