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유스 시스템에 대한 강연을 듣는 팀차붐플러스.
[스포티비뉴스=프랑크푸르트(독일), 유현태 기자] 독일 유소년 선수들은 축구만큼 공부를 열심히 한다.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이 바늘구멍처럼 좁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팀차붐플러스는 16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클럽하우스에서 15세 이하 유소년 팀과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안톤 슈마허 프랑크푸르트 교육담당자가 나와 독일의 유스 시스템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독일 선수들은 축구 교육과 함께 공부를 병행한다. 슈마허 교육담당자는 "축구 선수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각자 적성에 따라 일반 고등학교나 직업 학교 등을 선택하며 축구를 병행한다"고 설명한다. 공부가 부족할 경우 과외 수업까지 가능하다.

아주 현실적인 판단이다. 독일에선 1,2부 리그에 속한 클럽에 들어가면 축구 선수로 '성공'이라고 본다고 한다. 1,2부 리그 36개 클럽의 1군 엔트리는 25명.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는 1년에 900명 정도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들이 절반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독일 유스 아카데미에서 프로에 진입할 수 있는 자리는 450개 정도다. 그리고 프로 선수로 활약하는 연령대를 어림잡아 10년으로 잡으면, 1년에 약 45명 내외의 선수들만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 극히 작은 수다. 

단순히 기량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다. 선수 개인적인 목표가 변할 수도 있고, 부상 등 다른 변수에 의해 프로의 꿈을 포기할 수도 있다. 프로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다른 길을 얼마든지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슈마허 교육담당자는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학부모들도 전혀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축구 선수를 지향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파트릭 오르틀립 프랑크푸르트 15세 이하 팀 감독도 "선수들도 프로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자만심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 독일의 다른 지역에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부든 축구든 모두 열심히 한다"고 설명한다.

▲ 강연자로 나선 안톤 슈마허 프랑크푸르트 교육담당자.

한국에서도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역시 유소년 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한다. 일반 학생처럼 공부하는 것은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청소년으로서 당연한 과정이다. 축구를 그만두더라도 미래를 대비하는 방책이다. 또 프로 선수가 된다고 해도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은 분명한 플러스 요소다.

현실적으론 선수의 의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팀차붐의 한 선수는 자신 있게 "공부를 곧잘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선수는 "축구를 하지 않더라도 공부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유형도 있다. 다른 선수는 "원래는 공부를 했는데 장기간 대회를 다녀오니 진도가 크게 떨어졌다. 따라가기 어려우니 포기하게 되더라"고 말하기도 한다.

개인의 선택이다. 축구를 하는 선수들이 공부까지 반드시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이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훈련이나 경기, 대표팀 소집으로 진도가 떨어질 경우 제대로 보충 학습이 되지 않는다. K리그 구단 유스 소속의 한 선수는 "수업 참여에 대해선 강조한다. 하지만 훈련이나 대회 출전이 잦은데,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일단 수업만 참여하는 것 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란 것이다.

또 학부모들의 시선도 공부를 곱게만 보질 않는다. 팀차붐플러스를 이끄는 최남철 숭실중 감독은 공부와 축구의 병행에 대해 상반된 두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부와 축구의 병행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축구로 성공하기 위해선 축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최 감독은 지도자와 선수는 물론 학부모, 교육 정책 당국, 대한축구협회와 연맹까지 합심해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제도 자체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그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각 주체도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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