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 한 식당에 걸려 있는 베트남 대표팀 포스터. 거리를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하노이(베트남), 조형애 기자]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찾기.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의 '놀이'가 됐다. 그런데, 너무나도 쉽다.

첫 발견까지 5분여도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100보쯤 걸었을까. 처음으로 마주한 대형 광고판에 이미 익숙한 얼굴이 웃고 있었다. K리그에도 진출했던 베트남 대표팀 르엉 쑤언 쯔엉과 박 감독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 모델로 노이바이 공항을 찾은 수많은 이들을 반겼다.

베트남축구협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박 감독 부임 전에는 여자 대표팀 선수들 사진만 볼 수 있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협회 기술위원장에게 물으니 씩 웃으며 맞단다. 현재는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더 상회하는 수준으로 보였다. 협회 로비에 대형 이미지를 비롯해, 구석구석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카퍼레이드 당시 사진들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첫 마주한 대형 광고판이다. 모델은 쯔엉과 박 감독이었다.
▲ 베트남축구협회 로비에서는 남자 대표팀도 볼 수 있다. 박 감독 이후 변화된 점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항서 감독은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등 전례 없는 성적을 이끌며 베트남 축구 인기 신드롬 중심에 서 있다.

한창 진행 중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은 그 바통을 이어 받은 대회다. 동남아 일대서는 쉽게 말해 월드컵 그 이상 가는 인기. 현지 넥스트 미디어 트란 투안 엥 기자 말을 빌리면 심지어 아시안컵보다도 더 동남아 국가들이 우승을 원하는 대회가 스즈키컵이라 한다.

2번의 기적과 현재 진행 중인 스즈키컵 덕에 거리, 대형 마트에서도 '박항서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 그 이름과도 비슷한 에너지드링크 모델로 선 박항서 감독이다.
▲ 하노이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탄산 음료. 모델은 베트남 대표팀이다.

박항서 감독이 광고 모델로 선 제품들은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손쉽게 볼 수 있다. 에너지 드링크, 핫도그, 김치 등등. 베트남 선수단까지 하면 각종 음료, 컵라면 등으로 범위가 더 넓어진다. 대형 포스터도 발견 난이도로 치면 下. 16일 말레이시아와 조별 리그 2차전을 2-0 승리로 베트남이 장식한 뒤 포스터는 보다 쉽게 눈에 띄었다.

하이 안 베트남축구협회 사무국장은 박항서 감독과 대표팀의 인기에 대해 굉장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에 미쳐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고, 팀의 성공이 곧 개인의 행복이라고 여기는 그런 분위기"라고 했다.

다양한 광고들은 베트남 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이 안 사무국장은 "그들의 성공은 광고 계약 등을 통해 많은 수입으로 이어졌고, '축구 선수'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승리를 한다면, 축구선수를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전까지 '직업'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축구 선수가 비로소 '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베트남축구협회 곳곳 2008년 우승 추억에 머물러 있었던 스즈키컵에서 선전하면서 10년 만에 우승 기대가 현지에서 한껏 고조되고 있다.

▲ 베트남의 조별 리그 가장 중요한 경기로 여겨졌던 말레이시아전서 포착한 사진. 현지 팬들은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기도 했다. 결과는 2-0 승리.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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