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이 전반 6분 동료 선수 무사 뎀벨레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뒤, 후반 14분 다시 크리스티안 에릭센(26)과 교체돼 국내 팬들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선택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런 선택의 배경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구석은 많다. 마냥 손흥민을 '희생양'이라고만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상황: 2-0 리드, 3일 뒤 챔피언스리그
명확한 건 손흥민이 전반 6분 만에 출전해 사실상 선발로 출전한 것처럼 뛰었다는 점. 그리고 손흥민의 투입 이후 2골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해 팀이 2-0으로 앞선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전반 27분 에릭 라멜라에게 정확한 리턴 패스를 내줘 선제골을 도왔다. 전반 30분엔 무리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내줘 루카스 모우라의 헤더 추가 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손흥민 투입 이후 토트넘의 공세가 살았다.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14분 손흥민을 대신해 에릭센을 기용했다. 이른 시점의 교체지만, 의도는 분명히 알 수 있는 교체였다.
토트넘은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에서 바르셀로나(1위 9점), 인터 밀란(2위 6점)에 이은 3위(1무 2패)다. 승점 1점으로 4위 에인트호번과 승점이 있다. 토트넘은 4일(이하 한국 시간) 오전 4시 45분 경기했고, 바로 7일 오후 5시 에인트호번과 경기한다. 에인트호번과 홈경기, 29일 열릴 인터 밀란과 홈에서 5차전, 12월 12일 열릴 바르사와 조별리그 마지막 원정 경기에서 최소 2승 1무 이상의 성적을 내야 조 2위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일단 홈에서 열린 에인트호번전 승리가 절실하다. 주축 선수를 아낄 필요가 있었다.
이날 선발 명단만 봐도 그렇다.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델레 알리를 명단에서 제외하고, 핵심이지만 그간 혹사 논란이 있었던 에릭 다이어 역시 명단에서 제외했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주축에 가까운 에릭센과 다빈손 산체스를 교체 명단에 뒀다. 수비수로 신예 후안 포이스가 나섰다. 다가올 수요일 에인트호번전에 무게 중심을 쏟았다는 점을 선발 명단 구성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확실하게, 손흥민의 교체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손흥민의 교체에 대해 "수요일(웨스트햄전)에 손흥민이 얼마나 뛰었느냐"고 반문하며 "그는 90분을 모두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루카스 모우라나 라멜라 등 지난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이 뛰었다"면서 "손흥민은 뎀벨레가 다쳐서 들어왔는데, 거의 선발로 나온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며칠 전 90분을 뛴 선수를 60분쯤에 바꿔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도 포체티노 감독은 "이건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상식적인 것"이라며 손흥민의 교체는 체력 안배라고 강조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손흥민 몸상태, 회복하면 좋아지는 현실
손흥민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토트넘의 2018-19시즌 미국-스페인 프리시즌,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9, 10월 A매치 등으로 지쳤다.
그런 손흥민은 잠시라도 휴식하면 잘 뛰었다. 리그 9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결장하고 곧장 이어진 에인트호번과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 81분을 뛰며 활달하게 움직였다. 손흥민다운 호쾌한 돌파와 시저스에 이은 슈팅이 나왔다. 이어진 리그 10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을 결장하고 EFL컵 4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멀티 골을 기록했다. 계속해서 휴식을 주고 싶으나 줄 수 없는 현실에서, 간헐적인 휴식을 받으면 손흥민은 잘 뛰었다. 그게 현실이다.
애초에 손흥민이 다른 선수처럼 프리시즌을 온전히 참여했다면, 주중 경기 이후 주말 경기를 뛰어도 될지 모르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기 중 교체된 선수를 다시 빼는 것은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는 행위다. 교체 당시 손흥민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경기 이후 손흥민은 이례적으로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의 교체 투입 뒤 교체에 대해 "(손흥민이) 우울해 보였다"고 보도했다.
분명 손흥민의 교체 투입 뒤 아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선수 교체 이유를 장시간 걸쳐 설명했다. 경기 후에 선수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 마냥 희생양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은 그런 상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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