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사의 전설을 쓴 구대성(49)과 김병현(39)이 호주프로야구리그(ABL)에서 만났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두 레전드 투수가 지구 반대편 남반구 호주에서 야구의 끈을 이어갈 줄 누가 알았을까.
구대성은 질롱 코리아 감독으로, 김병현은 멜버른 에이시스 투수 신분으로 9일 호주 현지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ABL 개막을 앞두고 양 팀이 연습경기를 추진해 이날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었다. ABL 정규시즌은 오는 15일 개막해 내년 1월 20일까지 팀당 40경기씩 소화한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2월 3일 최종전을 치른다.
ABL은 8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질롱과 멜버른은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 있다. 약 80km 떨어진 인근 도시에 위치해 있다. 차로 약 45분 거리여서 연습 경기 상대로 안성맞춤이었다. 이날은 질롱이 멜버른으로 넘어가 연습경기를 벌였다. 질롱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둘은 경기 전 5분 가량 담소를 나눴다.
구대성 감독은 이 자리에서 김병현에게 근황과 안부를 물었고, 김병현은 "호주에 와보니 편한 느낌이다. 11월 이맘때 몸을 만들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구 감독은 "호주리그가 죽기살기로 하는 리그도 아니고, 가끔씩은 편하게 질롱으로 와서 몸을 만들어도 된다"며 다시 공을 잡은 김병현을 격려했다.
7일 오후 호주로 출국한 김병현은 아직 투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이날 경기에 등판은 하지 않았다. 양 팀은 아웃카운트와 상관없이 투구수 25개에 투수교체를 하는 등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춰 경기를 진행했다. 양 팀은 11월 29일 첫 맞대결을 벌인다. 김병현은 "그때쯤이면 등판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KIA에서 함께 뛰기도 했던 김진우, 전 LG 투수 장진용 등과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멜버른은 현 호주 대표팀 감독이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인 존 디블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김병현이 멜버른에 입단한 것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디블 감독과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구대성과 김병현은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 구대성은 1993년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해 한국프로야구(KBO)에서 먼저 뛰다 2001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입단했다. 2005년에는 뉴욕 메츠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다. 이어 2006년 한화로 돌아와 2010년을 끝으로 정든 이글스 유니폼을 벗었다.
한국→일본→미국을 차례로 경험한 구대성과 달리 김병현은 미국→일본→한국 순으로 프로 무대를 거쳤다.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하면서 MLB부터 시작한 뒤 2011년 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012년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2014년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 2016년까지 활약했다.
둘 다 KBO리그에서 유니폼을 벗을 때 모두들 은퇴한 줄 알았지만, 꿈을 버리지 않고 호주에서 다시 공을 잡는 야구열정을 불사르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구대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김병현도 2016년 11월 KIA에서 방출된 뒤 2년 만에 멜버른에 입단하면서 선수로 다시 뛰게 됐다.
둘은 이런 비슷한 이력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같은 무대에서 동시에 활약한 적은 없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를 쓸 때 국가대표로 만나 한솥밥을 먹은 것이 유일한 인연이었다. 그러나 2006년 WBC 이후로 야구 선후배로 친분을 쌓아왔고, 이번에 ABL에서 상대팀 감독과 선수로 만나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리그를 치르게 됐다.
구대성은 좌완투수로, 김병현은 잠수함투수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발탁돼 국위 선양에 앞장섰다. 프로 무대에서도 하나씩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각종 기록과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한국야구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레전드 투수들이다. 둘은 이날 연습경기 후 멜버른 시내에서 따로 만나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경기 전 하지 못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 톰 글래빈은 “야구를 향한 내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구대성과 김병현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조차 못 말리는 '닮은꼴 야구열정'. 한·미·일에 이어 호주에서 써내려가는 구대성과 김병현의 야구인생 4막이 호주의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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